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파투(破鬪) 14. 폭풍전야(1) 사라진 친구

fiction-google 2024. 3.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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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아침이 밝았다. 어젯 밤은 진우에겐 악몽 같은 밤이었다. 칠수에게서 덕배의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다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한 것이다. 그 사이 별의 별 흉칙스러운 상상과 불길한 생각을 다 하다 보니 머리가 어지럽고 아팠다. 덕배의 직업과 전력을 아는지라 더욱 불안했었다. 덕배가 이정도의 성공을 거두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적을 만들었을 것인가? 웃는 자 뒤엔 우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고 샴페인 잔을 든 사람 뒤엔 칼을 든 사람이 있게 마련 아닌가? 또 진우는 수미를 생각했다. 그날 밤, 술 한잔 사 달라는 수미의 청을 누군들 거절할 수 있었겠는가? 덕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같이 간 여자가 수미 같았다면 덕배가 아무리 목석이라 해도 열에 여덟은 걸렸을 것이다. 덕배도 남자인 것이다. 또한 진우는 부비트랩 같이 교묘하던 수미의 연기력을 떠올렸다. 덕배라고 그 함정과 지뢰를 피할 수 있을까?    여자들의 연기와 거짓말에 당하지 않을 남자가 있다면 그 사람은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은 아닐 것이었다. 예쁜 여자가 앞에 서면 돌로 만든 공자상의 거시기도 꿈틀한다지 않는가? 덕배가 만약 나쁜 놈들의 미인계로 납치가 되었다면 절망이었다. 영화에서 본 조폭의 세계란 인간이 아닌 잔혹한 동물의 세계였기 때문이다.

"형님, 밤에 주무시질 않더니 거울 좀 보세요. 눈이 새 빨게요."

아침밥 지을 것도 잊고 망연자실 앉아 있는 진우를 본 석호의 말이었다. 석호는 진우가 꺼트린 난로를 새로 피우고 밥을 짓느라 부산하게 움직이면서도 걱정스런 표정은 감추지 못했다. 진우의 행동에서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눈치 챈 것이다.

"너무 걱정만 마시고 일단 밥을 드세요. 드셔야 사방에 뛰어다닐 힘이 생기지요. 저도 어두워지면 산을 내려가 알아볼 수 있는데 까지 알아볼게요."

"다 낫지도 않았는데 움직이면 손해야. 넌 가만있어. 그 친구는 내가 잘 알아. 쉽게 당할 사람도 아니고 쉽게 남을 상하게 할 사람도 아니라고. 그러니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 너도 너무 걱정하지 말어. 알았지?"

", 걱정은 형님이 더 하시면서 저보고 걱정 말래요? 좌우간 밥이나 드시고 움직이세요. 어서 이리 와 앉으시라고요."

아홉 시쯤 덕배의 사무실에 도착하니 만기가 홀로 앉아 테레비를 보고 있었다.

"칠수는 어디 갔니?"

"아니요. 자고 있습니다. 연락을 기다리느라 밤을 새웠거든요."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게로군."

""

"손님이 늘었다며? 칠수 없이 너 혼자 감당할 수 있냐?"

"급하면 깨워야지요. 그리고 오늘 구본웅이 올 겁니다. 그럼 걱정 없습니다."

"? 구본웅이 퇴원 했나?"

"며칠 전에 했어요. 본사에 들렸다가 오랜만에 자기 집에도 들려서 온답니다."

"본사?"

", 연합 유니온이 우리 본삽니다.. 용산전자상가 부근에 유니온 빌딩이라고 아세요? 거기가 바로 우리 연합파 본사지요."

"설마 곽사장 건을 본사에 보고한 건 아닐 테지?"

"제가 돌았습니까? 사장님 건은 여기 우리 식구 밖에 모릅니다."

"잘했어. 일단 곽사장의 능력을 믿어보자고.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 봐야지."

