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투견판 6. 타락자(7) 마지막 경기

fiction-google 2024. 3.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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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인 토요일이었다. 오후 한 시가 되자 검단의 투견장에 천막을 둘러친 트럭과 또 한대의 낡은 트럭이 멈추어 섰다. 그 뒤를 따라 커다란 검은 승용차가 따라서 엔진을 멈추었다. 짙은 선팅으로 안이 비치지 않는 그 차에선 아무도 내리지 않았고 창문도 내리지 않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 광경을 보고있던 고달수는 취재를 위해 몰려든 방송국의 스탭들 사이를 겁도 없이 성큼성큼 걸어가 문 앞에 선 검은 양복에게 무어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검은 양복의 청년은 재빨리 안으로 뛰어들아가더니 잠시 후에 황백구 총무를 데리고 나왔다.

", 고 사장. 양 사장을 데리러 왔구먼. 그래, 개는 어디에 있소?"

고달수는 말없이 저 쪽에 멈추어선 트럭을 가리켰다.

", 정말이로군. 하지만 개가 있는지 천막은 벗겨 봐야지?"

"그러려면 서 사장이 먼저 봐야하는 것 아닌가?"

"그야, 당연히 그래야겠지요. 잠시 기다리시요."

"양 사장도 함께 나와야 볼 수 있을 것이오."

"의심이 많군."

오 분쯤 뒤에 서유석이 양구택과 나란히 창고 밖으로 나왔다. 고달수는 먼저 양구택의 꼴을 살폈다. 포로 신세치고는 의외로 양구택의 꼴은 멀쩡했다.

", 가 보자고. 괴물 개가 틀림없으면 양 사장 당신은 스스로 알아서 가시오. , 기자들이 엄청나게 몰려들었군. 나쁠 거 없지. 허헛."

서유석은 앞장을 서 천막이 둘러진 트럭으로 향했다. 그러자 어떤 낌새를 느낀 취재진들이 우르르 트럭과 서유석을 둘러싸고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뒤에 세워진 트럭에서 배철권이 내리더니 천막으로 가린 트럭으로 성큼 뛰어 올랐다. 그리고는 서슴없이 천막을 걷었다. 그러자 쇠우리에 갇힌 태산이가 벌떡 일어섰다.

"."

"어엇."

"이게 뭐야?"

"지옥, 지옥의 개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태산이의 크기와 늠름한 자태에 넋이 빠져 비명조차 지르지 못 했다. 작은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플래시가 터지고 카메라가 맹렬한 속도로 돌아갔다. 그제서야 멀리 있던 사람들도 소동의 원인을 찾아 몰려들었다.

", 저 개가 오늘 투견으로 나온다던 그 개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그럼, 저 개를 상대로 싸울 개는 도대체 어떤 개야?"

"모르지. 하지만 흥행을 위해선 무슨 개든 준비가 되었겠지."

", 나는 모르겠네. 사자나 호랑이가 아니고서야 개가 어찌 저 개를 이긴단 말인가?"

"그러니까 저 개를 상대하는 개가 이기기만 하면 평생 대박이 한꺼번에 나는 거지."

사람들이 제각각 놀란 눈에 입에 거품까지 물고 갑론을박을 하는 사이 배철권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두말없이 천막으로 태산이를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양구택을 향해 소리쳤다.

"선배님. 얼른 뒷차를 타세요."

양구택은 눈에 익은 자신의 트럭에 냉큼 올라 앉았다. 배철권이 앞 차에서 내려 양구택의 트럭에 올라앉자마자 차를 출발 시켰다.

"계산이 끝났으니 그만 집으로 가시지요."

"태산이를 실은 트럭은 누가 운전하는가?"

"그야, 개 임자인 중국인들이겠지요."

"오호라. 일이 그렇게 되었군. 마침 저 트럭도 출발 하는군."

양구택이 탄 트럭이 출발하는 것은 몰라도 괴물 개를 실은 트럭이 출발을 하자 깜짝 놀란 서유석이 스톱을 외쳤다.

"스톱, , 서라고. 개를 싣고 어디로 가는거야?"

