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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설 121

파투(破鬪) 14. 폭풍전야(1) 사라진 친구

8일 아침이 밝았다. 어젯 밤은 진우에겐 악몽 같은 밤이었다. 칠수에게서 덕배의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것이다. 그 사이 별의 별 흉칙스러운 상상과 불길한 생각을 다 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다. 덕배의 직업과 전력을 아는지라 더욱 불안했었다. 덕배가 이정도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인가? 웃는 자 뒤엔 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샴페인 잔을 든 사람 뒤엔 칼을 든 사람이 있게 마련 아닌가? 또 진우는 수미를 생각했다. 그날 밤, 술 한잔 사 달라는 수미의 청을 누군들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덕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이 간 여자가 수미 같았다면 덕배가 아무리 목석이라 해도 열에 여덟은 걸렸을 것이다. 덕배도 남자인 것이다. 또한 진우는 부..

오늘의 소설 2024.03.17

파투(破鬪) 13. 대혼란(4) 누구를 믿어야 하나

같은 날인 7일 아침이었다. 덕배를 실은 장철규의 차가 원주에서 출발했다. 미자의 차도 그 뒤를 따랐다. 오전까지라고 했으니 서울까지 가는데는 시간이 충분했다. 장철규는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서자 고용주인 야쿠자 송길천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 약속한 장소로 갈까요?" "아니요. 일단 용인까지 오면 다시 연락 하시요." 약속 장소가 서울에서 용인으로 바뀐 후 거의 한 시간을 달려 용인에서 다시 전화를 걸었더니 동수원 톨게이트를 통과하면 다시 연락하라는 것이다. "야, 미자야. 내 차가 보이냐?" "바짝 붙으라며? 바로 뒤에 있잖아?" "어? 그렇구나. 헌데 이 자식이 또 바꿨다. 동수원 톨게이트로 빠지란다." "오빠라면 안 그러겠어? 미행이 겁나니까 그러겠지." "아무튼 잘 따라와." "알았어." 동수원까..

오늘의 소설 2024.03.17

파투(破鬪) 13. 대혼란(3) 이상한 납치

비슷한 시간에 신동규는 마쓰다와 밀실에서 술상을 마주하고 있었다. 신동규패가 관리하는 일본식 술집 중 한곳이었다. 술상은 간결했다. 정종에 단 세 가지의 안주 뿐이었다. "오늘 낮에 떠났다고?" "예." "언제 다시 접촉하기로 했어?" "그건 그곳의 사정에 맞춰야 되지만 늦어도 7일 오전까지 일을 마치기로 했습니다." "7일이면 내일 모레 아냐? 음, 좀 앞당길 순 없는 건가?" "약속하고 만나는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곳의 형편에 맞춰야지요. 납치란 완벽한 기회가 아니면 반드시 뒷탈이 나게 마련이지요." "그걸 누군 모르나? 그러니까 돈을 들여 그 방면의 전문가를 썼지. 누군 일할 사람이 없어 그깟 놈 하나 잡아오는데 돈까지 싸다 바치겠어." 신동규는 애써 기분이 상하려는 것을 참으며 마쓰다가 따라 ..

오늘의 소설 2024.03.17

파투(破鬪) 13. 대혼란(2) 공포탄

12월 4일 밤이었다. 석호는 진우가 해 준 저녁밥을 먹자말자 등이 쑤신다며 개켜놓은 이불더미에 엎드려 있었다. 진작 설거지를 끝낸 진우는 밖으로 나가 장작을 한아름 가져와 난롯가에 쌓았다. 어제부터 진우는 자신과 석호의 밥을 컨테이너에서 해결하기로 했었다. 끼니마다 노인이 챙겨다주는 밥을 앉아서 받아먹기가 송구해서였다. 그렇다고 진우가 가서 가져 온데도 밥을 준비해야 하는 노인의 수고는 마찬가지인데다 가깝지도 않은 거리에 날씨마져 추웠던 것이다. 컨테이너에 이미 그릇과 냄비가 있으니 쌀만 있으면 되었다. 그런 진우에게 덕배 아버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쌀과 찬거리를 챙겨주었다. 진우는 난로에 나무토막을 넣고 그 옆에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석호야, 자냐?" "아 아니요. 안 자요." "그럼 한 가지 물..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3. 대혼란(1) 대박의 꿈

12월 3일이었다. "그래, 걔들이 널 만나자는 이유가 겨우 그거였어?" "예. 하지만 형님, 막상 놈들을 만나고보니 겨우가 아니던데요?" "겨우가 아니라니? 애새끼 하나 잡아다 달라고 했다며? 그런 일이야 양아치 애들을 쓰거나 조선족을 쓰면 한 장도 안들 일이잖어?" "그놈들이 그걸 몰라서 우리에게 돈을 들이겠습니까? 큰거 석 장을 주겠다는 걸 보면 상대가 그만큼 거물이란 얘기 아닙니까?" "뭐야? 석 장? 정말 석 장이란 말이지? 죽이지 않고 잡아서 갖다주기만 해도 3억을 주겠단 말이지?" 잔뜩 입맛이 당긴 찐드기 유명우가 담배를 물고 탁자 위의 두발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맞은편에 앉았던 장철규가 길게 팔을 뻗어 라이터를 내 밀었다. "도대체 잡으려는 놈이 누구래?" "실행 전날 아르켜 준다니 알 수..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3) 한숨

