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정철과 안순태의 동정을 살피러 왔다가 그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알았다. 굴속이라 해도 고산 지대라 밤이면 몹시 추울 터였다. 헌데 석호를 보고도 두 사람 모두 춥다느니 이불을 갖고 오라는 등의 말이 일체 없었다. 특히 걸핏하면 성난 멧돼지 처럼 날뛰던 안순태는 더욱 말이 없었다. 안순태가 말이 없으니 오히려 석호가 불안했다. 그래서 생각타 못해 김기동 몰래 오늘 담요 두 장과 라면을 끓일 도구들을 갖다주었다. 그러나 랜턴 불빛에 비친 두 사람의 얼굴은 냉랭한 기운마져 서려 있었다. "김기동이 갖다주라더냐?" 오정철이 갖다준 물건은 쳐다보지도 않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과장님 몰래 갖고 온 겁니다." "그래? 석호랬지? 어쨋던 고맙다. 하나만 묻자. 너, 신사장 소식을 들은 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