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파투(破鬪) 12. 막다른 길(2) 아버지의 과거

fiction-google 2024. 3. 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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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을 끝낼 때까지 이어진 덕배의 말을 종합해 보면 대강 이랬다. 다음은 덕배가 알고 있는 내용에 좀 더 구체적으로 내용을 재구성한 이야기다. 같이 도망나온 남자의 이름은 이한구였는데 고아원에 있었을 땐 누구보다 영옥이를 챙겨 오던 그는 처음엔 착한 구석이 있는 아이였다. 그러던 이한구는 전과가 늘고 나이가 들수록 성격도 삐딱하게 변했다. 감옥을 들락거리며 사귄 놈들과 어울려 술과 노름은 물론 갖은 나쁜 짓을 배운 것이다. 나중엔 조직 몰래 삥땅친 돈으로 마약까지 했다. 돈을 빼돌린 것이 탄로 난 한구는 손가락이 부러지고 죽도록 맞아 길바닥에 버려졌다. 그를 몰래 병원에 데려간 사람은 영옥이였다. 영옥은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한구를 남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동안 혈육과도 같은 진한 감정이 쌓였던 것이다. 그때 영옥의 나이 스물 정도였는데 이미 조직의 이놈 저놈이 건드려 중절 수술도 몇 번한 경험이 있는 몸이었다. 영옥은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껴 한구를 설득했다. 두 사람은 소매치기에서 손을 씻고 다른 곳에서 건전하게 살기로 작정을 했다. 그러나 현실을 계산하지 않은 삶은 그렇게 살기를 허락치 않았다. 배운 것 없는 두 사람이 아무리 노동을 해도 제대로 된 방 한간 얻을 수 없었다. 그러자 한구는 옛 버릇이 도져 소매치기로 나섰다. 그러나 부러졌던 손가락이 굳어서 실력이 나오지 않았다. 몇번 들켜 매를 맞거나 쫓긴 뒤부터는 매사에 화를 내고 매일 술타령이었다. 일 년쯤 지나자 한구는 거의 술주정뱅이로 변해 있었고 영옥의 몸둥이는 맞아서 성한 곳이 없었다. 술값을 훔쳐오라는 것이다. 그래도 영옥은 한구를 버리지 못했다. 세상에 유일한 가족을 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구는 대놓고 영옥에게 소매치기를 종용했다. 자신은 손이 병신이라 할 수 없는 대신 바람을 잡아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옥은 죽어도 그 짓을 되풀이할 마음이 없었다. 다행히 홀몸에 건강했던 영옥은 그때부터 남보다 두배의 일을 해 돈을 한구에게 주었다. 그 후 한구는 취미 한 가지를 늘렸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날은 도박판을 찾아다니는 일이었다. 소매치기를 못하면 도박을 해서라도 몫돈을 마련해 보이겠다고 항상 큰소리를 쳐대는 것이다. 한구는 도박판에 박혀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감방에서 타짜들에게 배운 솜씨와 소매치기로서의 눈썰미가 있어 몇 달 동안은 재미를 보는 듯했다. 영옥에게 더 이상 돈을 마련해 오란 소리도 없었고 오히려 뭉칫돈을 맡기는 날도 있었다. 애기라도 있으면 한구가 마음이라도 잡을까 싶던 차에 마침 태기가 있었다. 노름으로 딴 돈도 있으니 이제 한구가 술과 노름을 접고 무슨 장사라도 한다면 비로써 진정한 가정을 이룰 것이었다. 배가 불러오자 영옥은 난생 처음으로 약간의 희망 섞인 앞날을 꿈꾸었다. 어쩌면 그런 날이 곧 올 것 같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일어난 일은 보면 영옥의 꿈은 모두 헛된 망상에 지나지 않았다. 한구는 거의 한달 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던 그가 어느 날 나타나 그동안 모아 두었던 돈을 모두 가져가더니 또 소식이 없었다. 방세가 밀려도 쌀이 떨어져도 어디 가서 일도 할 수 없었다. 만삭에 가까운 배 때문이었다.    간신히 한 달을 더 견뎠으나 마지막 쌀 한톨이 떨어지자 종일 굶은 영옥은 길을 나섰다. 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때는 구정을 보름쯤 앞둔 한겨울이었다. 물어물어 찾아간 곳은 조그만 빌라의 지하방에 차린 하우스였다. 마침 가진 것을 다 잃은 한구가 손을 털고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한구는 문 앞에 선 영옥을 힐끔 처다본 후 본체만체하고 개평으로 얻은 돈으로 소주를 사서 가까운 어린이 놀이터로 향했다. 그네에 털썩 주져앉은 한구가 술병을 따 병째 몇 모금 들이켜더니 주춤주춤 따라간 영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릴 때부터 네 년이 따라다니는 통에 내 인생 일찍 종쳤다."

