2. 허견김민세를 만난 며칠 후였다. 송수호가 내리 닷새를 장번(長番)을 서고 나와 늦은 아침밥을 먹고 곤하여 사랑에서 잠깐 눈을 붙여 볼 참이었다. 막 목침을 베고 누우려는데 밖에서 노복이 연통하는 소리가 들렸다."나으리, 옆집 대감 마님께서 납시셨습니다.""뭐? 옆집 대감? 헛 !"옆집 대감(大監)이라면 영의정 허적(許積)아닌가? 깜짝 놀란 송숳가 의관을 갖추는 것은 고사하고 목침도 그대로 둔채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순간 멈칫했다. 영상 대감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상 대감의 아들 허견(許堅)이었다. 아니. 다시 말해 영상 대감인 허적의 서자(庶子) 허견이 뒷짐을 지고 버티고 있었다.'이런 일이, 쯧.' 다시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오도체찰사 겸 시임 정일품 영의정이 실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