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야기)
주변에서 퇴직 후 장사를 하시는 분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정해진 월급으로 따박따박 목돈이 들어 오던 것이 이제부터는 치열하게 이윤을 추구하려 덤벼들어야 살 수 있게되는 것이다.
상품의 가격에는 인건비와 개발비, 광열비, 임대료 등 많은 비용이 포함된다. 같은 음식이라도 건물 임대료가 높은 곳에서는 두 세 배의 가격 차이가 나곤 한다. 심지어 마트에서 1000원에 파는 것을 5000원에 팔기도 한다.
식당도 마찬가지다. 원가만 놓고 보면 정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싼 것들도 많다.
요번에는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여러 음식의 원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근래 들어 일본 여행을 자주가게 되는데 10년전과 별로 변하지 않은 물가에 놀라게 된다. 10여년 전만해도 생필품과 음식가격이 우리나라보다 비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은 10년 넘게 물가가 안정된 데에 비해 우리나라는 미친듯이 널을 뛰어 이제는 일본에 가도 ‘오, 싼데’라고 생각된다.
물론 음식에 한정된 이야기이다. 전철 같은 교통비나 사치품, 고속도로 톨비, 의류, 세금 등은 여전히 혀를 내두른다. 예를 들어 전철을 타고 인천에서 부평을 간다고 치면 왕복 10000원이 들고, 서울에서 부산을 차를 타고 가면 편도 톨비가 10만원이 나온다. 그런데 기차를 타도 10만원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여행도 큰맘 먹어야 할 수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다시 식당의 원가로 돌아가겠다. 지인이 일본에서 알바로만 15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다. 식당이란 식당은 안해 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라면, 카레, 빵집, 레스토랑, 트럭운전 산전수전 다 해 본 사람이다. 어느날 일본에 놀러가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 원가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갔다.
*페밀리 레스토랑의 쥬스
“가스토 같은 페미레스 가쟎어. 그럼 드링크 바라고 있어, 음료수 무한 리필되는거. 그거 하나 시키면 3500원 내고 무한으로 마실 수 있어. 콜라, 오렌지 주스, 커피, 홍차 많어. 그런데 그거 한잔에 얼만 줄 알아?
밥하고 세트로 시키면 공짜가 되거나 2000원만 받기도 하거든. 엄청 팔리지. 정작 시키고는 두 세 번도 안 가져다 먹으면서 말이야.
근데 콜라는 원가가 거의 제로야, 제로. 콜라 뿐 아니라 탄산계가 엄청 싸. 원액에다 물타는 거거든. 다른 오렌지 쥬스나 과일 쥬스는 한잔에 30원 정도 할꺼야. 또 대량으로 회사에서 계약을 하니까 거의 30원이 안된다고 봐야되. 그나마 유제품이 들어간거나 원두커피 갈아서 나오는 커피는 좀 비싸. 한잔에 50원에서 80원도 나오고. 이런건 유통기한도 있어서 대량으로 못 쌓아 두거든. 그래도 아무리 마셔도 3500원은 안나와. 특히 이게 벌이가 되는 건, 기계만 가져다 두면 사람들이 알아서 셀프로 먹으니깐 인건비가 안나오거든. 기계도 관리하는회사가 따로 있고. 물장사가 남긴 남아.”
*함박 스테이크
“일본의 어느 레스토랑을 가도 빠짐없이 있는 메뉴가 함바그라고 해서 함박 스테이크야. 이건 수제도 아니고 공장에서 냉동으로 나오는 거거든. 슈퍼에서 한 개에 2000원에 파는 거 있잖어. 근데 가게꺼는 한 개에 200~300원 해.
식당에서는 5000~15000원에 팔잖어, 물론 야체나 소시지, 계란, 밥, 감자 그런 재료하고 광열비, 인건비 등이 드니깐. 그래도 2000원은 안넘지.“
*고기 뷔페
“일본 고기 뷔페 가면 한 사람에 2만원에서 4만원 하잖어. 근데 그 사람들이 평균 얼마너치 먹을꺼 같어? 우리가 보기에 한 5~6천원 먹을라나? 보통 시간 제한이 낮에는 1시간 20~30분, 밤에는 2시간 인데, 밤에는 3~6만원 이거던. 그래도 먹는 양은 비슷해. 가끔 작심하고 오는 고딩들이 미친듯이 먹는데 자기딴에는 본전 뽑았다고 생각하거던. 그런데 그래도 8천원 안나와. 한 2키로 먹었다 쳐도.
그리고 요즘은 인건비 줄일려고 설거지는 식기 세척기 쓰고, 최소 인원으로 돌리거든. 아침에 준비할 때 몇 시간, 밤에 정리 할 때 몇 시간 하는 알바가 있고, 알바도 한시간에 만원 줘야 하니깐. 암튼 계산해 봐. 하루에 수 백명이 오는데 얼마가 남을까?”