"오빠, 그만 집으로 가요."

"지랄, 어째서 내가 네 오빠냐?"

"곧 태어날 애기를 봐서라도..."

", 웃기고 있네. 그게 내 앤지 어떻게 알어? 너 몸 헤픈 건 조직 놈들도 다 알잖어?"

"?..............! "

한구의 말에 기가 탁 막힌 영옥은 더 이상의 댓구도 생각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텅 빈 느낌이 들더니 눈앞이 뿌옇게 변하며 눈물이 흐르는 것도 느끼지 못했다. 한구가 애기 아버지인 것을 부정한다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 그래서 세상에서 유일한 가족인 한구가 자신의 곁을 떠난다면? 아기와 자신의 삶 역시 끝일 것이었다.

"내가 진짜 뱃속의 아이 아빠고 남편이라면 여태 날 이대로 뒀겠냐? 그 좋은 기술을 두고 나를 이 꼴로 만들었겠냐구? 내가 도박으로 돈을 따면 혼자 잘 먹냐? 돈이 있어야 전세라도 얻고 애를 키울 것 아니냐고? 그런 날 외면하는 걸 보면 알조지. 내가 네겐 아무것도 아니니까 이런 꼴로 두는 것 아니냔 말야?"

날이 완전히 어두워져 추위가 한결 심해졌다. 바람은 빈 그네를 흔들고 녹슨 회전 기구를 돌릴 만큼 세게 불어왔다. 전선에 스치는 바람 소리인지 회전판의 쇳소리인지 모를 소리가 들렸다. 영옥은 한구를 바라봤다. 그제야 영옥은 한구가 이를 부딧치며 턱과 몸을 심하게 떨고 있는 걸 알았다. 영옥이 한구의 손을 잡아 이르키려 했다. 그러나 자신의 손도 추위에 굳어 있었다.

", 이게, 죽고 싶어? 날 데려가려면 돈을 가져 와. 돈을. 가만 저기 저 술집에서 나오는 저 사람 뭐가 있어 보인다. 너 한번만 갔다 와. 그럼 내 두말없이 널 따라가지."

그날 그 순간 만삭의 영옥이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한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금 술집을 나선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어쩌면 한구가 자신의 곁을 떠날까 겁이 나서였는지도 몰랐다.    얼마 후 한적한 곳에 이르자 영옥은 앞선 남자의 어깨를 부딧치며 주저앉았다. 기우뚱하던 남자가 재빨리 영옥의 손목을 나꿔챘다. 전연 예상 밖의 빠른 동작이었다. 영옥의 손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지갑이 들려 있었다. 영옥의 손에서 지갑을 빼낸 남자는 그제야 소매치기의 몰골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영옥의 부은 얼굴과 배에 눈길이 닿자 남자는 아무 말 없이 지갑을 다시 영옥의 손에 쥐어주고 돌아섰다. 그때 비칠거리며 영옥을 따라오던 한구가 영옥이 쥐고 있는 지갑을 낚아채려했다.

"안 돼요. 이건 돌려줘야 해요."

"이런 미친년이."

한사코 지갑을 놓지 않으려는 영옥에게 한구는 발길질을 시작했다.

"아니야. 이건 아니야. 우리 애기를 봐서라도 이러는게 아니었어."

영옥의 절규에 등을 보였던 남자가 돌아서 다가왔다.

"이 여자의 남편인가?"

남자는 한구의 팔을 움켜쥐었다. 놀라운 힘이었다. 한구는 남자가 잡은 팔이 부러질 듯 아픈데 놀라 비명을 질렀다.

