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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자 47

파투(破鬪) 13. 대혼란(2) 공포탄

12월 4일 밤이었다. 석호는 진우가 해 준 저녁밥을 먹자말자 등이 쑤신다며 개켜놓은 이불더미에 엎드려 있었다. 진작 설거지를 끝낸 진우는 밖으로 나가 장작을 한아름 가져와 난롯가에 쌓았다. 어제부터 진우는 자신과 석호의 밥을 컨테이너에서 해결하기로 했었다. 끼니마다 노인이 챙겨다주는 밥을 앉아서 받아먹기가 송구해서였다. 그렇다고 진우가 가서 가져 온데도 밥을 준비해야 하는 노인의 수고는 마찬가지인데다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날씨마져 추웠던 것이다. 컨테이너에 이미 그릇과 냄비가 있으니 쌀만 있으면 되었다. 그런 진우에게 덕배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쌀과 찬거리를 챙겨주었다. 진우는 난로에 나무토막을 넣고 그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석호야, 자냐?" "아 아니요. 안 자요." "그럼 한 가지 물..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3. 대혼란(1) 대박의 꿈

12월 3일이었다. "그래, 걔들이 널 만나자는 이유가 겨우 그거였어?" "예. 하지만 형님, 막상 놈들을 만나고보니 겨우가 아니던데요?" "겨우가 아니라니? 애새끼 하나 잡아다 달라고 했다며? 그런 일이야 양아치 애들을 쓰거나 조선족을 쓰면 한 장도 안들 일이잖어?" "그놈들이 그걸 몰라서 우리에게 돈을 들이겠습니까? 큰거 석 장을 주겠다는 걸 보면 상대가 그만큼 거물이란 얘기 아닙니까?" "뭐야? 석 장? 정말 석 장이란 말이지? 죽이지 않고 잡아서 갖다주기만 해도 3억을 주겠단 말이지?" 잔뜩 입맛이 당긴 찐드기 유명우가 담배를 물고 탁자 위의 두발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았던 장철규가 길게 팔을 뻗어 라이터를 내 밀었다. "도대체 잡으려는 놈이 누구래?" "실행 전날 아르켜 준다니 알 수..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3) 한숨

진우와 덕배가 목욕탕에 있을 무렵, 김기동은 석호를 가두어 놓은 모텔에 들렸다. 석호에게 전화를 걸게 하려는 거였다. 적당히 석호를 구슬린 김기동이 오정철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재개장 날짜는 열흘 후인 12월 12일로 정했다. 귀를 기우려 통화 내용을 들은 김기동은 만족했다. 석호의 연기력에 그 쪽이 완전히 넘어간 듯 했기 때문이다. 김기동은 생각했던 다음 단계를 오덕에게 은밀히 지시했다. "저놈을 당분간 굴에다 곽덕배 쫄짜와 함께 묶어 둬. 한 번만 더 써먹게 말이야. 도망 못하게 잘 묶어. 한번만 더 써먹고 그놈과 함께 묻어버릴 거니까." 오덕은 부하 한놈과 쇠사슬과 연장을 차에 싣고 석호를 태워 신동산 은광으로 향했다. 오정철과 안순태를 가두었던 그곳에는 구본웅을 묶어두고 있었다. 그제까지만 해도..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2) 아버지의 과거

목욕을 끝낼 때까지 이어진 덕배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강 이랬다. 다음은 덕배가 알고 있는 내용에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같이 도망나온 남자의 이름은 이한구였는데 고아원에 있었을 땐 누구보다 영옥이를 챙겨 오던 그는 처음엔 착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그러던 이한구는 전과가 늘고 나이가 들수록 성격도 삐딱하게 변했다. 감옥을 들락거리며 사귄 놈들과 어울려 술과 노름은 물론 갖은 나쁜 짓을 배운 것이다. 나중엔 조직 몰래 삥땅친 돈으로 마약까지 했다. 돈을 빼돌린 것이 탄로 난 한구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죽도록 맞아 길바닥에 버려졌다. 그를 몰래 병원에 데려간 사람은 영옥이였다. 영옥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한구를 남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혈육과도 같은 진한 감정이 쌓였던 ..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1) 숨겨둔 패

"지금 뭐 하냐?" 전화를 받자말자 덕배가 뱉은 첫마디였다. "으음. 지금 컨테이너 경첩 고치고 있다. 헌데, 이거 너무 망가져 잘 되질 않는군." "그럼, 새걸루 하나 사 둘 테니까 그건 아예 버려라. 참, 너 점심 먹었냐?" "아직 열한 시도 채 안 되었을 텐데 무슨 점심 타령이야?" "그럼 잘 됐네. 너 지난 번 내가 갔던 그 길로 지금 내려와라. 내 차 알지? 그 차로 우리 직원 보낼 테니까." "뭐라고?" 다소 황당한 기분이 든 진우였다. 대낮인 지금 시내로 나오라는 덕배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해서였다. 이곳이 노출될 것을 꺼려 밤에만 몰래 다녀가는 덕배였다. 헌데 왠 일로 쫒기고 있는 걸 뻔히 아는 자신을 대낮에 불러 내는 것일까? "야? 너 갑자기 돌았냐? 한 낮에 나 보구 시내로 ..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1. 혼돈의 틈에서(3) 숨은 전쟁터