옆에선 황백구 총무도 당황한 기색으로 검은 양복의 사내를 욱박질렀다. 그때, 그 자리에 서 있던 검고 커다란 승용차의 창문이 스르르 열리더니 선그라스를 낀 이 선생이 얼굴을 돌려 서유석을 바라보았다.

"이거 뭐하는 사람이야? 당신 누구야?"

서유석은 이 선생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그러자 창문이 다시 올라가고 차도 동시에 출발을 했다. 그런데 서유석의 뒤에 있던 조선족 두 사람이 그 사람을 알아 보았다.

", 방금 봤지비? 삼합회 텐진 지구의 리 샤우이엔이었지?"

"맞아. 그가 한국에 와 있다는 정보를 어제서야 보냈더라고."

"이제와서 그딴 때늦은 정보를 보내면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지비? 이거 어쩌면 좋네? 개들은 확실히 저들이 확보한 것이 틀림없는데 말이지."

두 사람이 쑤근거리는 것을 본 서유석이 기분이 대단히 나빠서 인상을 확 쓰며 물었다.

", 방금 개들을 확보한 것이 누구라고 했냐?"

", 아잉요. 우리끼리의 얘기요."

"이런 연변 쓰레기 같은 새끼들 봤나? 솔직하게 불어."

"연변 쓰레기요? 어째 듣기에 좀 그렇시다. 좋소. 여긴 남의 눈이 많소. 그리고 아까 그 사람은 당신 따위가 상대할 적수가 아니오. 그 사람이 누군지 아오? 삼합회 텐진 지부 부장인 이 선생이란 자란 말이오. 삼합회 모르오? 삼합회?"

"이 선생이고 지랄이고 그 개를 갖고 가면 오늘 당장 나는 어쩌라는 거야? 시합이 물 건너가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냐고?"

"그걸 어째 우리보고 그럼매. 우리는 개 사육사로 따라온 것 뿐이잖소?"

"시끄러워, 너희들은 처음부터 개의 애미를 찾으로 왔던 거잖아?"

". 겸사겸사였소. 겸사겸사란 말을 모르오?"

조선족들의 대답에 서유석은 기어이 화가 폭발했다. 그 자리에서 패 죽이고 싶었지만 마당을 가득 매운 취재진으로 인해 속을 삭히는 수밖에 없었다.

'이따가 일이 끝나고 보자. 개새끼들.'

서유석은 검은 양복의 청년을 가만히 불러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 청년은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한편 조선족인 진가구와 윤일수는 눈깜짝할 사이에 개 사육장까지 와 있었다.

", 이거 일이 어쩌다 이렇게 크게 비틀어졌는지 모르겠네. 개들은 삼합회에서 다 접수를 했다고 보고를 하고 봐야겠단 말이지."

"보고는 당장 내가 할 테니까 진가구 너는 영등포에 나와있는 우리 아새끼들이나 몇 명 수배해 봐라."

"그렇게 하지."

진가구는 품속에서 휴대폰을 꺼내 개장 뒤에 숨어서 영등포 조선족들에게 중국말로 연락을 시도했다. 한참을 빠르게 말을 주고받던 진가구가 히죽 웃으며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그걸 본 윤일수가 물었다.

"일할 애들이 있데니?"

"마침, 왕발이 패가 와 있다누만."

"그래? 거 잘됐다. 그놈들이라면 틀림없지. 오늘 밤까지 여기로 오라고 했겠지?"

"봉수가 인솔해 오기로 했다. 넌 조직에 보고를 안 할 거이가?"

", 해야지. 하지만 조직에 면목이 없는 건 사실이 아니냐?"

"그게 어째 우리 잘못인감? 알맞은 가격에 흥정까지 해 주었는데도 놓친 건 윗 선이란 말이지. 아니지. 그때 저 서 사장이 방해만 하지 않았어도 어미개 하나는 확실히 확보를 하는 건데..... 이 빌어먹을 놈의 종자를 그저 확...."

", , 참기요. 오늘이면 다 끝납매. 나는 연변도 좋소. 일 끝내고 연변서 살면 그뿐 아이요?"



