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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소설 121

투견판 1.미친 개들 (2) 배한열

토요일이어서 4교시를 끝으로 수업을 마친 한열은 교문을 나섰다. 이제는 전자오락실이 늘어선 골목의 지름길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버스를 타고 다닐 형편도 아니었다. 집안 사정으로 보아 교통비도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한열이는 지금까지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한 적이 몇 번 없었다. 한열은 큰길을 향해 터벅터벅 걸었다. 그러다 지름길을 버리고 큰길로만 가려니 너무 돌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수없이 또 다른 지름길인 주택가와 아파트를 가로질러 승학산을 향해 걸었다. 승학산은 학교와 집 중간에 위치한 공원 같은 산이다. 산만 넘으면 집은 멀지 않았다. 한열은 성큼 산길로 들어서서 걸음을 빨리했다. 높지 않은 산이어서 20분이면 산을 넘을 수 있었다. 산 정상에 이를 즈음 한열은 나무 뒤로 무엇인..

오늘의 소설 2024.02.22

투견판 1.미친 개들 (1) 일상

1995년 5월,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안양에서 인천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의 낡은 포장도로에서 트럭끼리 정면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한 트럭에는 식용 개가 잔뜩 실려 있었다. 이 사고로 운전자들은 모두 즉사했고 충돌 시에 흩어진 개장 안에도 죽은 개가 많았다. 그리고 문이 열린 채 속이 텅 빈 개장도 있었으나 사고 처리반 누구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았다. **** 배한열은 수업이 끝나자 곧바로 교문을 나섰다. 그리고는 길을 건너 전자오락실이 밀집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이 길은 집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어서 한열이 늘 다니던 코스였다. "어이, 너. 이리 와." 낯선 소리에 한열은 좌우를 돌아보았다. 저쪽 골목에 몇 명의 양아치들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요?" 가슴이 뜨끔해진..

오늘의 소설 2024.02.21

망상과 환상을 양자역학으로 풀어보자!

이시마루 겐쇼가 말한다. ‘약물 양자론’이 현실개념을 송두리째 바꾼다! 과학자가 겸손해야 하는 이유, 지식은 완벽한 것이 아니다. (이시마루 겐쇼작가 인터중 중 일부) *망상과 양자물리학 A: 저서에서는, 망상의 세계를 최신과학인 양자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컬트(라틴어의 occultus에서 유래한 단어로, 신비학神祕學 또는 은비학隱秘學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참고로 영어에서 오컬트의 뉘앙스는 신비스러워 이해하기 어렵다는 쪽이다.)의 세계에서도, “이건 과학적으로 말도 안돼”라고 부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시마루: 이것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말하는 과학이란, 고전물리학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 거에요. A: 그건 현재까지 밝혀진 과학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이시마루: 일상의 커다란 세계에서 우리는 고전물..

오늘의 소설 2024.02.09

지하철에서 여자에게 치한으로 몰린 남성이 이 한마디로 문제를 해결하다.

일본의 한 남성은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전철에 올랐다. 역시나 전철은 만원이었고 약간씩 흔들리고 있었다. 사방에는 많은 남녀의 사람들이 끼여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느 순간 한 여성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며 남성을 향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전철을 비상 정지 시키려 했으나 플랫폼에 도착할 무렵이었던 관계로 전철의 문은 이윽고 열렸다. 사람들은 놀라 여성을 힐끔거렸고, 모두는 거의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대강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따가운 시선은 모두 남성으로 쏠리고 있었다. 여성이 돌아서 남성에게 말했다. “지금 날 만졌잖아요!” “예? 아닌데요….” “내려욧. 경찰을 부를 테니까요. 빨리 내려요.” 남성은 할 수 없이 전철에서 내려 플랫폼..

오늘의 소설 2024.02.06

(사연) 자동차로 1300만원 자전거 들이받고 뭔 자전거 따위 몇 푼이나 하냐고 따지더니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데

저는 37세 남자입니다. 최근에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있어서 적어 봅니다. 우선 저는 작은 회사를 경영하고 취미로 자전거 동호회를 운영합니다. 주말이면 로드바이크를 타고 라이딩을 즐기는 것이 근래의 낙입니다. 사건이 터진 것은 5명이 춘천에서 설악산을 왕복하는 코스를 1박 2일로 잡고 떠났을 때 입니다. 아침 일찍 춘천역에 집결해 코스를 확인하고 각자 자전거를 점검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우선 아침을 간단하게 해결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순조로운 기분 좋은 출발이었고 자전거 길도 잘 닦여있어 편안하게 앞으로 나아갔네요. 대룡산, 가리산을 지나고 탁트인 풍경이 나오며 일을 하며 싸인 스트레스가 잊혀지는 힐링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산이며 강이며 맑은 공기며 이 맛에 라이딩을 하는 것 아니겠어요. ..

