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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자 47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4) 파투

여덟 시 반이 넘어 아홉 시에 가까워 갈 무렵이 되자 판돈이 커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도박꾼들의 열띤 분위기로 하우스 안은 그야말로 용광로 같았다. 그때까지 윤치우는 참을성 있게 판세를 살피며 꾸준히 한 번의 배팅 찬스를 노리고 있었다. 윤치우는 현금 카드로 5억 중에 2억을 현금으로 환전했다. 거기에 신동규가 챙겨 준 5천을 합해 총 2억 5천을 가지고 시작을 했었다. 게임을 시작해서 얼마 안 돼 오륙천만 원을 잃었던 윤치우가 끈질긴 관찰과 소액 배팅을 한 결과로 초장에 잃었던 오천을 되찾았다. 카지노의 바카라에 단련된 눈이어서인지 서서히 돌아가는 판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윤치우의 옆자리에 앉은 장철규는 판세나 배팅보다는 스크린과 사람들의 움직임에 더 관심을 가진 듯 단추로 위장한 몰래 카메라..

오늘의 소설 2024.03.19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3) 긴박한 밤

유명우와 장철규가 황톳 방으로 가는 덕배와 미자를 향해 의미 있는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시간에 사북 오거리로 진입하는 차들이 있었다. 정팔봉과 강철만이 탄 차였다. "중대장님, 저리로 들어갔습니다." 입구에서 진우가 들어간 곳을 감시하던 두 예비역 대원이 달려와 이층을 가리켰다. 그들은 제각기 덕배의 사무실 앞까지 차를 몰아 세웠다. 정팔봉과 강철만이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 올라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요. 이 쪽으로 오시지요." 칠수가 그들을 탁자로 안내하자 정팔봉과 강철만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사방을 돌아볼 뿐이었다. "아니 안 보이잖아? 이놈이 그새 또 어디로 샌 거야?" 정팔봉이 기가 차다는 얼굴로 강철만을 돌아보았다. "글쎄 말입니다. 이리로 들어가는 걸 우리대원이 분명히 봤다는데 ..

오늘의 소설 2024.03.19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2) 적진 속으로

열 시경, 순복의 아버지 정팔봉 씨와 해병전우회 중대장 강철만이 영월의 고속버스 정류장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요즘은 카페가 대세여서 다방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북에서 만나면 서로 가까울 텐데 왜 하필 이곳인가?" "사위 되시는 분이 카지노 주변에 있을 확률이 높아섭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사람을 풀어 자신을 찾는다는 낌새를 주면 곤란하잖습니까. 그러면 또다시 숨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네만.." "대원 전원에게 이진우의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그리고 소집을 해서 한 곳에 모으는 것보다 삼삼오오 흩어져 찾는 것이 넓은 지역을 카바하는데 유리할 것 같습니다." "이곳 지리야 자네가 훨씬 잘 알 것 아닌가? 작전은 전적으로 자네 소관이니 맘대로 하게. 헌데 어디어디 배치했나?" 정팔봉씨가 묻기를 ..

오늘의 소설 2024.03.19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1) 담판

"부장님 구경은 하셨나요?" 신동규가 윤치우의 얼굴을 빤히보며 물었다. 표정을 보고 돈을 땃는지 잃었는지를 가늠해 보려는 것이다. "아, 구경만 했어, 카지노와 어떻게 다른지 구경만 했다고." "그래서 공부는 좀 하셨습니까?" "자네가 말한 걸 염두에 두고 두어 시간 관찰을 했지만 배팅할 순간을 잘 모르겠더군." "초저녁이라 판돈이 크질 않아서였을 겁니다. 자정쯤 되면 판이 커져서 딜러도 진짜 타짜로 바뀝니다. 제가 말한 대로만 하시면 카지노보다 열배의 소득이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 윤치우는 자신 앞으로 산더미 같이 쌓인 돈다발을 상상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윤치우는 내일은 밤 열 시까지만 게임을 하고 빠지리라 계획하고 있었다. 자정에는 검경이 총 출동해서 놈들을 검거하기로 얘기가 된 것이..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4) 누군가를 위하여

진우가 사무실을 나서든 시간쯤이었다. 영월의 한 모텔에서는 수미가 부엉이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안 일어날 꺼야? 세 시가 다 됐단 말이야. 시작하려면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어쩔려구그래? 아 어서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부엉이는 채촉하는 수미의 말을 묵살하고 베게에 코를 박고 죽은 척 했다. 수미가 이불을 훌렁 재꼈다. 팬티도 입지 않은 최태식의 볼기짝이 들어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엉이 최태식은 양손으로 베게를 움켰다. "흥, 좋아, 좋다구. 안 일어나면 나만 갈 거야. 어차피 오늘 애들이랑 중간 정산하기로 했으니까 그 돈만 챙겨 나만 대전으로 갈 거라구. 혼자 잘 해보셔." 부엉이가 한쪽눈으로 수미를 째려보더니 단번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뭐? 간다구? 이게 그까짓 돈 몇푼을 벌더니 보이..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3) 골치아픈 문제