태산이를 실은 트럭이 검단을 빠져나와 청라지구에 도착할 무렵, 이 선생이 탄 승용차가 길 가운데 멈추어섰다. 뒤따르던 배철권의 트럭과 고달수의 트럭도 급히 멈추었다.

"우리는 여기서 김포 공항으로 곧장 갈 것이오. 운전수 말로는 이리로 가면 삼사십 분이면 간답니다. 그동안 여러분들의 호의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선생은 차에서 내린 양구택과 고달수 그리고 박철구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그리고 배철권의 손을 굳게 잡아주었다.

"한열이랬지요. 아들에게 대신 인사를 전해 주시오."

"감사합니다. 태산이를 잠시 봐도 되겠지요?"

배철권은 태산이가 있는 트럭으로 다가가 천막의 한 모퉁이를 들어 손 끝을 우리에 넣었다. 그러자 태산이는 배철권의 손을 핥으며 끼잉 하는 신음소리를 냈다.

"태산아, 잘 가거라. 너와 함께 했던 시간이 한열이에게나 내겐 행복했었다."

배철권은 묵묵히 뒤돌아서 운전석에 올랐다. 이 선생의 승용차와 태산이를 실은 트럭은 곧바로 강 옆길로 달려갔다. 배철권은 인천항 방향으로 차를 돌렸다. 그리고는 계속 남쪽으로 달려갔다. 조수석에 탄 양구택이 뒤따라오는 고달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면 될 것을 그새 전화질은 왜 또 하고 야단이냐?"

"일이 이렇게 스무스하게 끝나기가 어디 쉬운 일이냐? 이제부터 너나 나나 아파트 열 채씩을 가진 부자가 아니냔 말이다. 그러니, 우리 어디가서 한잔 하잔 말이지."

", 대낮부터 술이라니? , 구택이 정신 차려. 까불다가 또다시 다 털어먹지 말란 말이야."

"이 자식이.... 야 철구 바꿔라. 그놈은 내 마음을 알겠지."

"철구도 듣고 있다. 정신차리고 네 농장에서 삼겹살 파티나 하자고 한단 말이다."

". 이것들이 이젠 내 말을 싹 무시하네.…"

양구택과 고달수의 통화를 듣고 있던 배철권은 입가에 웃음을 날리며 굳게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날 저녁 일곱 시 쯤이었다. 시합 시간을 불과 한 시간 남짓 남긴 검단의 투견장에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서유석은 황백구 총무를 닥달하고 있었다.

"그래, 네 말대로 괴물개는 다음에 나온다고 회원을 설득한다 치고 저 오부차카와 싸울 개는 언제 준비가 된다는 거야?"

"세 시간 전에 철원의 신수달이란 사람에게 도사를 싣고 오라는 연락을 했습니다. 그 도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답니다."

"크기만 하면 뭘 해? 흥행이 될 만큼 싸워줘야지."

"방송국의 기자들도 거의 다 돌아갔고 괴물 개를 본 회원들도 어느정도 궁금증을 해소 했을 테니 이번 주만 어떻게 잘 넘기고 보지요. 사장님. 괴물개가 이곳에 온다는 약속을 사장님이 지키신 것은 틀림없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하지만 삼십억을 주고라도 그 개를 정식으로 샀어야 했어. 에이 빌어먹을.…"

"이제 신수달과 도사만 도착하면 됩니다. 걱정 마시지요. 첫 개장 때부터 대박이 날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회원의 숫자와 현찰 박치기로 구조를 바꾼 것만도 대박이 날 수밖에 없잖습니까?"

"그야 그렇지. , 회장님은 아직 안 오셨나?"

"곧 알아 보겠습니다."

황 총무가 사무실을 나와 투견장으로 나와보니 사람들이 벌써 좌석의 삼분지 이 이상을 메우고 있었다. 그때 검은 양복을 입은 똘마니가 황 총무 곁으로 다가왔다.

"철원의 신수달 농장에서 도사가 도착했답니다."

", 그래? 그럼 조선족 흥행사 윤일수에게 인계를 하라고 해."