*샤부샤부
“샤부샤부는 고기가 엄청 얇아. 끓는 물에 2초 넣었다 빼면 익거던. 이 고기는 100그램에 70원 정도야. 질 좋을 때. 외국 산은 반값이고.
제일 싼 샤부샤부 집이 돼지고기면 12000원 정도 할꺼야. 1시간 20분에. 소고기는 18000원하고, 그럼 돼지고기로 본전을 뽑을려면 2키로를 먹어야되. 먹을 수 있어? 보통 남자도 많이 먹어야 800그램 정도지. 고기만 먹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나마 고기 덜 먹게 할려고 떡하고 아이스, 우동, 밥, 야채, 주스 같은 걸로 포만감을 주잖어. 고기 뷔페의 최고의 적은 아이스, 우동, 카레야. 배불러지고 속이 차가워지면 고기가 안먹히고, 카레를 먹으면 혀가 맛을 잘 못느껴.”
*닭꼬치
“일본에서 술안주로 가장 많이 팔리는게 닭꼬치야. 크지도 않아. 보통 한 개에 1000원 정도지. 서민음식이라고 해서 슈퍼나 노점, 술집에서 많이 팔어. 전문점도 있고. 재료로 닭껍질, 닭 가슴살, 똥집, 파, 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떤 것도 300원이 안넘어. 중국이나 브라질 닭은 거의 꽁짜지. 그런건 가슴살이 2키로에 4000원도 안하니까. 2키로면 한 60~70개 만들어. 장사가 안되서 재료가 썩지만 않으면 손해는 안보지.”
*소고기 덮밥(큐동)
“큐동집들이 요즘 인건비 줄일려고 중국, 인도 사람들 엄청 쓰잖어. 사실 조금 더 싸게 쓰나봐. 그리고 일본 애덜이 이런 접객에 짜증나는거 이제 안할라 그래. 특히 큐동집이 24시간하는 데가 많찮어. 그래서 밤에는 일본 애덜이 특히 안해. 시급이 12000원인데도. (낮에는 8900원)
큐동이 하나에 제일 싼게 3000원인데, 원가는 1000원이 안되. 그게 뭔지 알아? 공장에서 소고기하고 양파하고 삶아서 냉동으로 팩으로 담아서 오거든. 그러면 알바는 가게에 뎁히는 기계가 있어. 거기에 계속 넣기만 하면 되. 모든 메뉴가 똑 같고 토핑만 달라. 밥 양하고.
밥하고 고기만 있는 건 3000원이고 거기에 파하고 날계란 추가하면 4000원되는 거야. 파하고 날계란이 1000원 하겠어?
일본 음식들의 특징이 조리를 할 필요가 별로 없다는 거야. 한국은 뭐 하나 만들라면 땀 뻘뻘 흘리고 시간 걸리고 양도 많찮아. 그러니까 손님들 로테이션도 느리고 돈을 못벌지. 일본은 간단히 빨리 적게 먹이고 빨리빨리 로테이션을 돌려서 때돈 벌거든.”
*소바(메밀국수)
“소바는 국물이 없이 채에 담아서 나오는 자루소바가 있고 간장 국물이 있는 카케소바란게 있어. 체인점 소바는 2000~6000원 하는데 원가는 700원 정도야. 국물은 정어리 같은 걸 삶아서 간장을 넣고 만드는데 원가는 얼마 안들어. 체인점 소바는 국수를 납품받는 공장이 있어서 계약을 하고 하루에 몇 백봉지 주문을 넣어. 그래서 싼거지.
전문점은 직접 가루로 만드는데 그러면 가격이 상당히 비싸지지, 인건비가 많이 들거든. 사실 인건비라기 보다는 브랜드와 자존심이지. 노하우가 있는 기술이니까. 간장도 특별히 만들기도 해. 시골에 유명한데 가면 소바집 옆에 직접 닭을 키우는데 메추리보다 조금 큰 알을 낳아. 소바를 시키면 이 알을 주는데 이게 2000원정도 해. 슈퍼에서 계란이 10개에 2000원이니까… 뭐 그런거지.
근데 소바가 다른 음식보다 마진율이 별로로보이지? 사실 소바나 우동은 다른 반찬들을 골라야되. 튀김이나 초밥 같은거. 나중에 잘 봐봐, 이런데서 파는 튀김이나 초밥이 다른데 보다 비싸다. 외국인은 몰라도 일본인들은 소바만 먹는 사람 거의 없어. 주먹밥, 튀김, 밑반찬 고르다 보면 10000원이 그냥 넘어. 또 빨리 먹고 나가고. 튀김류는 마진율 500%라고 보면되.”