진우는 자동 삭제되기 전에 따로 저장해 놓았던 CCTV 화면을 다시 보기로 했다. 예의 저녁 다섯 시 반부터였다. 차가 입구로 들어와 덕배의 사무실 앞에서 차를 돌려 후면 주차를 하자말자 덕배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일 분 정도 뒤에 덕배가 그 차에 동승해 들어왔던 곳으로 나가는 것이다. 전부 2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이었다. 진우는 화면을 되돌려 운전자가 가장 크고 선명할 때 찍힌 장면을 확대했다. 역시 화면 이 선명하지 못했다. 선명한 사진을 원한다면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했다. 허나 진우는 흐린 영상을 보정해 새롭게 복원할 자신이 없었다. 대신 그런 실력이 있는 사람을 알고 있었다. 전에 다니던 회사의 의료기 설계사 이오한이란 사람이었다. 그는 회사 안팍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자로 그런 방면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사람이였다. 그의 결혼식 때 축의금을 냈다는 것 외엔 서로 인사 정도의 친분 밖에 없었지만 지금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회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같은 부서에 있던 직원을 통해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아냈다. 먼저 자신의 신분을 밝힌 후 가족의 실종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했다.

"제 주소를 말씀 드릴 테니 일단 보내보세요."

이오한은 흔쾌히 진우의 청을 들어주었다. 진우는 게중에 가장 선명한 장면을 따서 그에게 보냈다. 이오한이 받자말자 작업을 시작한 듯 불과 20분만에 복원된 두 장의 사진이 왔다. 덕배와 묘령의 여자였다. 사진은 스마트폰으로 셀카를 찍은 것만큼 선명했다. 얼핏봐도 운전자는 미인이었다. 저런 미인이 무엇을 요청한다면 단칼에 거절할 남자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진 속의 여인이 혹시 이 지방에 사는 사람인가를 알아야 했다. 만약 이곳에 산다면 좁은 바닥이라 미인의 신분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었다. 밖에 있던 만기를 불러 물었더니 모르는 사람이란 대답이었다. 선명한 사진을 구했어도 더 이상 물어 볼 사람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꾸물거릴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이 지방 출신인 석호가 알지도 몰랐다. 석호에게 전화기가 없다는 걸 아는 진우는 서둘러 사진을 스마트 폰으로 옮겼다. 그리고 택시를 타기위해 사무실을 나서 오거리에 섰다. 오전이라 택시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마음이 급한 진우는 가야할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가다가 택시가 오면 타려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고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아님을 잘 알지만 마냥 서서 기다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헌데 불과 십여 미터도 걷기 전에 뒤에서 차 소리가 들렸다. 뒤돌아보니 택시였다. 그것도 두 대가 연속으로 다가오더니 앞차가 진우 옆에 섰다. 진우가 뒷좌석의 문을 열려는데 뒤의 택시가 경적을 빵빵 울리더니 기사가 밖으로 나오는 것이다. 택시에서 내린 기사는 바로 진태였다. 진태는 진우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앞차로 다가갔다.

"미안해요. 우리 형님이시거든요.. 나도 요금을 안 받으니까 아저씨가 이해해요."

나이가 지긋한 앞차의 기사는 별일 아니라는 듯 차를 돌려 다시 역전으로 향했다. 진우는 진태의 택시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내 역전에서 보니까 웬 사람이 덕배형 사무실 앞길에 서 있길래 혹시나 형님인가 하고 와 봤거든요? 제 눈썰미가 어디 갈라고요. 형님 맞잖아요."

"기차 올 시간이냐? 왜 역전에 서 있냐?"

"아니요. 오늘 일 시작하자마자 태백에서 여기 병원 장례식장에 오는 손님 두분을 실었지요. 그러고 나니 빈차로 돌아가기도 그렇고 해서 서 있었던 겁니다. 형님은 아침부터 덕배형 사무실에 무슨 볼일이 있었어요?"

", 덕배를 만나러 왔더니 어디 출장가고 없더라. 그래서 돌아가는 길이다."

"그래요? 그럼 지난 번 그 마을로 가면 되겠네요."

"그래, 그런데 넌 역전 보다 하우스에 가면 손님이 더 많지 않냐?"

"에이, 지금은 쉬는 시간이잖아요. 요즘은 오후 네시에 시작해요."

"네 시? 그럼 끝나는 건?"

"새벽 서너 시는 되야 끝날 걸요? 왜요? 형님도 한 판하시게요? 에이 설마..."

"너 혹시 이런 사람 본 적 있냐?"

진우는 핸들 위에 스마트폰을 내 밀었다.

", 형도 사람을 찾아요?"

"혹시 본 얼굴이냐?"   

