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밤이었다. 석호는 진우가 해 준 저녁밥을 먹자말자 등이 쑤신다며 개켜놓은 이불더미에 엎드려 있었다. 진작 설거지를 끝낸 진우는 밖으로 나가 장작을 한아름 가져와 난롯가에 쌓았다. 어제부터 진우는 자신과 석호의 밥을 컨테이너에서 해결하기로 했었다. 끼니마다 노인이 챙겨다주는 밥을 앉아서 받아먹기가 송구해서였다. 그렇다고 진우가 가서 가져 온데도 밥을 준비해야 하는 노인의 수고는 마찬가지인데다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날씨마져 추웠던 것이다. 컨테이너에 이미 그릇과 냄비가 있으니 쌀만 있으면 되었다. 그런 진우에게 덕배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쌀과 찬거리를 챙겨주었다. 진우는 난로에 나무토막을 넣고 그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석호야, 자냐?" "아 아니요. 안 자요." "그럼 한 가지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