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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소설 70

투견판 4. 동업자들(6) 서유석

양구택이 한열이와 함께 컨테이너가 있는 곳에 이르자 동방불패가 반갑다고 철망을 긁으며 짖어댔다. 동방불패가 아는 척을 하자 태산이에게 외면받았던 양구택은 한결 기분이 풀려서 철망 사이로 손을 넣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때 컨테이너의 문이 열리더니 빗자루를 든 배철권이 나왔다. "아이고 선배님 오셨군요." "엇, 동생이 여기 와 있는 줄은 몰랐네." "그동안 한 번도 찾아뵙지 못 해 죄송합니다." "원 별 소릴 다 하는군. 더구나 야간 근무를 하면서 무슨 소린가? 오히려 낮에는 쉬어야 할 자네에게 개들까지 맡긴 내가 미안한 짓을 했지." "원, 선배님도.... 한데, 개들과 짐을 오늘 다 옮기실 겁니까?" "일단 개들을 먼저 옮기려고 하네. 내가 아직 운전을 못하니까 내 트럭에는 철망과 급하지 않은 ..

오늘의 소설 2024.02.29

투견판 4. 동업자들(5) 싸우지 않는 투견

"준비 됐냐?" 전화기 넘어에서 고달수가 대뜸 물어왔다. 그러자 양구택이 심드렁한 목소리로 응수했다. "준비할 게 뭐가 있어? 네놈이 와서 이 형님을 모셔가면 그만이지." "아, 그 자식하고는. 임마, 길 떠나기 전에 밥도 먹고 화장실도 미리 갔다 왔는지 네놈을 걱정하는 것 아니냐?" "네 놈이 이제야 철이 나는가 보다. 안 하던 내 걱정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다." "이게 널 걱정하는 거냐? 태산이를 돌볼 놈을 걱정하는 거지." "아, 시끄러. 빨리 오기나 해. 너 지금 어디냐?" "너의 집에 거의 다 와 간다. 끊어." 고달수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자 양구택은 손에 든 전화기를 멍 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 이 자식들이 언제부터 제 맘대로 전화를 탁탁 끊냐?" 양구택은 놈들의 행동이 동업을 하기로..

오늘의 소설 2024.02.29

투견판 4. 동업자들(4) 놓을 수 없는 불안

다음 날인 토요일의 투견 시합은 구로동에 있는 서 사장의 자동차 서비스 공장에서 이루어졌다. 근로자들이 모두 퇴근한 후라 주위의 공장들은 이미 어둠에 묻혔고 서 사장의 공장도 밖에서만 봤을 때는 사뭇 정적이 감돌았다. 그러나 공장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딴 세상처럼 밝은 조명이 투견장인 링 안팎을 비추고 있었다. 투견장엔 이미 미리 와서 자리를 잡고 있는 회원만도 삼십여 명이나 되었다. 출석률이 지난여름보다 배에 가깝게 늘어난 것이다. 마찬가지로 판돈 역시 몇 주 사이에 엄청 늘어났다. 신규 회원도 오륙 명 불어나고 분위기도 고조되어 하루 두 게임의 총 베팅액이 십억 원에 달했던 것이다. 고달수는 이미 삼십 분 전에 투견장인 서비스 공장 옆에다 트럭을 세워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시합에 나갈 진돗개를 넣은 ..

오늘의 소설 2024.02.29

투견판 4. 동업자들(3) 찜찜한 관계

삼 일 후인 금요일 저녁이었다. 고달수는 조중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날 총무인 황백구가 고달수의 농장으로 와 풍산개 한 마리를 골랐는데 고기는 주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풍산개 한 마리와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는 개는 무슨 개라고 보십니까?" 고달수의 말을 듣고 난 조중구의 물음이었다. "글쎄요, 풍산개가 진돗개 보다 낫다고 하나 핏불에게는 상대가 안 될 거요. 그러니 내 생각엔 삼대 잡종견이나 아니면 아키타 정도가 아닐까 싶소만.... 그냥 내 추측일 뿐이요." "알았습니다. 일단 고달수 씨의 개는 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것만 참고하겠습니다." "참, 그리고.... 이걸 얘기해야 하나 모르겠소만, 내일 도사견의 시합도 있을 모양인데 그중 한 마리가 고기를 먹었다는 정보가 있었소. 도사 ..

오늘의 소설 2024.02.29

투견판 4. 동업자들(2) 동업의 조건

양구택이 입원을 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어느 날이었다. 부러지고 찢어졌던 상처가 차츰 나아가자 양구택은 입원실에 처박혀 있는 생활이 지긋지긋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원 기간 동안 걱정이 태산처럼 커져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걱정거리가 아닌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중에 태산이와 동방불패를 배철권 부자에게 맡겨 놓은 일이 가장 마음에 걸렸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배철권은 한때의 권투 후배라고는 하나 생면 부지나 다름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개들의 관리를 맡겼으니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내나 아직은 어린 학생인 아들에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 그들은 아직 태산이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설혹 알았다 해도 아내나 아들이 태산이와 동방불패를 어떻게 다룰 수 ..