*우동
“소바보다 더 남는게 우동이야. 국물있는 카케우동이 싼게 2900~5000원인데 원가는 600원 정도야. 근데 이걸 만드는데 힘이 들고 노하우가 필요하거든. 그리고 끓이고, 식히고 담는 것도 사람이 해야해서 좀 귀찮아. 일본 애덜이 정말 하기 싫어하는 일이 우동 가게야. 밀가루 엄청 무겁거든. 잘못하면 화상입고. 이것도 남겨 먹는건 소바처럼 반찬이지.”
*카레집
“카레가 유명한데는 15000원하고 체인은 4000원~9000원 하거든. 보통 원가가 한 1500~3000원 나와. 그런데 유명한데는 그 날 그 날 20시간 재료를 끓이고 각종 향신료하고 카레가루를 레시피데로 섞어서 만들어야 해서 보통일이 아니야. 카레는 생각보다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어. 근데 체인점은 다르지. 전부 냉동이야. 그리고 만약 먹더라도 카레 체인점 튀김은 먹지말어. 기름이 시커메 질때까지 쓴다. 암걸려. ”
*라면
“일본은 라면 천국이라고 하지. 근데 처음에 일본와서 한국 라면 생각하고 먹었다가는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지. 얼큰이나 시원하고는 전혀 다르니까. 근데 오래 살면 이게 담백하고 더 좋아. 라면은 느끼한 것부터 짠것, 단것, 매운것, 설렁탕 같은 것 짬뽕 같은 것, 이상한 것 더러운 것 다양하지. 근데 밥 말아 먹으면 맛도 없을 뿐더러 주인이 화낸다.
보통 주인이 만드는 전문점은 6000~20000원 까진데 보통 7000원 정도지. 라면의 원가는 사실 면이 500원 정도고, 국물이 1000원 정도야. 이건 전문점이고 체이인은 면이 500원이면 국물은 100원할까? 체인은 공장에서 비닐에 담아서 오거든. 라면 원액만 가져와서 물타는데도 있고.
전문점은 자기들만의 국물을 만들지. 생선, 닭고기, 돼지고기, 각종 야채, 향신료를 넣고 심한 곳은 1주일 동안 끓여서 만들어. 제자를 두는 곳도 있고, 이 제자들은 1주일 동안 라면 스프 타지 않게 저어야해.
이렇게 3년을 밑에서 일하면 노하우를 전수해 주고, 분점도 차리게 도와주는 곳도 있어. 대신 그동안 월급은 100만원. 아무튼 브랜드 값이라고 봐야지. 라면집은 반찬으로는 별로 못버니까 라면 값을 비싸게 한거지.
사실 별로 특별한 것도 없어. 한국 같았으면 너도 나도 차려서 다 같이 망하겠지만, 이 나란 이상하게 그런 짓은 안하니까. 좋은거지.”
*커피
“장사는 물장사가 최고로 남지. 커피가 보통 3000원~10000원하지. 근데 원가는 300~500원 정도야. 보통 10~20배 장사라고 하더라구. 이거야 말로 자릿값이고 그냥 폼이지. 원래 장사라는게 소비자가 납득하면 유지되는 거거든. 6000원이 비싸다고 생각해서 아무도 안가면 자연 값이 내릴텐데 말이지. 커피값은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라고 봐야되. ”
*햄버거
“나는 제일 가격이 이상한게 햄버거던데. 맥도널드는 1000원짜리 햄버거가 있어. 원가가 600원 정도일꺼야. 근데 치즈하나 상추 한 장 들어가면 3000원이 되. 50원으로 2000원 벌기 쉽지? 거기다 콜라는 원액이라 심하게 말해서 원가 제로야. 감자는 1키로에 1000원도 안해. 결국 콜라하고 감자는 공짜야. 그런데 세트로 시키면 7000원하잖어. 결국 700원짜릴 7000원에 먹는거야.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무말 안하는거 보면… . 사실 햄버거 집은 콜라, 감자 집이라고 해야되.”
*케익
“일본에서 가장 비싸게 느끼는 건 다름아닌 케익이야. 한국에서 과일이 듬뿍담긴 중자 케익이 4만원 이라면. 일본은 똑 같은 물건인데 10만원이야. 맛은 있는데… .
원가를 알려줄깨. 생일케익으로 많이 팔리는 딸기 쇼트케익이 30000원인데, 원가는 1500원이야. 손바닥만한 쇼트케익 조각이 4000~9000원인데 원가는 200원이야.
내가 보기에 왜 이런거냐 하면… 케익은 특별한 거야! 라고 호소하는거 같다고나 할까.
기업의 오랜 쇠뇌 기술이지. 우리 주위에는 이런 상술이 너무 많어.”
인건비나 기타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건 생각해야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