", 제 남편입니다. 지갑을 돌려드릴 테니 한번만 용서....어엇"

남자가 잡혔던 팔을 놓자말자 한구는 영옥의 손에서 지갑을 냉큼 가로채 달리기 시작했다. 아까의 비칠거리던 걸음과는 딴판으로 재빠른 몸놀림이었다. 남자는 도망치는 한구의 뒤를 따라 성큼성큼 뛰기시작했다. 그러나 어린이 놀이터를 홱 돌아 도망친 한구의 그림자를 순식간에 놓쳐버렸다. 멀리는 못 갔을 것을 예상한 남자는 골목에 숨어 표범처럼 눈과 귀를 열고 어둠을 주시했다. 잠시 후 멀지 않은 곳에서 주위를 힐긋거리며 빌라의 문을 열고 사라지는 한구를 발견했다. 남자도 즉시 빌라 안으로 들어가 지하방의 문소리를 듣고 방안의 동정을 살폈다.

"뭐야? 왜 또 왔어?"

"이거 안 보여? 다시 한판 붙어 보자구."

안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 하나 놓치지 않은 남자는 두말없이 밖으로 나왔다. 아까 소매치기를 당했던 곳에 이르자 이미 만삭이던 여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좌우를 둘러 본 남자는 할 수 없다는 듯 가려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헌데 얼마 가지 않아 그녀가 건물 모퉁이에 엎드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황급히 다가가 상체를 이르키려던 남자는 흠칫하여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피 냄새였다. 단번에 상황을 파악한 남자는 지나는 택시에 영옥을 싣고 병원으로 향했다. 한구의 무자비한 발길질에 무언가 탈이난 것이 분명했다.

"택시비 대신 맡기리다. 내일 아침 열 시까지 갖고오면 택시비의 열배를 주겠소."

지갑을 주어버려 돈이 없던 남자가 시계를 건네며 택시 기사에게 한 말이다. 응급실에서 살펴본 산모의 상태는 썩 좋지 못했다. 영양실조와 추위로 탈진한 산모는 이미 빈사 상태였다. 게다가 종일 추위에 노출 되었던 손발이 동상에 걸려 있었다. 영옥을 입원시킨 남자는 병원을 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걸었다. 택시비가 없었던 것이다. 남자는 한구가 들어간 빌라의 지하를 다시 찾았다. 망꾼을 통해 한구를 불러낸 남자가 영옥의 상태와 병원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지갑을 되돌려 받으러 온 줄 알았던 한구는 핏발 선 눈을 들고 남자를 향해 말했다.

"결국 또 돈이네요. 돈이 어디 있어? 당신 돈도 방금 다 잃었소. 게다가 내 새끼도 아닌데다 돈을 쳐 바르란 말이요? , 영감님, , 아니 아저씨, 그러지 말고 마음에 있으면 아예 그 여자를 사슈. 싸게 드릴 테니."

남자는 무서운 눈으로 한구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벌레를 떼버리듯 한구를 두고 돌아섰다. 누가 보기에도 아저씨도 할아버지도 아닌 오륙십 대의 그 남자의 이름은 곽순도였다. 젊은 시절은 노름판을 따라 전국을 떠돌았고 사냥꾼으로서 또한 반평생을 보낸 그가 금맥을 따라 오늘날까지 헤멘 것이다. 그는 최근에 채굴한 광석을 팔아 얼마간의 돈과 금괴를 갖고 있었다. 다음날 그는 병원을 다시 찾았다. 다행히 산모는 무사히 출산을 마친 상태였다. 아들을 낳은 것이다. 곽순도를 알아본 영옥은 눈물을 흘렸다.

"아저씨 고맙습니더."

"남편에게도 알렸으니 올것이요. 그리고 입원비는 미리 냈으니 걱정 마시요."

"아마 안 올겁니다. 아이까지 생겼으니 이젠 더욱 달아 날 거예요?"

"달아나다니? 그럼 친척이라도 있을 것 아니요?"

"그 사람 말고는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뭐라고?"

곽순도는 열 시가 넘자 병원을 나섰다.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혹시했던 어젯밤 그 택시 기사도 오지 않았다. 준비가 되는 대로 다시 산으로 가야했다. 그는 거래하던 금 도매상과 광산에 쓸 마모된 착암기의 비트를 살 겸 도시에 나온 길이었다. 마침 병원 앞에 서 있던 택시를 타려는데 아저씨 하고 누가 불렀다. 뒤돌아보니 어제 본 이한구였다. 한구는 빈 지갑을 불쑥 곽순도에게 내 밀었다.

"이건 돌려드려야지요."

"그럴 정신이 있으면 산모나 들여다보게나."

"원 아저씨도....이미 말했다시피 난 그 여자의 남편도 애 아버지도 아니라니까요. 다만 그 여자의 보호자일 뿐이란 말입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산모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도 나 몰라라 한단 말인가?"

