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사연) 자동차로 1300만원 자전거 들이받고 뭔 자전거 따위 몇 푼이나 하냐고 따지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데

fiction-google 2024. 2. 2.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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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37세 남자입니다. 최근에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우선 저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취미로 자전거 동호회를 운영합니다. 주말이면 로드바이크를 타고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 근래의 낙입니다. 사건이 터진 것은 5명이 춘천에서 설악산을 왕복하는 코스를 12일로 잡고 떠났을 때 입니다. 아침 일찍 춘천역에 집결해 코스를 확인하고 각자 자전거를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우선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순조로운 기분 좋은 출발이었고 자전거 길도 잘 닦여있어 편안하게 앞으로 나아갔네요. 대룡산, 가리산을 지나고 탁트인 풍경이 나오며 일을 하며 싸인 스트레스가 잊혀지는 힐링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산이며 강이며 맑은 공기며 이 맛에 라이딩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업힐을 헐떡이며 오르다 다운힐에서 느낄 수 있는 짜릿함 또한 라이딩에 중독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제로 들어서니 벌써 해는 중천에 떠 있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발을 옮겼습니다.

식당으로 들어서기 전에 우리는 먼저 자전거를 안전하게 세워두기로 했습니다. 자전거라고는 해도 워낙 고가의 물건들이라 꼭 시야에 들어오는 곳에 두는 것이 모두들 습관처럼 되어 있었습니다. 탈 때는 좋은데 세워 둘 때는 항시 번거로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차장은 휭해서 마땅히 묶을 나무나 전봇대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눈에 안 보이는 구석에 두기에는 불안하고 해서 주차장의 출구 쪽 화분에 기대어 세워두고 자물쇠를 채워 두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그만 사단이 나고 만 것입니다. 밥을 먹고 있다가 주차장 출구 쪽을 힐끗 보니 흰 싼타페 한대가 멈칫 하더니 가만히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차에 가리어 자전거도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뭐지, 하는 마음에 잠시 가게를 나가 그쪽을 바라보니 차가 다시 후진을 하고 사람이 나와 뭔가를 확인하는 겁니다. 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쪽으로 다가가 보니 60대쯤의 아주머니가 자동차 앞에서 사진을 찍고 계시더라고요. 그 앞에는 부서진 화분과 자전거가 눕혀져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전거를 밟고 지나가서 중간프레임이 나갔더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망가진 건 제 자전거 한대뿐이었네요. 제가 아주머니에게 어떻게 된 것이냐고 자초지정을 묻자 아주머니도 당황하셨는지 횡설수설을 하시더군요. 요약하자면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가려는데 카톡이 오는 걸 확인하느라 잠깐 앞을 안 봤더니 화분에 부딪혔다는 겁니다. 조금 있다가 가게 주인분도 나와 괜찮으시냐고 확인을 하더구요. 고의도 아니고 해서 저는 아주머니에게 보험을 적용하자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차에서 딸로 보이는 젊은 여성분이 다가오며 자전거가 얼마나 하냐며 그냥 돈으로 주겠다는 겁니다. 30만원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말입니다.

저는 그런게 아니라 자전거가 그것보다 훨씬 비싸고 하니 보험 처리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지요. 하지만 여성분은 이해를 잘 못하시겠는지 보험처리하면 보험료 오르는 것 아니냐고 하시며 지갑에서 5만원짜리를 6장 꺼내서 들이미시는 겁니다. 제가 아니 이 자전거가 1000만원이 넘는 건데 그걸로는 안된다고 하니, 그 말을 들은 두 여성분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셔서는 언성을 더욱 높이시는 겁니다. 아니 무슨 사기를 치려고 하냐고 세상에 자전거가 그렇게 비싼게 말이 되냐고 말입니다. 그러자 곁에 모여든 동호회 회원들이 싸움을 말리며 아주머니에게 설명을 하더군요. 요즘엔 예전과 달라서 자전거도 비싼게 많다며 말입니다. 저는 헨드폰으로 같은 모델의 카탈로그를 찾아 가격을 보여드렸습니다. 피나렐로 도그마 F12였네요. 그러니 우선은 잠시 말이 없으시더군요. 그리고는 두 분이 뭔가 상의를 하시더니 보험을 해도 우리가 100% 잘못한 게 아니니 300이상은 안 된다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이미 자전거는 전손이고, 또한 보험을 하면 보험회사가 알아서 할 일인데 그런걸 왜 마음대로 정하냐고 저는 따졌습니다. 그러자 요번에는 경찰을 부르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그러라고 했습니다. 결국 경찰이 오고 서로 연락처를 교환하고 추후에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는 형태로 그날은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여행은 중지되었고 기분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화분에 묶어둔 것이 위험한 행위이거나 통행에 방해가 되서 사고가 났다면 백 번 사과하고 배상도 했겠지만, 상대방의 전방 부주의가 원인인데 사람들이 왜 사과를 하려고 하지 않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때를 쓰면 일이 다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세상이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사고 후 일주일쯤 지나 보험회사로부터 배상은 받았으나 전액은 역시나 받지 못했네요. 프레임 가격 정도일까요. 배상이야 사실 그리 중요한 게 아닙니다. 사람이 상한 것이 아니니 물건이야 언제든 다시 살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누가 보상을 해 줄까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사과라는 것을 잊어버린 듯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과를 하는 순간 범죄자가 되는 것일까요? 나쁜 상대를 만나면 그런 경우를 당하는 케이스도 있다고 하니 더욱 한숨이 나옵니다. 최소한 저라도 앞으로 잘못을 했을 때 미안하다, 죄송하다고 말을 먼저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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