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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투(破鬪) 10. 사느냐 죽느냐(3) 탈출

어디에선가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진우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느라 주위를 돌아보다 그제야 그 소리가 자신에게서 나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제 덕배로부터 휴대폰을 받은 사실을 깜박했던 것이다. 역시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생소한 신호음이 새어 나왔다. 물 묻은 손을 닦는 것도 잊고 급히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뭐하냐?" 덕배가 물어왔다. "설거지 중이다." "벌써 먹었다고? 네겐 아침밥이 아니라 새벽밥이지?" 헛 하고 진우가 맥 없이 웃었다. 여섯시면 어김없이 두 노인 분들이 아침 식사를 하시니 진우라고 나중에 먹을 수도 없었다. 처음 얼마동안은 그것이 고역이었으나 지금은 밥그릇을 깨끗히 비울 정도가 되었다. "이젠 거의 습관이 되서 괜찮어. 헌데 새벽같이 왠 일이야?" "음 너하고 어디 가볼 데가 있다. 너..

오늘의 소설 2024.03.15

파투(破鬪) 10. 사느냐 죽느냐(2) 하우스 준비

그 시간에 택시 한대가 사북의 외곽에 자리 잡은 모텔 앞에 멈추었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수미였다. 수미는 모텔의 계단으로 올라가 2층 자신이 묵고 있는 방문을 가만히 열었다. 자고 있을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을 여는 순간 수미의 눈이 동그레졌다. 방안이 전등불로 환했던 것이다. 지금 쯤이면 꿈속을 헤매야 마땅할 남편은 팬티만 걸친 채 전화기를 귀에대고 있었다. "뭐야? 여태 안 자고 있었던 거야?" 수미가 다가가자 부엉이는 검지를 입술에 세우며 인상을 썼다. 조용하란 뜻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인 줄은 알지만 ...하필 이때...알았어. 일단 끊어. 생각 좀 하게." 전화기를 귀에서 땐 부엉이의 표정이 심각해보여 수미는 잠시 눈치를 살폈다. 부엉이는 탁자의 담배를 집어 입에 물었다. 그..

오늘의 소설 2024.03.15

(단편소설) 그 섬은 살아있다

나는 확신한다. 그날의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비록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이유이다. 그 후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아 그간의 사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인도에서의 많은 세월도 나에게서 그 사건을 잊게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나와 리쳐드 랑그레는 켐브릿지의 동창생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에게 있어서 학창시절 동안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친구였지 않았을까 한다. 무엇보다 그는 일체의 ‘학교’라는 곳에 다닌 적이 없었다. 가정교사를 바꿔가며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없을 뿐 아니라 친척 한 명 없는 천애고아인데다가 소위 대법관부의 보호아래 있는 미성년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었는지는 모르지..

오늘의 소설 2024.03.15

파투(破鬪) 10. 사느냐 죽느냐(1) 또 다른 계산

"이봐 태종이 어떻게 됐어?" "오덕일 보냈으니 곧 올겁니다." "아까 내가 말한 대로만 해. 쓸데없는 인정 베풀지 말고." "인정이라뇨? 어림없습니다. 형님이 눈만 감아주신다면 아예 묻어버리고 싶은 걸요." "안 돼. 보내야 돼. 그리고 이제껏 그놈들을 이용해 시간을 끌었는데 어쩌면 고마운 놈들 아니냐? 이번 일이 무사히 끝나서 우리가 비행기 좌석에 앉기 전까지는 절대 안심하면 안 된단 말이야. 알어?" "물론이지요. 형님, 그래서 지금껏 참은 것 아닙니까?" 좁은 찜질방의 온도계는 90도에 육박해 있었다. 땀으로 온 몸이 번들거리는 천태종은 호흡마져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김기동은 포식한 살무사가 햇볕을 즐기듯 오히려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땀을 빼니 비로소 피로가 조금 가시는 듯했던 것이다. 석..

오늘의 소설 2024.03.15

스핑크스는 본래 하나가 아니었다!

이집트의 기자에는 3개의 피라미드가 있으며 3대 피라미드라 불린다. 높이는 146.7미터로 쿠푸의 것을 비롯하여 기자의 3대 피라미드는 약 4,500년 전인 기원전 26세기 경에 건조되었다. 세계 최대의 건축물로서 쿠푸, 카프레, 멘카우레의 피라미드를 말한다.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사람의 머리가 달린 상상속의 동물이다. 이 괴물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동남아시아 등 지역의 설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스핑크스는 피라미드와 함께 이집트의 상징으로도 자리 잡았다. 그리고 스핑크스는 기자의 3대 피라미드를 수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 기자의 스핑크스에는 부자연스러운 점이 존재한다. 그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원론(dualism)적 신앙 고대 이집트인들은 이원론적 신앙을 지니고 있었다..