"석호 말이 사실이라면 김기동의 계획은 이미 종친 거나 마찬가집니다. 사장님." 신동규를 향해 안순태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신동규는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눈을 차창 밖에 꽂은 채 말이 없었다. 대신 오정철이 나섰다. "순태 넌 김기동을 아직도 모르냐? 그놈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 놈이 아니잖어?" "기술자가 떠났다며? 그럼 끝이지 별 수 있냐? 기술자 없는 하우스로 뭘 할 수 있겠어? 끝났어. 끝장났다니까. 사장님은 그런 생각이 안 드십니까?" 신동규는 그 답지 않게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인 신회장이 말한대로 침착하게 생각을 해 보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기술자야 또 불러오겠지. 뭐 그놈들 밖에 없겠냐?" 오정철은 김기동이란 놈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놈이란 걸 안순태에게 심어주려 애쓰고..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1. 혼돈의 틈에서(2) 개장

12월 1일 오늘이 김기동과 부엉이 최태식이 벌여놓은 하우스가 개장하는 날이었다. 이미 전날, 점검에 점검을 했건만 또다시 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다시 한 번 점검을 강요하는 김기동의 발길이 바빴다. 어젯밤 대구에서 올라온 참가자 이십여 명은 아직 모텔에서 머물고 있었고 오늘 오전에 창원에서 이십여 명이 버스를 대절해 온다는 연락이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는 즉시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바깥 날씨가 생각보다 차더라. 미리 실내의 온도를 후끈하게 높혀." "예, 사장님, 실내 온도는 30도 이상 올릴 수 있습니다." "몇 도를 올리던 네가 책임지고 춥지 않도록 만 하란 말이다. 알았냐?" "옛, 사장님." 김기동은 천태종의 지시를 받는 모든 조직원들에게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큰소..

오늘의 소설 2024.03.15

파투(破鬪) 11. 혼돈의 틈에서(1) 각자의 계산법

"들어오시래요." 송비서가 인터폰을 귀에서 떼며 사무적인 어투로 말했다. 창가의 소파에 앉아 송비서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않던 신동규가 벌떡 일어나 회장실 문을 열었다. 신회장은 들어서는 아들을 향해 눈동자만 한번 들었다 놓았을 뿐 보던 서류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지난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이 후 아버지 신회장을 처음 방문하는 자리였다. 성질 급한 신동규는 다리의 고통보다 입원 기간 자체가 고문이었다. 조각 난 뼛조각이 채 붙기도 전에 억지를 부려 퇴원을 했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면서도 나이트클럽을 들락거렸다. 신동규는 인사도 없이 사무실 가운데 놓인 소파에 털썩 앉았다. 잠시 후 신회장이 서류를 손에 쥔 채 아들의 맞은편 자리에 앉아 얼굴을 찌푸렸다. 신동규는 그런 아버지의 눈치를 살핀 후 슬쩍 창..

오늘의 소설 2024.03.15

파투(破鬪) 10. 사느냐 죽느냐(3) 탈출

어디에선가 전화 벨 소리가 울렸다. 진우는 소리의 진원지를 찾느라 주위를 돌아보다 그제야 그 소리가 자신에게서 나는 것임을 깨달았다. 어제 덕배로부터 휴대폰을 받은 사실을 깜박했던 것이다. 역시 자신의 호주머니에서 생소한 신호음이 새어 나왔다. 물 묻은 손을 닦는 것도 잊고 급히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뭐하냐?" 덕배가 물어왔다. "설거지 중이다." "벌써 먹었다고? 네겐 아침밥이 아니라 새벽밥이지?" 헛 하고 진우가 맥 없이 웃었다. 여섯시면 어김없이 두 노인 분들이 아침 식사를 하시니 진우라고 나중에 먹을 수도 없었다. 처음 얼마동안은 그것이 고역이었으나 지금은 밥그릇을 깨끗히 비울 정도가 되었다. "이젠 거의 습관이 되서 괜찮어. 헌데 새벽같이 왠 일이야?" "음 너하고 어디 가볼 데가 있다. 너..

오늘의 소설 2024.03.15

파투(破鬪) 10. 사느냐 죽느냐(2) 하우스 준비

그 시간에 택시 한대가 사북의 외곽에 자리 잡은 모텔 앞에 멈추었다.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수미였다. 수미는 모텔의 계단으로 올라가 2층 자신이 묵고 있는 방문을 가만히 열었다. 자고 있을 남편을 깨우지 않기 위해서였다. 문을 여는 순간 수미의 눈이 동그레졌다. 방안이 전등불로 환했던 것이다. 지금 쯤이면 꿈속을 헤매야 마땅할 남편은 팬티만 걸친 채 전화기를 귀에대고 있었다. "뭐야? 여태 안 자고 있었던 거야?" 수미가 다가가자 부엉이는 검지를 입술에 세우며 인상을 썼다. 조용하란 뜻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인 줄은 알지만 ...하필 이때...알았어. 일단 끊어. 생각 좀 하게." 전화기를 귀에서 땐 부엉이의 표정이 심각해보여 수미는 잠시 눈치를 살폈다. 부엉이는 탁자의 담배를 집어 입에 물었다. 그..

오늘의 소설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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