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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86

투견판 1.미친 개들 (6) 양구택

간밤의 승학산 사건을 모르는 배한열은 아침 일찍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가고 있었다. 무스 머리 일당이 지름길을 지키고 있을지 모르니 이제부터는 사뭇 큰길로만 다녀야 할 것 같았다. 그러려면 시간이 더 걸리니 빨리 걸을 수밖에 없었다. 학교가 가까워지자 등교하는 학생의 수도 많아졌다. 그런데 교문에 들어설 때부터 뭔가 분위기가 이상 했다. 그리고 한열이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이 함성을 지르며 모여들었다. 놀란 한열이 영문을 몰라 할 때 준석이가 앞으로 나왔다. "야, 너 뉴스 들었지?" "뉴스? 무슨?" "너 몰랐냐? 어제 우리를 쫓던 형들이 승학산에서 미친개들에게 물려 죽었데. 지금 그 일 때문에 학교가 생난리 아니냐?" "뭐? 어제 나를 잡으러 승학산에 올라갔던 그 양아치들 말이냐?" "그렇다니까. 어..

오늘의 소설 2024.02.24

투견판 1.미친 개들 (5) 승학산

한편, 승학산으로 올라간 무스 머리 일행은 산 정상 공터에 도착했다. "이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분명히 하나뿐이던데 이 자식은 안 보이잖아?" "그러게. 분명히 이 산으로 오르는 걸 우리 모두 봤잖아?" 무스 머리와 여드름쟁이가 씩씩거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비쩍 마른 두 놈도 숨이 차서 헐떡거리며 나무 사이로 눈길을 주었다. 그러나 산 정상 어디에도 한열이는 커녕 사람이라곤 눈에 띄지 않았다. "야, 헌데 이 산엔 어째 사람 새끼 하나 없냐?" 비쩍 마른 두 놈 중 한 명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넌 테레비도 안보냐? 그저께 여기서 두 사람이 미친개에게 물렸다잖아?" 여드름쟁이가 심드렁하게 대답하였다. "아, 여기가 그 산이냐?" "야, 그럼 우리도 위험한 것 아니냐?" 무스 머리의 말에 또 다른..

오늘의 소설 2024.02.24

투견판 1.미친 개들 (4) 불량배들

하교 시간이었다. 항상 버스로 등하교를 하던 기동이와 준석이가 웬일로 한열이와 함께 가자고 했다. 어차피 기동이나 준석이 집의 방향이 한열이와 같은 쪽이었다. 세 친구는 나란히 교문을 나서 큰길을 따라 걸었다. "야, 이 길로 가면 멀어. 저쪽으로 가면 빠르잖아?" 농수산물 센터 부근에 사는 준석이의 말이었다. "나도 알어. 헌데 그쪽엔 삥을 뜯으려고 양아치들이 있단 말이야." "나도 몇 번을 그 길로 가 봤는데 그런 형들은 못 봤는데?" 준석이는 한열이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재수가 좋았겠지. 나도 어쩌다 한 번씩 당하니까." "야, 나만 믿고 이리로 가자. 돌아갈 것 뭐 있냐?" 준석이가 기동이의 팔을 끌며 한열을 돌아 보았다. "야, 한열아, 준석이 말대로 이리로 가자. 스릴 있잖아? 만약..

오늘의 소설 2024.02.23

투견판 1.미친 개들 (3) 등교

다음날 아침이었다. 관교동에 사는 같은 반 친구 김기동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나 마나 학교에서 쓸 해부용 개구리를 잡으러 가자는 전화일 것이었다. "야, 어제 가르쳐 준 장소로 나오라고. 아, 걱정 말어. 이 형님이 네 것까지 잡아 줄 테니까. 준석이도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얼른 나오기나 해." 인천 토박이인 기동이는 시내는 물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이곳의 모든 지형을 꿰고 있다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개구리는 어릴 때부터 늘상 잡아왔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개구리 잡을 일이 걱정이던 한열은 김기동의 솜씨를 믿어 보기로 했다. 약속한 장소는 집에서 약 2키로미터여서 한열의 걸음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야, 너 빈손으로 왔냐?" 김기동이 한열을 보자말자 어이가 없다는 듯 턱을 내밀었다. 준석이는 킬..

오늘의 소설 2024.02.23

투견판 1.미친 개들 (2) 배한열

토요일이어서 4교시를 끝으로 수업을 마친 한열은 교문을 나섰다. 이제는 전자오락실이 늘어선 골목의 지름길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 다닐 형편도 아니었다. 집안 사정으로 보아 교통비도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한열이는 지금까지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 적이 몇 번 없었다. 한열은 큰길을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 지름길을 버리고 큰길로만 가려니 너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없이 또 다른 지름길인 주택가와 아파트를 가로질러 승학산을 향해 걸었다. 승학산은 학교와 집 중간에 위치한 공원 같은 산이다. 산만 넘으면 집은 멀지 않았다. 한열은 성큼 산길로 들어서서 걸음을 빨리했다. 높지 않은 산이어서 20분이면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 이를 즈음 한열은 나무 뒤로 무엇인..

오늘의 소설 2024.02.22

투견판 1.미친 개들 (1) 일상

1995년 5월,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안양에서 인천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의 낡은 포장도로에서 트럭끼리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한 트럭에는 식용 개가 잔뜩 실려 있었다. 이 사고로 운전자들은 모두 즉사했고 충돌 시에 흩어진 개장 안에도 죽은 개가 많았다. 그리고 문이 열린 채 속이 텅 빈 개장도 있었으나 사고 처리반 누구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 배한열은 수업이 끝나자 곧바로 교문을 나섰다. 그리고는 길을 건너 전자오락실이 밀집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 길은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어서 한열이 늘 다니던 코스였다. "어이, 너. 이리 와." 낯선 소리에 한열은 좌우를 돌아보았다. 저쪽 골목에 몇 명의 양아치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요?" 가슴이 뜨끔해진..

오늘의 소설 2024.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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