". 그러지요."

검은 양복이 밖으로 나가 신수달의 트럭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손짓으로 진가구와 윤일수가 관리하는 오부차카의 우리를 가리켰다. 신수달은 그곳으로 트럭을 후진시켜 도사를 내려 놓았다.

"이키, 이놈도 크구만 기래? 이 정도면 해 볼만 하겠는걸?"

윤일수가 도사의 크기에 놀라 만족감을 나타냈다. 진가구도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을 했다. 그러는 사이 웬 허름한 청년이 그들에게로 다가와 한마디 했다.

"이 정도면 이놈에게 베팅을 해야겠군."

청년은 흡족한 웃음을 웃으며 도사를 칭찬했다. 그러자 어느새 따라왔는지 넥타이를 맨 멀쑥한 또 한 사람이 감탄을 했다.

"오늘 첫 시합에선 이 도사가 단연 승리를 하고도 남겠구나. , 이수야 가자. 가서 저 도사에게 베팅을 할 준비 하자."

두 사람은 미쳐 다른 사람들이 뭐라기도 전에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투견장 문으로 향했다.

"크기로 봐서 당연히 도사 쪽에 베팅이 왕창 몰릴 것이 틀림없어. 그러니 너는 어서 박용칠 형님에게 반대 편에 베팅하라고 일러 줘. , , 조금 전에 도사에게 고기를 흘렸냐?"

", 그럼요. 형님에게 배운데로 주머니의 빵구 사이로 서너 알 흘렸지요."

"잘 했어. 이제 시합 시간만 기다리면 되는거다."

조중구는 속으로 흡족한 웃음을 웃었다. 기대하던 서 회장의 투견판에 복귀하는 기념으로 한 판에 십억쯤 먹을 일만 남은 것이다. 조중구는 심 사장 파와 손을 잡는 대신 그들에게도 정보를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 조중구가 지시하는데로 마음껏 베팅하는 대신 그들 역시 조중구가 얼마를 벌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계약이었다. 조중구는 일단 심 사장 파에서 십억을 빌렸다. 그것을 종잣돈으로 앞으로 몇 백억쯤 따겠다는 각오였다. 드디어 시합 시간이 되었다. 이제까지의 사회자인 황백구 총무를 대신해 프로 투견 사회자가 앞으로 나와 경기를 진행했다. 역시 프로 다워서 사람들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정보를 얻으려 애를 썼다.

"우선 맛뵈기 경기로 한국에서 가장 큰 도사와 연변과 러시아 국경 수비대에서 가장 사나운 오부차카의 시합이 있겠습니다. 오늘부터 베팅은 현찰로써 번개보다 빨리 주고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 되었습니다. 그러니 안심들 하시고 통크게 베팅하시어 부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 도사쪽에 베팅하실 분들은 각자 앞에 놓인 노란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주십시오. 그 반대 편은 흰색 플라스틱 상자입니다."

사람들은 사회자의 말에 따라 마치 예행 연습이라도 한 듯 일사 불란하게 움직였다.

"베팅 끝. 경기 시작합니다. 두 견주는 손을 놓으세요."

엄청난 기세로 두 마리의 투견이 맞붙었다. 한데...... 어찌된 일일까? 커다란 도사가 상체를 벌떡 세워 앞발로 오부차카의 어깨를 짓누르자 말자 오부차카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자 다음 순서는 너무나 뻔했다. 사자 주둥이만한 도사의 입이 오부차카의 급소인 목을 덥썩 물어버린 것이다.

"?"

"어라? 이게 뭐야?"

사람들은 단번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을 의심했다.

"이럴수가 있나? 어떤 놈이 승부를 조작하고 있는 거냐?"

"맞다. 이건 함정을 파놓고 우리 돈을 먹자는 짓이다."

"개 새끼들 이 돈은 못 줘. 다시 내 놓으라고."