"매사는 돈이지요. 돈이 있어야 보호자 역할도 제대로 할 것 아닙니까. 그러니 보호자 역을 아저씨가 사세요. 조금만 주시면 되요. 오늘 큰 판이 벌어질 거란 말입니다."

한구는 곽순도의 눈치를 살피며 헤죽헤죽 웃고 있었다. 곽순도는 그러는 놈의 면상을 뭉게버리고 싶었다.

"노름을 백날 해 봐야 너 같은 정신을 가진 놈이, 더구나 술을 쳐 먹고선 돈을 못 따."

"이거 왜 이럽니까? 내가 이래도 왕년에 눈치와 솜씨로 날렸던 놈이란 말이요."

"물론 왕년일 뿐 지금은 아닐 테지. 설사 솜씨가 남았더래두 술에 쩐 손가락이 말을 듣던가? 그런 손으론 소매치기도 노름도 할 수가 없어. 게다가 손재간이 아무리 좋은 노름꾼이라해도 그보다 또 상수가 있게 마련이야. 그러니 언젠가는 패가망신할 수밖에. 노름을 그만두고 산모에게 돌아가게. 자네 같은 하수는 언제나 그들의 밥일 뿐이라네. 가만,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내가 보여주지. 오늘밤 큰판에 나도 낄 테니 자네가 주선을 좀 하게. 따면 산모를 위해 자네에게 반을 주지. 어때? 할 텐가?"

단번에 눈과 입이 확 벌어진 놈이 연방 굽실대며 사라졌다. 그날 저녁 빌라 앞에는 한구가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우스에는 한구의 말을 듣고 호구를 기다리던 꾼들이 두말 없이 곽순도를 판에 끼워주었다. 곽순도는 준비해 온 돈다발을 꺼내 앞에다 놓았다. 군침도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다른 타짜들도 현찰들을 앞에 쌓았다. 일곱 시경에 시작된 노름이 열 시도 되기 전에 곽순도 앞에 놓였던 돈은 바닥을 보였다. 그사이 꾸준히 세 번 잃고 한 번 따는 식으로 타짜들만 주시하고 있었던 탓이다. 드디어 마지막 남은 돈이 날아갔다. 타짜들은 제각기 다 잃었으면 꺼지라는 눈치를 곽순도에게 보냈다. 뒤에 앉은 한구는 미칠 지경이었다. 따서 절반을 준다던 영감이 겨우 이정도의 솜씨였단 말인가? 칼이나 몽둥이가 옆에 있었다면 당장 죽여 없애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때, 곽순도가 허리께에서 무엇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았다. 누렇게 빛나는 1 Kg짜리 금괴였다. 그것을 본 한구는 눈이 뒤집히고 방안의 다른 꾼들도 탐욕에 젖은 눈을 번들거렸다. .

"이걸로 한 판만 더 놉시다."

마다할 타짜들이 아니었다. 화투 패가 돌았다. 곽순도는 자신의 패를 보지도 않고 금괴를 가운데다 던져 놓았다. 그리곤 팔짱을 끼고 타짜들을 돌아보았다.

"볼 필요도 없소. 어차피 도박은 운 아니겠소? 다 걸겠소. 자신 있는 사람은 거시요."

"좋소이다, 나도 다 걸지요."

"나도."

송학과 목단으로 일곱끗을 쥐었던 한 명을 제외한 두 사람은 이미 금괴는 자신의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듯 돈뭉치를 가운데로 밀어 놓았다. 선을 잡았던 타짜가 먼저 패를 뒤집어 보였다. 장땡이었다. 그는 당연한 듯 흡족한 웃음을 흘리며 점잖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 보다 높은 패면 먹으시요."

장땡의 패를 본 옆 사람은 칠 땡을 잡은 자신의 패를 맥없이 던저버렸다. 장땡의 사나이는 더 볼 것도 없다는 듯 양손을 갈퀴지어 돈과 금괴를 쓸어가려 했다.

"가만 두시요. 내 패는 나도 아직 안 보았소."