"헌데 이 여자는 또 누구래요?"

"내가 네게 묻잖아?"

"글쎄요, 저는 처음 보는 얼굴인데요."

이 고장 사람이라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을 택시기사 진태가 모른다면 석호 역시 모를 것이었다. 진우는 가벼운 실망감을 느꼈다. 이제 누구에게 어떻게 탐문을 해야할 지 막막했다. 딱히 도움을 받을 사람도 없었다. 진우는 조직이나 이 세계에 대해 아는 것이 너무 없는 자신이 답답했다. 산 밑 동네에 이르기까지 진태가 쉬지 않고 말을 했지만 다른 생각에 골몰했던 진우가 알아들은 말은 몇 마디 없었다.

"진우형, 담에도 어디 가실 곳있으면 저를 불러주세요. 우선적으로 달려 올 테니까요."

"그래 다음에도 부탁한다. 며칠동안 네 신세를 질 지도 모르겠다."

받지 않으려는 진태에게 차비를 넉넉하게 준 진우는 빠른 걸음으로 산길을 치달았다. 컨테이너에 도착하자 석호는 외출 준비를 하고 있었다.

"? 어디 가려고? 낮에?"

"괜찮아요. 절 잡을 놈은 오덕이하고 광수밖에 더 있어요? 그리고 그놈들은 지금은 잘 시간이어서 괜찮아요. 이럴때 저도 도와야지요."

"말은 고맙다만 그래도 하우스 부근엔 얼씬 하지마라.    재수 없으면 잡힌다."

", 돼지 같은 놈들이 날 어떻게 잡습니까? 참 조금 전에 할아버지 오셨다 가셨는데요. 엽총 갖고 가셨어요."

아차, 덕배 아버지가 아들의 실종을 눈치 챈 것은 아닐까? 진우는 가슴이 뜨끔했다.

"무슨 말씀을 하시데?"

"그냥 형님은 어디 갔느냐구요."

"?"

"그 외엔 별 말씀 없으시던데요? 왜요?"

"아냐. , 너 이 사람 아는 사람인가 좀 봐봐."

스마트폰의 화면에 나타난 여인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봐도 그 년인데...글쎄요? 형님은 이 사진 어디서 났어요?"

"내가 누군지 꼭 좀 알아야 할 사람이다. 본 적이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글쎄요? 틀림없는 것 같긴 한데...이 여자한테 내 밑에 애 둘이 신나게 맞았거든요."

"무슨 소리야?"

"이거...좀 창피한 얘긴데요. 동생들을 데리고 외상값을 받으러 부천엘 갔거든요?"

"외상값이라니? 너 서울서 장사했니?"

"그게 아니라 조직에서 하는 술집이지요. 가끔 단골이 외상을 긋고 질질 끄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럴 땐 우리가 집으로 찾아가 그놈 마누라에게 창피를 줘서 받거든요."

"그래서?"

"그날도 대낮에 집으로 찾아가 외상 진 놈의 부인에게 이웃이 다 들리게 소리를 질렀지요. 남편이 먹은 술값 내 놓으라구요. 왠만한 여자들은 일 분도 안 되서 항복을 하는데 그날의 여자는 남편에게 가서 받으라고 바락바락 대들잖아요. 글쎄."

"그래서? 요점만 말해. 나 시간 없어."

", . 한참을 시끄럽게 떠드는데 아랫 층에서 젊은 여자 하나가 올라오더니 다짜고짜 동생 애들 둘을 발차기로 보내잖겠어요? 저는 깜짝 놀라 비상계단으로 뛰었죠. 헌데..."

"헌데?"

"솔직하게 말씀드리지요. 저도 잡혔어요. 그 여자가 하는 말이 자기도 술집을 하지만 더티하게 애들 시켜 이따위로 외상값을 받게 하지는 않는데요. 이 여자가 그때 본 그 여자가 틀림없는데...글쎄요. 여자에게 얻어 터져서 생각하기도 싫긴 한데...좌우당간 이 여자가 틀림없어요."

석호의 말을 확신 할 수 없는데다 그렇다고 부천까지 가서 확인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쩌면 여길 다시 오지 않을 지도 몰라요. 친구네 집에 숨어다니며 정보를 캘 거니까요. 절 기다리지 마세요. 무슨 소식이 있으면 전화 할게요. 낯선 번호가 떠도 받으세요. 제 전화기는 오덕이 새끼한테 뺏겨서 친구들 걸로 걸 거니까요."