한두 사람이 이의를 제기하자 갑자기 전체 사람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조중구도 일이 처음엔 어디서 어떻게 잘 못 되었는지 몰랐다. 분명히 근육 이완제를 먹은 개는 도사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사가 져야지 왜 상대 개인 오부차카가 맥없이 쓰러진단 말인가? 더 볼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서로 자신이 베팅했던 플라스틱 상자를 끌어안고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저마다 야구 방맹이를 들고 사람들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실내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조중구도 자신이 베팅한 오억원이 든 플라스틱 상자위에 결사적으로 엎드려 방어를 했다. 그러나 야구 방망이 두 대에 그만 정신이 몽롱했다. 게다가 사람들이 이리저리 몰리며 치고 밟아서 품 속에 갖고 있던 오억 원 뭉치도 사라져 버렸다. 조중구는 죽을 힘을 다해 투견장을 빠져 나왔다.

"아니. 형님, 무사하셨군요. 한데 박용칠 형님은 보이지 않는데요?"

"이게 어찌 된 일이냐?"

"난들 압니까? 도사에게 먹인 약이 왜 엉뚱한 개에게서 효력이 납니까?"

". 빌어먹을. 이젠 다 끝났다. 이봐 문이수. 나를 따라 오라고."

"? 어딜요?"

"다 끝난 마당에 마지막 광란의 축제는 있어야지. , 가자고."

조중구는 조선족이 있던 오부차카의 개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곳엔 진가구도 없고 윤일수도 없었다.

". 이걸 저 개들에게 막 뿌려버려."

조중구는 비닐 봉투를 뜯어 이제까지 준비했던 흥분제가 든 말린 고기를 개장 안으로 마구 던져 넣었다. 개들은 고기 냄새를 따라 서로 먹으려고 물고 뜯었다.

"문이수. 나처럼 개장의 문을 열어버려. 모조리 열어. 마지막 축제를 위해서 열란 말이야."

조중구가 미친 듯 소리쳤다. 그러자 문이수도 조중구를 향해 소리쳤다.

"미쳤어요? 개장의 문을 열게? 나는 못해요. 혼자서 하슈."

문이수는 조중구의 상태가 정상이 아님을 눈치채고 재빨리 그 자리를 피하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조중구는 정신이 나간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에이 빌어먹을.... 세상에 마음대로 되는 게 아무것도 없구나. 그렇다면 너희들도 당할 만큼 당해 봐야지."

조중구는 개장의 빗장을 모조리 열어버린 후 자신의 차가 있는 주차장으로 휘청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조중구가 막 자신의 차를 찾아 운전석에 오르려 할 때였다. 바로 옆차의 창 밑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어떻게 됐어?"

"혼란한 틈을 이용해 왕발이가 해 치웠어. 서 사장이란 자와 그의 애비까지 말이야."

"잘 했어. 조선족을 무시하고 우리 사업을 방해했으니 죽어도 싸지비."

"그 뿐이야? 제놈 욕심에 개들까지 날렸지 뭐야?"

"어쨌든 봉수를 시켜 얼른 왕발이를 연변으로 복귀시켜 버려."

"그러지 않아도 내일 새벽에 대련으로 가는 배를 타기로 했단 말이지."

"? 그런데 저건 뭐야? 개들 아니냐? ? 몽땅 쏟아져 나왔군, 이거 대형 사고다. 어쩌지?"

"가자우, 우리도 연변으로 돌아가자고. 저 개들이 사고를 치면 보나 마나 우리들에게 화살이 돌아올 거니까."

진가구와 윤일수는 재빨리 트럭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조중구는 쏟아져 나온 개들이 투견장 쪽으로 몰려가는 것을 멍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세상의 모든 것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조중구는 그제야 창세기 이전의 혼돈을 생각하고 있었다.        .   



에필로그. 삼 개월쯤 뒤에 중국의 이 선생에게서 배철권에게 연락이 왔다. 생각 밖으로 태산이가 사육사의 말을 듣지않아 고전을 한다는 사연이었다. 그리고 배철권이 원한다면 아들과 함께 중국으로 와 태산이의 사육을 맡아줬으면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초청장을 보내왔다. 배철권은 고달수와 박철구 그리고 가족들과 의논 후 중국으로 건너가기로 마음을 굳혔다. 한열은 중국에서 학교를 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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