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한복만의 죽음허견은 허적의 얼자(孼子)로 태어났다. 비록 서얼이긴 했으나 견의 경우는 다른 사대부 집안과는 대우가 좀 달랐다. 아니, 달라도 완전히 달랐다. 조선 땅에서 서출이야 어디 사람값에나 들 것인 가마는 허견만은 예외였다. 허적은 정실(正室)에게서 아들을 두지 못했다. 적자(嫡子)가 없고 보니 자연히 서자인 어린 허견을 가까이 두었다. 글과 글씨를 익혀주며 아이의 재롱을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그러다 그만 자식에게 빠지고 말았다. 허견은 자라면서 무소불위의 인간이 되었다. 무슨 짓을 해도 아비의 비호가 있었고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아비가 막아주었다. 열다섯 살에 술맛을 익혔고 열일곱에 장가를 갔다. 그 후가 고약했다. 기생으로 길을 트더니 집안의 반반한 종년은 다 건드렸고 그다음은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