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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설 121

송원일 서장(序章) 3.한복만의 죽음

3.한복만의 죽음허견은 허적의 얼자(孼子)로 태어났다. 비록 서얼이긴 했으나 견의 경우는 다른 사대부 집안과는 대우가 좀 달랐다. 아니, 달라도 완전히 달랐다. 조선 땅에서 서출이야 어디 사람값에나 들 것인 가마는 허견만은 예외였다. 허적은 정실(正室)에게서 아들을 두지 못했다. 적자(嫡子)가    없고 보니 자연히 서자인 어린 허견을 가까이 두었다. 글과 글씨를 익혀주며 아이의 재롱을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그러다 그만 자식에게 빠지고 말았다. 허견은 자라면서 무소불위의 인간이 되었다. 무슨 짓을 해도 아비의 비호가 있었고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아비가 막아주었다. 열다섯 살에 술맛을 익혔고 열일곱에 장가를 갔다. 그 후가 고약했다. 기생으로 길을 트더니 집안의 반반한 종년은 다 건드렸고 그다음은 온..

오늘의 소설 2024.05.06

송원일 서장(序章) 2. 허견

2. 허견김민세를 만난 며칠 후였다. 송수호가 내리 닷새를 장번(長番)을 서고 나와 늦은 아침밥을 먹고 곤하여 사랑에서 잠깐 눈을 붙여 볼 참이었다. 막 목침을 베고 누우려는데 밖에서 노복이 연통하는 소리가 들렸다."나으리, 옆집 대감 마님께서 납시셨습니다.""뭐? 옆집 대감? 헛 !"옆집 대감(大監)이라면 영의정    허적(許積)아닌가? 깜짝 놀란 송숳가 의관을 갖추는 것은 고사하고 목침도 그대로 둔채 황급히 문을 열었다. 그러나 문이 열리는 순간 멈칫했다. 영상 대감이 아니었던 것이다. 영상 대감의 아들 허견(許堅)이었다. 아니. 다시 말해 영상 대감인 허적의 서자(庶子) 허견이 뒷짐을 지고 버티고 있었다.'이런 일이, 쯧.' 다시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었다. 오도체찰사 겸 시임 정일품 영의정이 실성을..

오늘의 소설 2024.05.06

송원일 서장(序章) 1. 송수호

서장(序章)1. 송수호숙종 5년 (1679),하지(夏至)가 지나자 한여름으로 변한 더위는 타는 듯 계속되었다. 이렇 땐 소나기라도 한차례 퍼부어주면 속이라도 후련하련만 오늘도 비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달포 가까이 비 한 방울 없으니 논밭은 타들어가고 백성들은 하늘만 애타게 바라볼 뿐이었다.      어젯밤에도 숙직을 선 송수호가 적선방 사헌부를 나서 집으로 향했다. 광화문 터를 지나 십자교 쪽으로 꺾어 들었다. 다리 밑 실개천은 이미 바짝 말라 있었고 개천가의 풀들도 누렇게 말라죽었다. 땅에서 올라온 열기가 이글이글 아지랑이가 되어 피어오르고 거리를 오가는 행인이라곤 어디에도 없었다. 한데 그 길을 멀리서도 눈에 익은 걸음으로 휘적휘적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저 친구가?"분명 홍문관 ..

오늘의 소설 2024.05.06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4) 파투

여덟 시 반이 넘어 아홉 시에 가까워 갈 무렵이 되자 판돈이 커지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도박꾼들의 열띤 분위기로 하우스 안은 그야말로 용광로 같았다. 그때까지 윤치우는 참을성 있게 판세를 살피며 꾸준히 한 번의 배팅 찬스를 노리고 있었다. 윤치우는 현금 카드로 5억 중에 2억을 현금으로 환전했다. 거기에 신동규가 챙겨 준 5천을 합해 총 2억 5천을 가지고 시작을 했었다. 게임을 시작해서 얼마 안 돼 오륙천만 원을 잃었던 윤치우가 끈질긴 관찰과 소액 배팅을 한 결과로 초장에 잃었던 오천을 되찾았다. 카지노의 바카라에 단련된 눈이어서인지 서서히 돌아가는 판세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윤치우의 옆자리에 앉은 장철규는 판세나 배팅보다는 스크린과 사람들의 움직임에 더 관심을 가진 듯 단추로 위장한 몰래 카메라..

오늘의 소설 2024.03.19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3) 긴박한 밤

유명우와 장철규가 황톳 방으로 가는 덕배와 미자를 향해 의미 있는 웃음을 짓고 있는 그 시간에 사북 오거리로 진입하는 차들이 있었다. 정팔봉과 강철만이 탄 차였다. "중대장님, 저리로 들어갔습니다." 입구에서 진우가 들어간 곳을 감시하던 두 예비역 대원이 달려와 이층을 가리켰다. 그들은 제각기 덕배의 사무실 앞까지 차를 몰아 세웠다. 정팔봉과 강철만이 성큼성큼 계단을 뛰어 올라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요. 이 쪽으로 오시지요." 칠수가 그들을 탁자로 안내하자 정팔봉과 강철만은 그럴 생각이 없는 듯 사방을 돌아볼 뿐이었다. "아니 안 보이잖아? 이놈이 그새 또 어디로 샌 거야?" 정팔봉이 기가 차다는 얼굴로 강철만을 돌아보았다. "글쎄 말입니다. 이리로 들어가는 걸 우리대원이 분명히 봤다는데 ..

