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파투(破鬪) 15. 불타는 하우스(1) 담판

fiction-google 2024. 3.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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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구경은 하셨나요?"

신동규가 윤치우의 얼굴을 빤히보며 물었다. 표정을 보고 돈을 땃는지 잃었는지를 가늠해 보려는 것이다.

", 구경만 했어, 카지노와 어떻게 다른지 구경만 했다고."

"그래서 공부는 좀 하셨습니까?"

"자네가 말한 걸 염두에 두고 두어 시간 관찰을 했지만 배팅할 순간을 잘 모르겠더군."

"초저녁이라 판돈이 크질 않아서였을 겁니다. 자정쯤 되면 판이 커져서 딜러도 진짜 타짜로 바뀝니다. 제가 말한 대로만 하시면 카지노보다 열배의 소득이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럴까?"

윤치우는 자신 앞으로 산더미 같이 쌓인 돈다발을 상상하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윤치우는 내일은 밤 열 시까지만 게임을 하고 빠지리라 계획하고 있었다. 자정에는 검경이 총 출동해서 놈들을 검거하기로 얘기가 된 것이다. 이미 영월에 도착하자 말자 지방 지청과 경찰서를 들러 내일 밤 자정을 기해 펼칠 체포 작전을 의논 한 윤치우였다. 신동규의 말대로라면 아홉 시 이후에 기회를 포착하기만 하면 한두 번의 배팅으로도 승부가 날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천도 든든해야 했다. 윤치우는 동원 가능한 모든 현금을 카드에 담아 왔다. 신동규가 준 현금 오천과 자신이 마련한 오억 원이면 충분할 것도 같았다.

"판돈이 얼마 정도여야 큰판이라고 할 수 있나?"

"딱 잘라 말할 순 없죠. 허나 전체의 판돈을 보실게 아니라 플레이어 쪽에 얼마나 많은 돈이 걸렸나를 보셔야한다니까요? 딜러가 욕심이 날만큼 플레이어 쪽에 돈이 걸리면 틀림없이 먹으려고 재간을 부립니다. 바로 그럴 때 딜러를 따라가야지요. 물론 플레이어 쪽보단 반 쯤 액수를 줄여서요."

"알았어. 카지노 바카라에서도 좀처럼 잃지 않는 실력인데 설마 하우스에서 잃을려고. 어쨋던 경찰과는 말이 잘 되었으니 자네 팀은 열한 시가 되면 행동해도 좋네. 나는 열 시까지만 하고 금세 산 아래로 빠질 테니까."

"일이 끝나면 부장님께 따로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참 이곳 검경들 모두에게도 감사의 인사는 드려야겠지요?"

"일 끝나면 자네가 한 번 자리를 마련하게. 그러면 될 걸세."

"참 저의 아버지 말씀을 들으니 법률 사무소를 생각하신다구요?"

"? 음 일단 생각만 해본 걸세. 합동법률 사무소란 게 돈이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라서 말일세. 여하튼 더 두고 봐야지."

"부장님께서 생각만 있으시면 저도 적극 돕겠습니다."

"말이라도 고맙구먼. 우선 내일 일부터 처리하고 그 얘긴 나중에 하지."

"그러죠. 그럼 시작을 하지요."

신동규는 초인종을 눌러 지배인을 불렀다. 최고의 미인 아가씨와 술을 주문했다. 즉시 술과 두 명의 아가씨가 들어왔다. 그러나 술은 최고급이었으나 아가씨는 그렇지 않았다.    아가씨의 얼굴을 본 신동규는 금방 고개를 돌렸다. 시골의 최고 미인이란 게 서울 미인이 마트에서 사온 호박과 다름이 없어서였다.



"어휴, 이제 서야 좀 살겠네."

말자가 목을 내 두르며 어깨를 뒤로 재껴 기지개를 켰다. 저녁 시간이 지나 식사 손님이 뜸 하자 이번엔 쌓인 그릇이 설거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말자와 덕숙이가 덤벼들어 꼬박 한 시간을 매달려 이제 서야 마지막 그릇을 행군 것이다. 말자와 덕숙이는 거의 탈진 상태였다. 말자 남편은 내일 팔 고기를 미리 삶고 깍두기를 담글 무우를 손질하고 있었다. 그렇게라도 해 놓아야 내일 또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터였다. 하우스에 몰려드는 숫자만큼 식당도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시작한지 열흘도 되기 전에 목표했던 금액이 채워진 것 같았다. 피곤하다던 덕숙이가 장부를 꺼내 지출을 제한 수익금을 계산해 나갔다.

", 수미가 온 다음에 해야지. 근데 이 기집애는 또 어디로 샌 거야?"

말자가 덕숙이를 향해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러다 천막을 들어서는 수미를 보고는 금새 표정을 바꿨다.

"수미 넌 아까부터 어딜 그렇게 다니니? 혹시 혼자서 현상금을 타려는 건 아니지?"