장땡의 타짜는 흘깃 곽덕배를 보더니 피식 웃음을 날렸다. 이미 자신은 곽순도의 패를 알고 있기때문이었다. 보나마나 구땡일 거였다. 곽순도에게 구 땡의 화투짱을 돌리고 자신은 장땡의 패를 가졌으니 결과야 뻔한 것 아니겠는가? 물론 옆의 사내에겐 칠땡을 줘 마음을 부풀려 놓았었다. 곽순도가 천천히 윗 장의 화투를 뒤집었다. 팔 광이었다. 그 순간 선을 잡았던 타짜가 흠칫 몸을 떨었다. 팔광이라니? 자신이 준 적도 없는 패였다. 이어서 곽순도가 나머지 한 장을 뒤집자 장땡의 타짜는 물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꾼들은 경악했다. 삼광, 삼광이었다. 이로써 곽순도는 삼팔 광 땡을 잡은 것이다. 장땡의 타짜가 준 패와는 전연 다른 패가 뒤집힌 것이다.

"아니다. 이건 사기다."

선을 잡았던 타짜 사내가 부르르 몸을 떨며 엉겁결에 소리를 질렀다.

"? 사기라고? 장땡을 잡은 네놈이 돌린 패가 아니냐? 장땡을 차지한 놈이 내게 광땡을 줬다면 네가 나와 한패란 말이냐?"

장땡의 타짜는 더 반박할 말이 없었다. 화투패를 자신이 돌린데다 화투장을 뒤집는 곽순도의 손을 망잡이까지 총 열 개의 눈알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곽순도는 재빨리 금괴를 챙긴 다음 처음 갖고 왔던 돈만큼을 주머니에 나누어 넣었다. 그리곤 개평으로 한뭉치의 돈을 훌쩍 바닥에 던진 다음, 담요의 네 귀퉁이를 움켜 한구에게 내 밀었다.

"들고 먼저 나가."

한구가 쥐새끼보다 빠르게 밖으로 튀자 망꾼이 잡으려고 그 뒤를 쫓아 뛰었다. 곽순도도 뒷걸음으로 문 쪽으로 향했다. 그 순간 서로 눈빛을 교환하던 따짜 한 놈이 번개같이 곽순도의 허리를 껴안았다. 나머지 두놈은 주먹으로 얼굴을 노리고 덤벼들었다. 곽순도가 중늙은이라 얕본 것이다. 그러나 곽순도는 당황하지 않고 단번에 허리에 메달린 놈의 팔을 비틀어 덤벼드는 두놈을 향해 던져버렸다. 세놈이 일시에 경대와 테레비에 쳐박혀서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곽순도가 문 밖으로 나오자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곽순도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역시 한구는 없었다. 담요째 돈을 들려 밖으로 나가라고 했을 때 이미 예상한 일이긴 했다. 따짜들이 덤빌 것도 오랜 경험으로 예상했었다. 그래서 금괴와 본전은 미리 챙겼었고 싸움에 대비해 한구에게 담요 뭉치를 맡긴 것이다. 곽순도가 골목길을 나와 막 큰길로 나서려는데 한구의 뒤를 쫓던 망꾼이 왼 팔을 감싸고 눈발 사이로 걸어오고 있었다. 망꾼의 팔과 손은 온통 피투성이였다. 눈 위에는 피가 흘러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알고지내던 그놈이 내게 면도칼을 휘두릅디다. 당신도 그놈과 한패요?"

"나는 한패가 아니요. 빨리 병원으로 가 치료부터 하시요."

곽순도는 얼마간의 돈을 뽑아 망꾼의 주머니에 넣어주었다. 곽순도는 택시를 타고 영옥이 있는 병원으로 달렸다. 한구는 병원에도 없었다. 만약 한구가 끝까지 나타나지 않으면 산모가 걱정이었다. 복도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오래도록 기다려 보았지만 한구는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그만한 돈을 가졌다면 자랑삼아서라도 산모 앞에 나타날 것이란 예상을 깬 것이다. 이튿날 산으로 돌아가기 전에 병원을 다시 들렸다. 산모는 동상이 걸린 손발에 온통 붕대를 감고 병원에서 같이 운영하는 산후 조리원에 옮겨져 있었다.

"아직도 오지 않았단 말이요?"

"그 사람은 이미 틀린 사람입니다. 이제는 저도 알아요."

산모의 눈은 젖어 있었다. 산모는 고아원에서 한구와 같이 나와 소매치기로 자란 과거와 손을 씻고 새 삶을 시작했던 일을 간략하게 털어놓았다.

"사람이 그렇게 변할 때까지 둔 제 잘못이 커요."

"그래도 사람이 어찌 그럴 수가 있소? 나는 오늘 가야하오. 열흘 후에 다시 한번 들리겠소. 그때까지의 입원비는 내고 갈 테니 조리나 잘 하시요."