오늘의 소설 2024.02.29

투견판 4. 동업자들(1) 피스 오브 케익

토요일 오후 여덟시경이었다. 조중구는 간신히 게임 시간에 맞춰 투견장에 도착했다. 투견장은 지난주와 같은 장소인 인천의 외곽 지대인 남촌이었다. 조중구가 서울에서 출발한 것은 여섯 시 반 경이었다. 이곳까지는 한 시간 정도의 거리였었기에 약간의 여유를 두고 떠났으나 지난번에 왔던 길을 기억에서 더듬느라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조중구가 도착했을 때 검은 보온 덮개를 씌운 커다란 비닐하우스 앞에는 이미 차들이 꽉 들어차서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을 정도였다. 구석에다 차를 세운 조중구가 서둘러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서자 마침 황백구 총무가 첫 번째 시합을 소개하고 있었다. ".....에, .... 그렇게들 아시고 베팅을 하시되 일본에서 온 도사는 A, 한국의 도사는 B로 표기를 하시기 바랍니다. 다시 말씀 드..

오늘의 소설 2024.02.28

투견판 3. 투견꾼들(6) 서 회장

금요일 오후였다. 퇴근 준비를 하고 있는 조중구에게 고달수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러지 않아도 베팅액을 올리기 위해 낮에 은행에 들려 공탁금을 넉넉히 넣어 놓은 조중구였다. 지난주에도 본전 빼고 6천만 원을 땄던 것이다. 물론 고달수의 정보를 이용한 승리였다. 고로 고달수에게 2천만 원을 보냈었다. "이번 경기는 내일 한답니다." "연락 받았습니다. 지난번 거기서 한다지요?" "그런가 봅니다. 내 개는 풍산개 두 마리가 나갑니다. 그리고 총무가 왔었는데 고기는 분명히 먹이지 않았소." "상대 개는 무슨 종이랍디까?" "그건 말을 하지 않았지요. 하나, 그걸 알아 무엇하겠소? 요는, 내 개에게 약을 먹이지 않았단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소?" "하긴 그렇지요. 잘 알았습니다." 다른 직원들과 섞여 연구실 문을..

오늘의 소설 2024.02.28

투견판 3. 투견꾼들(5) 개장수 가문

이튿날이다. 마누라가 밀어주는 휠체어를 타고 방금 화장실을 다녀온 양구택이 침대로 옮겨 앉기도 전에 전화기가 먼저 요란한 소리로 울었다. 양구택은 휠체어에 그대로 앉은 채 폴더를 열었다. 박철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제 죽은 개들은 다 처치를 했다. 그리고 네 개도 봤고." "그래? 날 대신해줘서 고맙다." "그런데.... 네 개 말이다. 그 태산이라는 개." "말해." "그거 내게 팔라면 네가 안 팔겠지?" "팔아? 왜? 내가 팔겠다면 네가 사게?" "네가 지금 농담이 아니라면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용의는 있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네가 돌지 않았다면 나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용의가 있다." "음, 내가 예상한 답이어서 욕은 않겠다. 대신 말이다. 이건 내 진정이 담긴 말이니까 너도 진정으로..

오늘의 소설 2024.02.28

투견판 3. 투견꾼들(4) 세 친구

"이거, 이 개들이 보통 개와 다르다는 건 안 봐도 비디오다. 보통 개들이야 우리 냄새만 맡아도 동작 그만 아니냔 말이야. 야 철구, 이 소리 들리지? 겁없는 소리 말이야." "정말이다. 하지만 구택이 말로는 확실히 가두었다니까 일단 한번 구경이나 해 보자고." "그러지. 우리가 온 목적도 그거니까. 하지만 조심은 해야 될 거다. 이놈들은 우리가 개장사라는걸 무시하는 것 같아." "그러게 말이야. 이런 경우는 머리털 나고 처음이구먼." 고달수와 박철구는 소리가 나는 컨테이너 쪽으로 다가가 가만히 작은 창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안이 어두워 눈이 어둠에 적응할 때를 잠시 기다려야 했다. 두 사람이 어둠을 가만히 주시하는 사이 갑자기 뒤집어질 듯 컨테이너가 왈칵 흔들리더니 창문에 웬 괴물의 주둥이가 불쑥 나..

오늘의 소설 2024.02.27

투견판 2. 투견 게임(1) 조중구

주식회사 동의당은 현재, 국내에선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제약회사다. 동의당은 해방과 더불어 일제가 남기고 간 제약시설로 도일세가 창업한 회사였다. 청심환과 고약, 무좀약 같은 몇 가지 약으로 시작한 회사가 구중 청량제인 인단으로 한동안 꽤나 재미를 보았다. 그러다 6. 25가 터지자 잠시 문을 닫았다가 서울이 탈환된 후 이번엔 머큐로크롬이나 소독용 알콜을 만들기 시작했다. 전쟁통이어서 다친 자도 많고 워낙 비위생적 환경에 노출되던 시기라 이런 제품은 잘 팔렸던 것이다. 전후에는 소화제 종류로 눈을 돌려 쾌명수라 이름 붙인 물약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신문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 광고의 효과는 컸다. 한마디로 불티가 나게 팔렸다. 쾌명수는 바로 동의당의 오늘날을 있게 한 제품이었다. 그 후 도일세가 죽자..

오늘의 소설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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