진우와 덕배가 목욕탕에 있을 무렵, 김기동은 석호를 가두어 놓은 모텔에 들렸다. 석호에게 전화를 걸게 하려는 거였다. 적당히 석호를 구슬린 김기동이 오정철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재개장 날짜는 열흘 후인 12월 12일로 정했다. 귀를 기우려 통화 내용을 들은 김기동은 만족했다. 석호의 연기력에 그 쪽이 완전히 넘어간 듯 했기 때문이다. 김기동은 생각했던 다음 단계를 오덕에게 은밀히 지시했다. "저놈을 당분간 굴에다 곽덕배 쫄짜와 함께 묶어 둬. 한 번만 더 써먹게 말이야. 도망 못하게 잘 묶어. 한번만 더 써먹고 그놈과 함께 묻어버릴 거니까." 오덕은 부하 한놈과 쇠사슬과 연장을 차에 싣고 석호를 태워 신동산 은광으로 향했다. 오정철과 안순태를 가두었던 그곳에는 구본웅을 묶어두고 있었다. 그제까지만 해도..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2) 아버지의 과거

목욕을 끝낼 때까지 이어진 덕배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강 이랬다. 다음은 덕배가 알고 있는 내용에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같이 도망나온 남자의 이름은 이한구였는데 고아원에 있었을 땐 누구보다 영옥이를 챙겨 오던 그는 처음엔 착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그러던 이한구는 전과가 늘고 나이가 들수록 성격도 삐딱하게 변했다. 감옥을 들락거리며 사귄 놈들과 어울려 술과 노름은 물론 갖은 나쁜 짓을 배운 것이다. 나중엔 조직 몰래 삥땅친 돈으로 마약까지 했다. 돈을 빼돌린 것이 탄로 난 한구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죽도록 맞아 길바닥에 버려졌다. 그를 몰래 병원에 데려간 사람은 영옥이였다. 영옥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한구를 남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혈육과도 같은 진한 감정이 쌓였던 ..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1) 숨겨둔 패

"지금 뭐 하냐?" 전화를 받자말자 덕배가 뱉은 첫마디였다. "으음. 지금 컨테이너 경첩 고치고 있다. 헌데, 이거 너무 망가져 잘 되질 않는군." "그럼, 새걸루 하나 사 둘 테니까 그건 아예 버려라. 참, 너 점심 먹었냐?" "아직 열한 시도 채 안 되었을 텐데 무슨 점심 타령이야?" "그럼 잘 됐네. 너 지난 번 내가 갔던 그 길로 지금 내려와라. 내 차 알지? 그 차로 우리 직원 보낼 테니까." "뭐라고?" 다소 황당한 기분이 든 진우였다. 대낮인 지금 시내로 나오라는 덕배의 말을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해서였다. 이곳이 노출될 것을 꺼려 밤에만 몰래 다녀가는 덕배였다. 헌데 왠 일로 쫒기고 있는 걸 뻔히 아는 자신을 대낮에 불러 내는 것일까? "야? 너 갑자기 돌았냐? 한 낮에 나 보구 시내로 ..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1. 혼돈의 틈에서(3) 숨은 전쟁터

"석호 말이 사실이라면 김기동의 계획은 이미 종친 거나 마찬가집니다. 사장님." 신동규를 향해 안순태가 큰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신동규는 손가락으로 턱을 문지르며 눈을 차창 밖에 꽂은 채 말이 없었다. 대신 오정철이 나섰다. "순태 넌 김기동을 아직도 모르냐? 그놈이 그렇게 쉽게 포기할 놈이 아니잖어?" "기술자가 떠났다며? 그럼 끝이지 별 수 있냐? 기술자 없는 하우스로 뭘 할 수 있겠어? 끝났어. 끝장났다니까. 사장님은 그런 생각이 안 드십니까?" 신동규는 그 답지 않게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아버지인 신회장이 말한대로 침착하게 생각을 해 보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기술자야 또 불러오겠지. 뭐 그놈들 밖에 없겠냐?" 오정철은 김기동이란 놈이 쉽게 포기하지 않을 놈이란 걸 안순태에게 심어주려 애쓰고..

오늘의 소설 2024.03.16

파투(破鬪) 11. 혼돈의 틈에서(2) 개장

12월 1일 오늘이 김기동과 부엉이 최태식이 벌여놓은 하우스가 개장하는 날이었다. 이미 전날, 점검에 점검을 했건만 또다시 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다시 한 번 점검을 강요하는 김기동의 발길이 바빴다. 어젯밤 대구에서 올라온 참가자 이십여 명은 아직 모텔에서 머물고 있었고 오늘 오전에 창원에서 이십여 명이 버스를 대절해 온다는 연락이 있었다. 그들이 도착하는 즉시 게임을 시작하기로 한 것이다. "바깥 날씨가 생각보다 차더라. 미리 실내의 온도를 후끈하게 높혀." "예, 사장님, 실내 온도는 30도 이상 올릴 수 있습니다." "몇 도를 올리던 네가 책임지고 춥지 않도록 만 하란 말이다. 알았냐?" "옛, 사장님." 김기동은 천태종의 지시를 받는 모든 조직원들에게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성과급을 지급하겠다는 큰소..

오늘의 소설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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