말없이 주는 사람이나 말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각자의 이유와 개인적 감정이 있어서였겠지만 곽순도는 적어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온 사람이었다. 어쨋든 산속의 금광으로 돌아갔던 그는 열흘 후에 다시 영옥이 있는 조리원을 찾았다. 그때까지 한구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산모와 아이를 이제껏 영옥이 살던 집으로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 곽순도는 밀린 집세를 내주고 쌀과 연탄을 배달시켰다. 그리고 얼마간의 돈을 쥐어 준 후 돌아섰다. 곽순도가 대문을 열고 막 나서는 순간 문 옆에 한구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곽순도는 한구의 아래 위를 천천히 훑어 봤다. 놈은 풀어진 눈동자와 바짝 마른 입술로 손까지 가볍게 떨고 있었다. 보나마나 그동안 돈은 다 날렸을 터였다. 그리고 놈에게 나타난 증상으로보아 주사를 맞을 시간이 된 마약쟁이였다.

"그래도 인간이긴 한 모양이구나. 다행한 일이지. 들어가 보거라."

곽순도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천천히 골목길을 걸었다.

"아저씨, 저 좀 보고 가시지요."

한구가 따라오며 곽순도를 불렀다. 돌아선 곽순도는 눈동자가 반쯤 올라가 트릿한 한구의 눈길을 피했다. 경험상 심성이 바르지 못한 인간이 가진 영 못마땅한 눈빛이었다.

"가만히보니 돈이 많으신 것 같은데 쓰시는 김에 마지막으로 제게 조금만 더 쓰시지 그래요. 급해서 그래요. 이번엔 확실히 저걸 넘길 테니, 어엇 왜 이래요?"

말이 미쳐 끝나기도 전에 곽순도는 한구의 멱살을 한손으로 틀어잡았다.    그리고는 목이막혀 켁켁대는 놈을 끌고 대문을 열었다. 한구는 대문을 붙들고 최후의 발악을 했다. 요란한 소리에 주인집과 영옥의 방문이 열렸다. 곽순도는 한구를 끌어 방문 앞에 세웠다.

"미물도 부모 노릇을 하건만 너는 어찌 된 인간이냐? , 저기 네 새끼를 보아라."

"저게 어찌 내 새끼란 말이요? 난 이미 저런 새끼나 애미에겐 관심 없어요. 그러니 이번엔 진짜로 내게 돈을 조금만 더 주시면 저것들을 몽땅 드린다니까 그러시네."

멱살이 풀린 한구가 한걸음 물러나며 빠르게 지껄인 말이었다. 그 광경을 본 영옥이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 인간 말종이군"

곽순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문을 나서 바삐 걸었다. 더 이상 어찌해 볼 수 없는 일이었다. 대로변까지 나와서도 갈곳을 잊을 정도로 놈이 괴씸했다. 화를 삭이려 곽순도는 무작정 걷고 있었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 식당 앞을 지날 즈음에야 점심과 저녁을 굶었다는 것을 알았다. 식당에 들어가 국밥과 소주 한 병을 시켰다.

'내 이래서 가급적 인간들을 피했건만....'

산속 생활에 거의 평생을 보낸 곽순도는 잠시나마 산을 내려 온 것을 후회했다. 식당을 나온 곽순도는 이미 날이 저물었건만 기차역으로 향했다. 단 하루도 더 도시에 머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다행히 기차역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걸어갈 만했다. 이미 어두웠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지금 가면 밤기차를 탈 수 있을 것이었다. 곽순도는 걸음을 빨리했다. 그러나 채 오분도 가기 전에 뒤에서 누가 급히 쫓으며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돌아볼 것도 없었다. 아저씨 아저씨 하고 부르는 놈의 목소리가 이미 귀에 익은 것이다. 곽순도는 결심한 듯 뒤돌아섰다. 아니나 다를까 한구가 비칠대며 죽을힘을 다해 뛰어오고 있었다. 한구가 다가오는 것을 기다린 곽순도가 돈다발을 꺼냈다.

"옛다. 내가 가진 전부다. 노름을 하던 마약을 하던 네 마음대로 해라."

생각 밖의 횡재에 놀란 놈이 선뜻 돈을 받지 못하다가 곽순도가 직접 자신의 손에 돈을 쥐어주자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했다.

"내가 돈을 달라고 이러는 줄 아나본데 사람 잘못 봤어요. 실은 긴한 정보를 알려 주려고 따라왔다니까요."

