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떠나는 배 "이것들은 아직도 방구석에서 뒹굴고 있겠지?""그렇겠지. 안성에서 쫓긴 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지 않은가?" "그건 그래."춘길이와 덕만이는 째보 아범의 숯막에 닿자말자 거사들이 머무는 봉노로 다가가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나 잠을 자리라는 생각과 달리 거사들은 이마를 맞대고 무언가를 숙덕거리고 있었다. 더구나 새벽에 나갔다던 안 거사가 그들을 상대로 설득을 하고 있는 눈치였다. 거사들은 일제히 마루에 선 춘길이에게 눈길을 돌렸다. 춘길이는 방안으로 발을 디디자말자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한여름 소부랄 늘어지 듯 팔자가 한껏 늘어졌구나. 이놈들아 할 일이 없으면 밥값으루 쓰러진 울타리라도 손을 봐 줄 것이지 이렇게 마냥 쳐 자빠져 있단 말이냐?"한데, 평소였으면 죽은 듯 오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