카테고리 없음 2024.03.15

파투(破鬪) 9. 끝의 시작(3) 컨테이너의 침입자

11월의 산골 해는 생각 밖으로 짧아서 저녁 밥상을 물리기도 전에 어둠이 짙게 내려 앉았다. 밤을 기다린 소쩍새가 사방에서 울어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하소연 하는 듯한 그 울음소리는 마치 비극의 주인공이 무대 위에서 뱉는 피맺힌 절규 같았다. 그만큼 그 소리는 처량맞고 음울한 것이었다. 그리고 놈은 소리없는 날개짓으로 철저히 모습을 감추며 날아다녔다. 방금도 마찬가지였다. 캄캄한 밤하늘에 무언가가 휙 얼굴을 스치 듯 지나가자 진우는 깜짝 놀랐다. 말이 휙이지 사실 휙 소리도 없는 검은 그림자 뭉치였다. 재빨리 랜턴을 허공에 비쳤건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기분 나뿐 새, 소쩍새인 것이다. 덕배가 얼추 도착 할 시간이었다. 약속 시간에 맞추려면 좀 더 서둘러 걸어야 했다. 그러나 산 아래 도로에 자동..

오늘의 소설 2024.03.14

파투(破鬪) 9. 끝의 시작(2) 꿩 사냥

"그래 아직 쓸 만 하더냐?" 컨테이너를 살피러 갔다 돌아오는 진우에게 덕배 아버지가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덕배 아버지는 마당에 나와 지게를 고치고 있었다. "예, 청소만 하면 되겠던데요?" "그래? 내 그걸 처음 봤을 때는 뒤집혀 있었니라. 놈들이 무엇을 찾는지 바닥도 다 파헤쳤더구나. 그걸 사람들을 사서 다시 제자리에 앉혔지. 꼬박 열 품이 들었느니라." "찾다니요? 뭘 찾으려고 땅까지 팟을까요?" "난들 자세히 알겠느냐마는 죽은 사람이 건달패였다니까 아마 돈되는 물건을 숨겼던 게지. 그런 패거리야 돈에 죽고 사는 놈들이니 그런 행패를 부렸을 게고. 암." "그래서 찾긴 찾았답니까?" "허허, 거기까진 나도 모르지. 왜? 못 찾았으면 네가 보물찾기라도 할 테냐?" "웬 걸이요. ..

오늘의 소설 2024.03.14

안봤으면 맛있었을 일본의 식당 원가표!

(2010년 이야기) 주변에서 퇴직 후 장사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정해진 월급으로 따박따박 목돈이 들어 오던 것이 이제부터는 치열하게 이윤을 추구하려 덤벼들어야 살 수 있게되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에는 인건비와 개발비, 광열비, 임대료 등 많은 비용이 포함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건물 임대료가 높은 곳에서는 두 세 배의 가격 차이가 나곤 한다. 심지어 마트에서 1000원에 파는 것을 5000원에 팔기도 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원가만 놓고 보면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싼 것들도 많다. 요번에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여러 음식의 원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근래 들어 일본 여행을 자주가게 되는데 10년전과 별로 변하지 않은 물가에 놀라게 된다. 10여년 전만해도 ..

카테고리 없음 2024.03.14

파투(破鬪) 9. 끝의 시작(1) 50억의 행방

"아니 형님, 온지 한 시간 밖에 안됐는데 벌써 가시게요?" 천태종이 출입구로 향하는 김기동의 뒤를 따르며 아쉬움을 나타내었다. 이제 막 슬롯머신에 몰입되려는 참인데 옆의 김기동이 먼저 일어나 마지못해 따라나온 것이다. "한두 번쯤 당겨 봤으면 됐지 남의 장사에 내돈 보태 줄 일 있냐?" "부엉이는 두고 갑니까?" "전국구 물주들을 만난다니까 그냥 둬. 우리도 곧 시작해야 할 것 아니냐." "부엉이가 데려온 기술자 말입니다. 그놈 솜씨가 어떤지 알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그놈 솜씨 하나에 우리 운명이 걸린 꼴 아닙니까?" "부엉이 솜씨도 쓸 만한 편인데 부엉이가 선생님으로 모시는 걸로 봐서 믿어도 되겠지. 그리고 솜씨에 따라 배당금이 달라지는데 제 놈도 쓸 만 한 놈으로 골라왔겠지. 넌 신경끄고 일이 시작..

오늘의 소설 2024.03.13

파투(破鬪) 8. 은광의 침입자(3) 두개의 은광

은광 안으로 발을 들여 보지도 못한 진우가 집으로 들어서자 마침 덕배 아버지가 마루로 나서고 있었다. "아니? 그새 갔다왔단 말이냐? 축지술을 익혔더냐?" "아, 예. 그게...그만..그렇게 됐습니다." "그렇게 되다니? 굴을 못 찾겠더냐?" "아니요. 쉽게 찾았습니다. 헌데..." "헌데, 누가 굴을 들락거리더란 말이지?" "아니? 아버님께서 그걸 어찌 아시는지요?" "허허, 이상하게 생각할 건 없다. 사오년 전에 가 본 것이 마지막이니 그럴만도 하지. 자고로 사용하지 않는 동굴에 박쥐 살게 마련이고 캐지 않는 금광에 잠채꾼 붙기 마련이니라." "그래도 입구에 철문이 있는데 그걸 따고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빈집에 도둑들기 예사지. 허나 도둑은 쫓아야지 잡자고 들면 안 되느니라." "쫓는 것보다..

오늘의 소설 2024.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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