놈이 비실비실 옆 골목으로 몇 발자국 가더니 곽순도를 은밀한 손짓으로 부르는 것이다. 곽순도 역시 몇 걸음 한구에게로 옮겼다. 그 순간 곽순도는 어딘지 선뜻한 기운을 느낌과 동시에 목이 뜨끔했다. 목으로 손을 가져가려는데 이번엔 다시 팔이 뜨끔했다.

"금괴도 있지? 아예 목줄을 끊어놓기 전에 영감이 가진 금괴도 내 놔. 아니면 정말로 죽이고 말거야."

", 이놈."

곽순도는 말을 뱉었으나 소리가 되지 않는 것도 몰랐다. 목에서 나온 피는 금새 가슴과 옷을 적시고 팔에서도 피가 뚝뚝 흘렀다. 한구가 면도칼을 쥔 손을 올리고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그때를 노린 듯 곽순도가 번개처럼 놈의 가슴을 걷어차 버렸다. 놈은 벽에다 뒷통수를 찧으며 나가 떨어졌다. 곽순도는 목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막으며 넘어진 놈에게 다가가려 했다. 놈이 면돗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게까지 휘두를 줄은 몰랐던 것이 실책이었다. 곽순도는 한구의 목이라도 부러트리고 싶었다. 한구란 놈이 비칠거리며 일어나 바닥에 떨어진 돈다발을 냉큼 집어 들더니 대로변을 향해 쏜살 같이 뛰었다. 곽순도가 놈이 튄 방향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이었다. 퍽 소리와 함께 찟어지는 급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더니 이어 유리창이 박살나는 소리가 와장창 들렸다. 울컥하고 입으로 한모금의 피를 토한 곽순도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가운데서도 소리가 난 방향으로 몇 걸음 옮겼다. 찻길에는 피바다 속에 한구가 기괴한 자세로 널부러져 있고 돈다발은 풀어져 사방에 돈이 날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그 와중에서도 여기저기 돈을 줍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곽순도는 그제야 의식을 잃고 스르르 무너졌다. 다음날 이 사건은 테레비 뉴스시간을 뜨겁게 달구었다. 길가던 노인을 해치고 돈을 뺏은 강도가 버스에 치여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영옥은 주인집 여자에게서 이 말을 듣고 경찰서를 찾아가 한구의 죽음을 알았다. 이어서 피해자가 곽순도 임에 경악했다. 삼칠일도 안 된 아이를 안고 찾아간 종합병원에는 수술을 마친 곽순도가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 누워 있었다. 다행히 목의 경동맥을 비켜 칼날이 지나갔으나 그래도 엄청난 중상이었다. 영옥은 한구의 죽음으로 몸의 일부분이 잘려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 그러나 한구로 인한 곽순도의 불행을 생각하면 그의 주검 앞에서 마냥 슬퍼할 수도 없었다. 결국 영옥은 태어나자말자 아빠를 잃은 아이와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마음속에서 눈물을 쏟았을 뿐이다. 장례가 끝나자 한구의 잘못을 속죄할 겸, 은혜를 조금이라도 갚기 위해 영옥은 곽순도의 병수발을 자청했다. 칼날이 울대뼈 밑으로 지나간 상처는 생각보다 깊어서 거의 두달이 지나서야 퇴원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금광의 동업자에게 연락이 닿아 그가 나서 모든 것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곽순도는 동업자와 함께 산으로 돌아간 후에도 영옥의 모자를 위해 매달 생활비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어쩌다 도시로 꼭 나와야 할 때면 어김없이 영옥이 사는 형편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게 두 해가 지나 아이가 세 살일 무렵 영옥이 곽순도가 있는 산속에 나타났다. 곽순도가 놀라 물었다.

"이게 도대체 왠 일이요?"

"제가 짐승이 아닌 이상 이대로는 차마 더 못 견디겠어요. 식모를 살던 종살이를 하든 입은 은혜는 갚고 죽겠습니다. 죽든 살든 이제는 어른 옆에서 떠나지 않을래요."