오늘의 소설 2024.02.02

(사연) 새벽에 갑자기 음식 차리라는 시어머니 드디어 이혼을 결심했습니다

저는 마흔 살 여자입니다. 결혼은 좀 늦게 해서 이제 3년 되었구요. 자녀는 아직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시어머님이 저를 대하는 태도 때문에 이혼을 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으로 그냥 무덤덤한 사람입니다. 저에게도 그렇게 자상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모질지도 않고요. 화를 낸다거나 바람을 핀다거나 학대를 한다거나 그런 건 전혀 없고요, 열심히 일하고 월급도 꼬박꼬박 숨김없이 가져다 줍니다. 남들이 보면 이혼을 생각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일 거에요. 오히려 전업주부로 맘 편한 소리 한다고 손가락질을 하겠죠. 시어머님 이야기를 할건데 사실 어머님이 같은 집에 동거하시는 것도 아니에요. 그럼 너무 자주 오셔서 뭐라고 하시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고요. 점점 제가 더 이상한 사람이..

오늘의 소설 2024.02.01

(사연) 모든 것을 다 바쳤다고 이제 나를 부양하라고 하는 어버지와 연을 끊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겨우겨우 생계를 이어나가기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녹녹치 않더군요. 하지만 지금껏 늘 녹녹치 않던 세상이라 이제 더 나아지면 나아졌지 악화될 것은 없다는 믿음으로 버텼습니다. 처음 회사를 다니다 몇 년을 종자돈을 정말 허리띠를 졸라매고 미친놈처럼 모았습니다. 그래서 은행 융자를 끼고 작으나마 개인 점포를 임대해 가게를 차렸지요. 이제부터 인생이 시작이라는 각오로 열심히 매달리다 보니 월급쟁이 시절보다 한결 숨이 트이더라구요. 그즈음 아내와 결혼을 했습니다. 아마도 부모님을 뵌 것은 결혼식을 올릴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네요. 제 아내는 시부모님을 거의 만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부모님을 별로 가까이 모시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도 결혼은 알려야겠기에 마음에도 없는 ..

오늘의 소설 2024.01.31

모두를 가슴 아프게 했던 눈물바다 사연

초등학교 때 나는 매일 괴롭힘을 당했었다. 대부분의 친구들에게 무시당하고 때론 맞기도 했다. 죽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는 학교에 가는 것이 괴롭기만 했다. 나를 심하게 괴롭히는 아이들은 학급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만 다른 아이들은 자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에선지 누구도 나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어느 날, 수업시간에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작문을 하는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은 무어라도 좋으니 아버지와 여행을 했던 일이든, 아버지의 직업에 대한 일이던 편한대로 써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한 참 동안을 아무것도 쓸 수가 없었다.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열심히 무언가를 써 내려가고 있었다. 하얀 노트를 그저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은 운동장 같은 교..

오늘의 소설 2024.01.31

병상이야기 3. 방귀쟁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장소가 어디든 별의별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있는 6인실 병실도 예외는 아니어서 환자마다 다른 개성이 존재했다. 그래서, 여섯 개의 병상에서 각기 다른 여섯 가지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물론 각자의 병명이 다르고 아픈 정도도 다르니 신음 소리가 일률적이겠는가 마는 어쨌든, 앓는 소리를 내지 않는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밤새 가래 끓는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도 있고 연신 자지러지는 비명소리를 토해내거나 계속 이리저리 뒤척이며 끙끙대는 환자도 있었다. 개중에도 목에 가래가 차서 곧 호흡이 끊어질 듯 헐떡대는 여든이 넘은 노인이 가장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 노인은 간호원이 수시로 달려와 목구멍을 막은 가래를 기구로 제거해야만 살수 있었다. 의식은 있는지 없는지 모..

오늘의 소설 2024.01.26

병상이야기 2. 옆 병상 영감 내외

내가 들어선 입원실엔 이미 두 사람의 환자가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얼핏 돌아보니 문가의 피부가 새카만 한 사람은 정신이 없는 듯했고 끝 쪽 침대에 걸쳐 앉은 사람은 사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뇌졸중 환자였다. 한눈에 봐도 한 쪽 다리와 팔을 전혀 쓰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창가 보다 화장실이 조금이라도 가까운 가운데 침대를 택했다. 곧이어 어떤 환자 영감이 들어와 창가 쪽 침대를 차지했다. 그때까지 나는 내 몸의 고통에만 신경이 쓰였을 뿐 사실 그들을 자세히 본 것도 아니었다. 입원실에 날이 새자 밤새 비몽사몽이던 나는 눈을 떴다. 줄줄이 달린 링거 덕인지 고통이 한결 덜해서 좋은 아침이었다. 일곱 시에 아침밥이 도착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환자들은 가벼운 동요와 함께 식판을 받아 들었다...

오늘의 소설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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