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어서 4교시를 끝으로 수업을 마친 한열은 교문을 나섰다. 이제는 전자오락실이 늘어선 골목의 지름길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 다닐 형편도 아니었다. 집안 사정으로 보아 교통비도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한열이는 지금까지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 적이 몇 번 없었다. 한열은 큰길을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 지름길을 버리고 큰길로만 가려니 너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없이 또 다른 지름길인 주택가와 아파트를 가로질러 승학산을 향해 걸었다. 승학산은 학교와 집 중간에 위치한 공원 같은 산이다. 산만 넘으면 집은 멀지 않았다. 한열은 성큼 산길로 들어서서 걸음을 빨리했다. 높지 않은 산이어서 20분이면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 이를 즈음 한열은 나무 뒤로 무엇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