영옥의 결심은 굳었다. 곽순도가 무슨 말로 달래도 설득되지 않았다. 그렇게 산속 생활이 계속되자 곽순도의 고민은 깊어갔다. 평생을 산속에서 자유롭게 살던 그가 도시의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산다는 것은 날개 꺽인 독수리가 새장에 갇히는 꼴일 것이었다. 그러나 자라는 아이의 눈망울을 보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아이의 장래를 위한다면 산속의 원시인으로 키울 수 없는 것이다. 많은 밤을 고뇌로 보낸 곽순도는 드디어 결단을 내렸다. 남은 생은 아이를 위해 살기로 한 것이다. 따지고보면 아이의 아버지가 죽은 책임이 자신에게도 절반은 있다고 믿는 그였다. 광산을 접고 멀리 떨어진 태백으로 모자를 데리고 이사를 한 것이 덕배로 이름 지은 아이가 네 살 때였다. 나이 차이로보면 아버지 같고 어찌 보면 할아버지 같은 곽순도와 영옥의 기묘한 관계는 이렇게 이루어 진 것이다.

"이제 알겠냐? 내가 우리 아버지를 존경한다는 이유를?"

이야기를 마친 덕배가 윗옷을 걸치며 히죽 웃었다. 진우도 심각할 수만은 없었다.   

"신파보다 더한 신파극이 현대에도 있었군. , 너의 아버지는 결국 너 때문에 선계를 떠나신 것 아니냐?"

"누가 아니래냐? 허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그 은혜의 만분의 일도 못 갚고 있다."

"너의 엄마가 대신 갚아오셨겠지."

"갚기는커녕 오히려 어머이의 병으로 우리 아버지가 오륙 년째 또 고생 중이시잖어?"

"그렇군, 지난번 꿩 사냥 때 보니 좀처럼 자리를 못 비우시더라."

"그나마 어머이 수명도 오늘 내일 아니냐."

"....."

속으론 엄청 심각하고 고통스러울 것이 분명한데도 덕배는 남의 일처럼 덤덤하게 말을 마쳤다. 그런 덕배의 모습에 진우 역시 혼자 심각한 말만 늘어놓을 수도 없었다.    이발을 끝내고 둘은 늦은 점심으로 장어구이 정식을 먹었다. 장어를 먹는 동안 진우는 일 년 전 북창동에서 먹던 장어탕과 순복의 얼굴이 떠올라 애써 머리를 저었다. 식사를 마치고 덕배의 사무실로 가는 길이었다. 지나던 택시가 두 사람 곁에 멈추더니 차창 밖으로 진태가 고개를 내밀며 인사를 했다. 진태는 초등학교 동창인 상태의 동생이었다.

"형님들 안녕하세요? 지난번 진우형이 부르는데 못 가서 죄송해요. 그때 태백 쪽에 있었거든요.    "

"네가 미안해 할 일이 아니니 괜찮다. 그래 손님은 좀 있냐?"

"손님이나마나 오늘도 진우형을 찾는 손님을 태웠는데요. 왜 찾는지를 물어보면 찾는 사람도 자세히 모르는 눈치더라고요. 상구가 그러는데 참, 상구 아시지요? 진우형을 태운 적이 있다던데요?"

", 알지."

"그 상구가 그러는데 충북지역 해병 전우회에서 태백지구로 진우형을 찾아달라는 협조 요청이 있었다던데요? 나쁜 일이라면 경찰이나 흥신소 놈들이 찾지 왜 해병 전우회에서 찾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형님한테 해가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오늘은 제가 형님이 이곳에 있다고 솔직히 털어놨거던요? 그래도 괜찮겠지요? 물론 덕배형이나 장소는 입도 뻥긋 안 했습니다."

", 진우야, 차라리 진태가 솔직히 자수한 게 어쩌면 잘한 짓 같다. 나 역시 육군 쫄병 출신을 해병 전우회에서 찾는 이유가 궁금했었거든."

진우는 충북지역이라는 말에 설마 하던 마음이 그렇다면 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충청도를 통 털어 아는 사람이라곤 해병 출신이라던 그 사람, 즉 순복이 아버지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헌데 그날 이 후 그에게 무슨 죽을죄를 또 지었다고 나를 찾는단 말인가? 진우도 그 점만은 의문이었다. 덕배의 사무실로 가려던 진우는 생각을 바꿔 덕배와 헤어져 진태의 택시를 타고 산 아래 동네로 가기로 했다.

"진태 만났을 때 들어가 볼란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 해."

"그러지. 이젠 나와도 되니까 심심하면 네가 먼저 연락해라. , 너 경첩이 망가졌댔지?"

", 참 잊을 뻔 했군. 경첩을 사갖고 가야지."

진태의 택시를 타고 철물점을 들린 진우는 그대로 산 아래 마을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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