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사연) 새벽에 갑자기 음식 차리라는 시어머니 드디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fiction-google 2024. 2. 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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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마흔 살 여자입니다. 결혼은 좀 늦게 해서 이제 3년 되었구요. 자녀는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시어머님이 저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이혼을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냥 무덤덤한 사람입니다. 저에게도 그렇게 자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질지도 않고요. 화를 낸다거나 바람을 핀다거나 학대를 한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고요, 열심히 일하고 월급도 꼬박꼬박 숨김없이 가져다 줍니다. 남들이 보면 이혼을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일 거에요. 오히려 전업주부로 맘 편한 소리 한다고 손가락질을 하겠죠. 시어머님 이야기를 할건데 사실 어머님이 같은 집에 동거하시는 것도 아니에요.

그럼 너무 자주 오셔서 뭐라고 하시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요. 점점 제가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네요. 이제부터 제 고민을 말해 볼께요. 사실 시어머님은 아파트의 같은 단지 다른 동에 사세요. 왕래가 빈번한 것은 아니지만 자주 저에게 심부름을 시키십니다.

결혼 초에는 그래도 조금은 조심스럽게 이야기도 하시고 거리를 어느 정도 둔 상태에서 많이 도와주려고 하셨는데, 2년 정도 지나니 완전히 그냥 맘이 놓이셨는지 하나 둘씩 시키시는 게 많아지시더라구요. 어머님 댁에는 언제나 손님들이 많으세요. 아버님이 장손이셔서 그런지 각종 제사며 챙겨야 할 날도 많고요. 그런데 그런 날 이외에도 어머님은 친구분들이며 친척들이며 모임이며 교회며 사람이 끊이시질 않는 거에요. 그럴 때마다 저에게 음식이며 다과며를 준비하라고 하시는데, 한 달에 한 두 번이면 이해를 하겠는데 하루 걸러 하루가 멀다하시고 모임을 가지시니 정말 두 손 들겠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에게 어머님을 어떻게 좀 해 보라고 고자질을 했네요. 그런데 남편은 그런 게 뭐 대수냐고 그냥 한 두 시간이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구요. 저는 참 어이가 없고 답답해서 눈으로 쏘아보고 하소연을 했네요. 내가 무슨 식모냐고 매일 어머님 친구분들 식사차리고 다과보는게 일이냐고 말이에요.

맘을 몰라주는 남편도 얄밉더라구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 그런데 최근에는 어머님의 도가 더 지나쳐 지셔서 새벽에 전화를 거시는 일이 많아지고 있어요. 난데없이 자고 있는데 새벽 4시 무렵에 전화벨이 울리는 겁니다. 전화를 받아보니 어머님이 급히 식사를 6인분 만들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정신 없이 있는 재료 없는 재료를 모아다가 찬을 만들어다 드렸구요. 그런 일이 있은 후 다시 일주일도 안되어 새벽에 전화가 걸려오는 겁니다. 그 때에는 집에 만들꺼리가 없어서 부리나케 편의점으로 가 어찌어찌 해다 바쳤습니다.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고 힘이 쭉 빠지는 아침이었습니다. 그런 일을 몇 번 겪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구요. 그래서 어머님에게 요즘에 제게 너무하신 것 아니시냐고 따지려고 맘먹었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어머님댁으로 찾아갔는데 마침 손님들이 일어나고 계시더라구요. 나오시면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니 뭘 아침부터 이렇게 수고스럽게 많이 차렸냐고 잘 먹고 잘 놀다간다며 인사들을 하시는데, 안 봐도 비디오로 어머님은 그것들을 마치 스스로 하신 것 마냥 대접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의 감정이라도 생각해서 나중에 살짝이라도 저에게 수고했다거나 미안하다거나 하시면 또 제가 마음이 이렇게 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들어가는 돈이며 노력이며 그런 것을 보상해 달라는 생각은 일절 들지 않았습니다. 단지 너무 섭섭하고 제가 바보 같더라구요. 저는 슬그머니 그 자리를 피해서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남편도 밉고 시어머님도 밉고 저도 밉더군요. 그냥 친정으로 돌아가서 예전처럼 귀여운 딸 노릇이나 하고 맘 편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만약 지금 저에게 아이들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생각은 어쩌면 들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랬다면 어머님을 도와드릴 여유도 애초에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구요. 그렇게 그 하루는 우울하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며칠이 지나 새벽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잠결에도 마치 노이로제에 걸리듯 짜증이 확 일었습니다. 전화를 받자 역시나 어머님이 같은 요구를 하시는 것을 듣고는 참다 참다 저는 소리를 질러버렸습니다. 아니 이런 경우는 진짜 아니신 것 같다고, 오늘은 할꺼리도 없고 이제부터 만들지도 않겠다고, 매번 갑자기 이러시는 경우가 정상이냐고 버럭 신경질을 내 버렸습니다. 제정신이 아니었는지 자포자기였는지 이상하게 너무 또박또박 말이 잘 나오더라구요. 잠자던 남편도 놀라 벌떡 침대에서 일어나 곁으로 다가오더군요. 저는 확실하게 이제부터 시키시는 것 하지 않을 테니 알아서 하시리고 말하고 어머님은 저를 사람으로 생각하시는 것이 맞냐는 막말까지 했습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끝내고 카톡으로 배달할 수 있는 요리집 전화번호를 있는데로 날려드렸습니다.

나쁜 습관은 한칼에 끊지 않으면 고칠 수 없는 것일 것입니다. 남편의 얼굴을 보며 미안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엉망이 된거 아이들도 없겠다 이런 상황이면 이쯤에서 끝이나도 상관이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그 후로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 어머님으로부터 사과의 말은 없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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