오늘의 소설 2024.03.19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2) 적진 속으로

열 시경, 순복의 아버지 정팔봉 씨와 해병전우회 중대장 강철만이 영월의 고속버스 정류장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요즘은 카페가 대세여서 다방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북에서 만나면 서로 가까울 텐데 왜 하필 이곳인가?" "사위 되시는 분이 카지노 주변에 있을 확률이 높아섭니다. 너무 노골적으로 사람을 풀어 자신을 찾는다는 낌새를 주면 곤란하잖습니까. 그러면 또다시 숨을 테니까요." "그건 그렇네만.." "대원 전원에게 이진우의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그리고 소집을 해서 한 곳에 모으는 것보다 삼삼오오 흩어져 찾는 것이 넓은 지역을 카바하는데 유리할 것 같습니다." "이곳 지리야 자네가 훨씬 잘 알 것 아닌가? 작전은 전적으로 자네 소관이니 맘대로 하게. 헌데 어디어디 배치했나?" 정팔봉씨가 묻기를 ..

오늘의 소설 2024.03.19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1) 담판

"부장님 구경은 하셨나요?" 신동규가 윤치우의 얼굴을 빤히보며 물었다. 표정을 보고 돈을 땃는지 잃었는지를 가늠해 보려는 것이다. "아, 구경만 했어, 카지노와 어떻게 다른지 구경만 했다고." "그래서 공부는 좀 하셨습니까?" "자네가 말한 걸 염두에 두고 두어 시간 관찰을 했지만 배팅할 순간을 잘 모르겠더군." "초저녁이라 판돈이 크질 않아서였을 겁니다. 자정쯤 되면 판이 커져서 딜러도 진짜 타짜로 바뀝니다. 제가 말한 대로만 하시면 카지노보다 열배의 소득이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 윤치우는 자신 앞으로 산더미 같이 쌓인 돈다발을 상상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윤치우는 내일은 밤 열 시까지만 게임을 하고 빠지리라 계획하고 있었다. 자정에는 검경이 총 출동해서 놈들을 검거하기로 얘기가 된 것이..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4) 누군가를 위하여

진우가 사무실을 나서든 시간쯤이었다. 영월의 한 모텔에서는 수미가 부엉이와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안 일어날 꺼야? 세 시가 다 됐단 말이야. 시작하려면 한 시간 밖에 안 남았는데 어쩔려구그래? 아 어서 일어나, 일어나라니까?" 부엉이는 채촉하는 수미의 말을 묵살하고 베게에 코를 박고 죽은 척 했다. 수미가 이불을 훌렁 재꼈다. 팬티도 입지 않은 최태식의 볼기짝이 들어났다. 그러거나 말거나 부엉이 최태식은 양손으로 베게를 움켰다. "흥, 좋아, 좋다구. 안 일어나면 나만 갈 거야. 어차피 오늘 애들이랑 중간 정산하기로 했으니까 그 돈만 챙겨 나만 대전으로 갈 거라구. 혼자 잘 해보셔." 부엉이가 한쪽눈으로 수미를 째려보더니 단번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뭐? 간다구? 이게 그까짓 돈 몇푼을 벌더니 보이..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3) 골치아픈 문제

같은 날인 8일 밤이었다. 덕배는 원주에 있는 소위 이름도 거창한 과수원 낚시터인 유명우의 본가에 다시 와 있었다. 부평에서 출발했다는 유명우가 오기를 기다리며 덕배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 쯤 사북의 사무실에서는 난리가 났으리라. 오늘로써 만 삼일 째 사무실과 진우에게 자신의 위치를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낮에 점심을 함께 하고 헤어진 진우는 당분간 사무실에 내려오지 않을 터이니 자신의 실종을 모를 것이었다. 그러니 일부러 알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칠수와 만기에게 조차 연락을 하지 않았으니 녀석들이 사장의 행방을 알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하고 있을까? 그러나 자신의 실종을 김기동이 알게 만드는 것으로 신사장과 말을 맞추었기에 역시 귀띔조차 할 수 없었다. 덕배를 납치한 신사장이 미쳐 하우스에..

오늘의 소설 2024.03.18

파투(破鬪) 14. 폭풍전야(2) 외나무다리

진우에게 춥다는 생각이 든 것은 석호가 나간지 두 시간이 넘어서였다. 그러고보니 땔감 넣는 걸 잊은 난로는 식어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오후 두시에 가까웠다. 아침도 시원찮게 먹은 데다 점심도 먹지 않았으니 배가 고플만한데도 크게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한 진우가 일단 난롯불을 다시 지피기 위해 불 쑤시개를 찾았다. 그 순간 주머니 속의 휴대폰이 울었다. 덕배 사무실의 만기였다. "형님, 형님이 복원한 사진 말입니다. 그 사진의 여자가 누군지 알았습니다." 만기의 생기 돋친 말에 진우는 깜짝 놀랐다. 의외의 일이었던 것이다. "어, 그래? 누구래? 누가 알아보데? 그 여자의 정체가 뭐래? 지금 어딨데?" "하하 원 형님도...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물으시면 어쩝니까? 가만 계세요. ..

오늘의 소설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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