석호가 산을 내려 간 뒤에도 진우는 다음은 어떻게 행동을 해야할 지 몰라 우두커니 난로 가에 앉아 있었다. 어쩌면 덕배 아버지와 의논이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당장 애태울 노인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 이걸 돌려드려야 했는데....’

진우는 자신의 주머니 속에 있는 공포탄을 꺼내들고 망연히 바라보았다. 어쩌면 신사장 패가 총알을 숨긴 자신을 찾기 위해 덕배를 유인해 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이제 놈들은 자신이나 자신이 가진 총알을 요구할 것이었다.

'역시 덕배에게 오는 것이 아니었어. 아니 애초에 열차에서 총알을 줍지 말았어야 해.’

진우는 손에 든 공포탄이 열차에서 주운 총알인 듯 황급히 품속에 감추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닥쳤는데도 어쩔줄 모르는 자신의 무능에 절망했다.

 

진우가 막연히 앉아 있는 그 시간이었다. 신동규의 휴대폰이 울렸다. 윤치우 검사였다.

'? 이 양반이 어제 만나서 얘기를 다 끝내 놓고서 또 무슨 일일까?'

", 부장님, 저 동귭니다."

"? 또 할 말이 있나 해서 놀랐나?"

", 그런 건 아닙니다만..."

", 걱정할 것 없네. 어제 한 얘기는 변동이 없으니까. 바쁘지 않으면 지금 잠깐 봤으면 하네. 전화로 말하긴 뭐해서 그래."

", 나가야죠. 어디로 나갈까요?"

"점심도 먹을 겸, 해원에서 만날까?"

", 곧 그리로 가죠."

해원은 복어 요리로 소문 난 집이었다. 신동규는 서둘러 오정철을 불렀다.

"너 언젠가 해원이라는 복 집 가 봤지?"

"서초구청 건너편에 있는 그 복지리 집 말씀입니까?"

"맞아. 거기 말이야. 가본 지 오랜데 기억하는군."

"점심 드시러 그곳까지 가시는 건 아닐 텐데요?"

"미쳤냐, 점심 한 끼 먹으려고 그 까지 가게? 윤 검사가 거기서 만나젠다.”

"? 어제 만나셨잖습니까? 그런데 사장님을 또 뵙잡니까?"

"그러게 말이다. 그 여우가 나 밥 사줄려고 만나자고 하진 않을 텐데 말이야....."

"설마 내일 내려간다는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사장님."

"누가? 윤 검사가? 윤검사가 왜 내일 내려가? 우리하고 같이 가기로 했었잖어?"

", 아닙니다. 저는 또 혹시나 해서요."

", 말 해. 뭘 혹시나야?"

"워낙 바카라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하루 일찍 내려가서 카지노에 들릴려고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혹시 카지노 게임비를 부탁하지 않을까...."

"?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전화만 해도 될 것을 어쩐지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 안 되겠다. 미리 오천 쯤 현금을 가져가 보자."

신동규는 중간에 은행에 들려 현금을 쇼핑백에 담았다.

"까짓거 하우스만 접수하면 이까짓 돈은 돈도 아니니까...일억쯤 넣을 걸 그랬나?"

", 아까 순태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말입니다. 뽑은 얘들을 데리고 양평 안가에 도착했답니다."

"잘 했어. 교육을 단단히 시키라고 해. 예행연습도 좀 하고 말이야."

"걱정 마십시요. 사장님. 순태가 그 방면에는 애들을 아주 엄하게 다루거든요."

"그건 나도 알아. 머리는 빨리 안 돌아도 손은 빠른 놈이잖어."

신동규가 해원에 도착했을 때는 점심시간으로는 좀 이른 11시 경이었다.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방에 들어서니 윤 검사가 먼저 와 가볍게 한 잔하고 있었다,

", 어서 오게. 청사 부근에서는 눈들이 많아 여기서 만나자고 했네."

"아닌 게 아니라 낮에 만나자고 하셔서 약간 놀랐습니다."