같은 날인 8일 밤이었다. 덕배는 원주에 있는 소위 이름도 거창한 과수원 낚시터인 유명우의 본가에 다시 와 있었다. 부평에서 출발했다는 유명우가 오기를 기다리며 덕배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 쯤 사북의 사무실에서는 난리가 났으리라. 오늘로써 만 삼일 째 사무실과 진우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낮에 점심을 함께 하고 헤어진 진우는 당분간 사무실에 내려오지 않을 터이니 자신의 실종을 모를 것이었다. 그러니 일부러 알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칠수와 만기에게 조차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녀석들이 사장의 행방을 알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하고 있을까? 그러나 자신의 실종을 김기동이 알게 만드는 것으로 신사장과 말을 맞추었기에 역시 귀띔조차 할 수 없었다. 덕배를 납치한 신사장이 미쳐 하우스에..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2) 외나무다리

진우에게 춥다는 생각이 든 것은 석호가 나간지 두 시간이 넘어서였다. 그러고보니 땔감 넣는 걸 잊은 난로는 식어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시에 가까웠다. 아침도 시원찮게 먹은 데다 점심도 먹지 않았으니 배가 고플만한데도 크게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진우가 일단 난롯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 불 쑤시개를 찾았다. 그 순간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었다. 덕배 사무실의 만기였다. "형님, 형님이 복원한 사진 말입니다. 그 사진의 여자가 누군지 알았습니다." 만기의 생기 돋친 말에 진우는 깜짝 놀랐다. 의외의 일이었던 것이다. "어, 그래? 누구래? 누가 알아보데? 그 여자의 정체가 뭐래? 지금 어딨데?" "하하 원 형님도...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물으시면 어쩝니까? 가만 계세요. ..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1) 사라진 친구

8일 아침이 밝았다. 어젯 밤은 진우에겐 악몽 같은 밤이었다. 칠수에게서 덕배의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것이다. 그 사이 별의 별 흉칙스러운 상상과 불길한 생각을 다 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다. 덕배의 직업과 전력을 아는지라 더욱 불안했었다. 덕배가 이정도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인가? 웃는 자 뒤엔 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샴페인 잔을 든 사람 뒤엔 칼을 든 사람이 있게 마련 아닌가? 또 진우는 수미를 생각했다. 그날 밤, 술 한잔 사 달라는 수미의 청을 누군들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덕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이 간 여자가 수미 같았다면 덕배가 아무리 목석이라 해도 열에 여덟은 걸렸을 것이다. 덕배도 남자인 것이다. 또한 진우는 부..

오늘의 소설 2024.03.17

파투(破鬪) 13. 대혼란(4) 누구를 믿어야 하나

같은 날인 7일 아침이었다. 덕배를 실은 장철규의 차가 원주에서 출발했다. 미자의 차도 그 뒤를 따랐다. 오전까지라고 했으니 서울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충분했다. 장철규는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고용주인 야쿠자 송길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 약속한 장소로 갈까요?" "아니요. 일단 용인까지 오면 다시 연락 하시요." 약속 장소가 서울에서 용인으로 바뀐 후 거의 한 시간을 달려 용인에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동수원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다시 연락하라는 것이다. "야, 미자야. 내 차가 보이냐?" "바짝 붙으라며? 바로 뒤에 있잖아?" "어? 그렇구나. 헌데 이 자식이 또 바꿨다. 동수원 톨게이트로 빠지란다." "오빠라면 안 그러겠어? 미행이 겁나니까 그러겠지." "아무튼 잘 따라와." "알았어." 동수원까..

오늘의 소설 2024.03.17

파투(破鬪) 13. 대혼란(3) 이상한 납치

비슷한 시간에 신동규는 마쓰다와 밀실에서 술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신동규패가 관리하는 일본식 술집 중 한곳이었다. 술상은 간결했다. 정종에 단 세 가지의 안주 뿐이었다. "오늘 낮에 떠났다고?" "예." "언제 다시 접촉하기로 했어?" "그건 그곳의 사정에 맞춰야 되지만 늦어도 7일 오전까지 일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7일이면 내일 모레 아냐? 음, 좀 앞당길 순 없는 건가?" "약속하고 만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곳의 형편에 맞춰야지요. 납치란 완벽한 기회가 아니면 반드시 뒷탈이 나게 마련이지요." "그걸 누군 모르나? 그러니까 돈을 들여 그 방면의 전문가를 썼지. 누군 일할 사람이 없어 그깟 놈 하나 잡아오는데 돈까지 싸다 바치겠어." 신동규는 애써 기분이 상하려는 것을 참으며 마쓰다가 따라 ..

오늘의 소설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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