"그랬겠지. 할 말이 있으면 어제 할 것이지 왠 일인가 싶었겠지. 허나 오늘은 다른 게 아니야. 뭘 좀 물어 보려는 거야."

"부장님께서 제게 물으실만한 게 있을라구요?"

"음 다른 게 아니라 하우스 건이야. 그건 나보다 자네가 선생 아닌가?"

", 하우스라면 제가 설명을 드릴수도 있겠습니다."

윤치우는 신동규의 잔에 맥주를 반쯤 따라주었다. 신동규가 술이 세지 못한 걸 알기 때문이었다. 신동규는 황송한 듯 자세를 고쳐 잔을 받았다.

"군소리 빼고 단도직입으로 묻겠네. 하우스를 차리면 반드시 거액을 챙기지않나? 듣기론 하우스에서도 화투로 카지노의 바카라와 동일한 게임을 한다던데 어떻게 해서 딜러인 하우스가 결국 돈을 따는가 말이야?"

아하, 이양반이 하우스의 바카라에 도전을 해 볼 의향이 있는 게로구나 하고 신동규는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굳이 오늘 이런 걸 묻겠는가 말이다.

"부장님 그건 말이죠. 하우스는 카지노와 달리 타짜가 딜러를 하잖습니까? 물론 카지노에서도 솜씨 좋은 딜러가 수익을 더 내기는 합니다만, 하우스에선 오로지 딜러인 타짜 혼자만의 솜씨로 수익을 내는 겁니다."

"딜러가 속임수를 쓴단 말인가?"

"당연합니다. 헌데 딜러의 속임수가 들통이 나면 하우스는 끝장이지요. 그런만큼 초고수급의 타짜가 있어야 합니다."

"더 들어 볼 것도 없구먼. 자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 번에 이해가 되네."

"?"

본론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다 이해를 하다니? 하우스의 원리를 설명하려던 신동규는 머쓱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 싶은 것이다.

"게이머들이 돈을 땃다고 좋아해도 결국은 대부분 하우스 몫이 되는 원리를 자네가 말 했잖아? 속임수라고...허허."

"그야 그렇습니다만...속이는 걸 알고서야 어떤 미친 노름꾼이 덤비겠습니까?"

"그러니까 솜씨 좋은 타짜가 그걸 조절한다는 얘기겠지. 예를 들어 딜러 쪽에 더 많은 액수가 걸리면 플레이어 쪽에 져주고 플레이어 쪽에 더 많은 돈이 쌓이면 딜러가 이기게 만들겠지. 그런 식으로 야금야금 먹는 거지. 어때 내 말이 맞지?"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얼마나 큰 판인가에 따라 다르거든요. 부장님 말씀대로 한다면 모든 참가자가 다 눈치를 채겠지요."

"음 알겠네. 큰판에서 먹되 봐가면서 먹는다? 알았네."

"그럼요. 카지노와 달리 맥시멈에 한정이 없으니가 판이 커지면 한판에 수십억이 걸릴 때도 있거든요. 그런 때를 노리는 겁니다 그럴 땐 딜러도 초고수급이 나오지요."

"그럴 땐 반드시 딜러 편에 배팅을 해야겠군."

"아닙니다. 그럴 땐 얼른 어느 쪽에 배팅 액이 많은가를 봐야 합니다. 타짜가 손해를 보고 이기려고 하겠습니까?"

"으음, 그렇군. 이제야 하우스의 원리를 완전히 알았네."

윤치우는 눈을 빛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복국이 들어왔다. 맑은 복국의 시원한 맛은 두 사람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밥상을 물린 윤치우의 반 쯤 벗겨진 머리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자리를 뜨기 전에 신동규는 돈이 든 쇼핑백을 건냈다.

"? 이게 뭔가?"

"부장님께서 대박 나시라고 종잣돈을 좀 보태는 것입니다. 어차피 일망타진 될 놈들의 돈이니 뒤탈은 없을 것입니다. 왕창 따십시요."

윤치우가 놀란 눈으로 신동규를 바라보았다. 바카라를 하러 카지노가 아닌 하우스로 가려한 자신의 심중을 어떻게 알고 미리 돈까지 준비했을까 싶은 것이다. 그리고 신동규의 왕창 따라는 왕창이란 단어를 입속에서 수없이 되씹었다. 참으로 마음에 드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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