"어디 있어야 현상금을 타지? 하우스를 죄다 뒤져도 없더라. ."

"근데 말이야. 여기 사장이 순복이 신랑을 왜 찾는 거야? 현상금까지 걸고서 말이야."

"내 신랑 일도 아닌데 내가 어떻게 알어? 허지만 너희들도 대략은 짐작이 가잖아?"

"무슨 짐작? 우리가 어떻게 짐작하구 말구 해?"

덕숙이 알 수 없다는 얼굴로 수미를 바라보았다.

"생각 해 봐. 여기 하우스도 김사장도, 전부 캐시콜뱅크 소속이잖아? 이런 대부업체에서 사람을 찾는다면 당연히 돈 빌려서 안 갚았으니까 찾지. 떡 사줄려고 찾겠니?"

"어머, 그러니까, 이진운가하는 순복이 신랑이, , 아직 신랑은 아니지. 아니구나, 신랑이나 마찬가지잖아? 하여튼 그래서 그 사람이 순복이가 애를 낳은 것도 모르고 도망을 다니는구나. 그렇지? 내 짐작이 맞지?"

", 말자 넌 설렁탕 체질이 아닌가보다. 차라리 소설을 한번 써보는게 어때?"

"뭐야? 그럼 덕숙이 넌 무슨 체질이니? 밤낮 꼬챙이에 어묵만 꿰는 게."

갑자기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두 사람이 서로를 노려보며 언성이 높아지자 수미가 중재에 나섰다.

"그깟 일로 우리끼리 싸울 것 있냐? 순복이네가 부잔데 빚이 얼마면 어때?"

"그건 그렇지만 순복이가 안 됐잖아?"

"안 돼긴 얘는? 안 돼긴 뭐가 안돼? 걔가 우리보다 돈이 없니 배운 게 없니? , 난 고 기집애가 팍 망하는 꼴을 봤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수미의 앙칼진 말에 덕숙이와 말자는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여고 시절의 수미를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수미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맘을 가질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건너편 차에서 무우를 썰던 말자 신랑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덕숙이네 스넥 차로 느린 걸음으로 다가왔다.

"어이, 김 형, 조용할 때 우리도 담배 한대 태우고 합시다."

"그럽시다. 이따 밤참 시간이 되면 또 정신 없을 테니까."

". 그땐 전부 이쪽 차에 붙으면 되요. 이제까지 잘 해왔는데 뭘. 옛소 담배."

말자 신랑이 덕숙이 신랑과 담배를 피며 각자 제 여편네에게 눈총을 주자 두 여편네는 슬그머니 각자의 차에 올라 일거리를 잡았다.

"헌데 말이요. 이형, 조용할 때 아예 중간 정산을 해서 돈을 나누면 어떨까요?"

", 그렇지 않아도 오늘 하기로 한 것 아니었소?"

“아까 여편네가 장부를 드려다보더니 저 꼴 아니요. 나 원..."

"참 여자들이란...에이..."

"이봐요, 수미씨. 이리와 보세요. 아예 우리가 정산을 할 테니까 옆에서 틀리는 게 있나 봐줘요. 일단 지금까지 들어 온 돈을 나누고 봐야죠."

"그래요. 그럼, 쟤네들하고 같이 하려다간 싸움만 나겠으니까."

세 사람이 장부를 펼쳐 놓고 한 창 계산기를 두드리는 동안 말자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 순복에게 전화를 걸었다.

"순복이니? 나야. , ? 너의 아빠가 여기를 왔다고? 네 신랑? 아니, 오늘은 못 봤어. 하지만 그 사람, 아니 네 신랑이 다시는 여기 안 나타 날 거야. ? 그런게 아니라. 지금 여기선 대부업체 사람들이 그 사람을 찾느라 난리 거든. 현상금도 백만 원이나 걸렸다면 말 다했지 뭐니? ? 갚아? 다 갚았다구? 정말? 그런데 왜 찾을까? 네가 모르고 있는 빚이 또 있는 건 아닐까? 몰라. 허지만 그 사람이 어제 여기 와서도 노름은 안 했다더라. ? 그건 아닐 걸? 설마 여기가 캐시콜인가 하는 대부업체에서 운영한다는 걸 모르고 왔겠니? 노름도 안 할 사람이? 다른 일로 왔었을 거야. 어쨋든 다시 여기 오면 내가 즉시 알릴 게. 너의 아빠 한텐 다른 곳을 찾아보시라고 해. ? 수미? , 말도 마라, 아예 네게 앙칼지게 악담을 하더라 얘. 나 들어가 봐야 돼. 끊을게."



1210. 이른 아침부터 안순태는 가스등을 환히 밝히고 심복들을 닥달하고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김기동을 때려잡는 날이 온 때문이었다. 이 굴 속에 갇혀 고생하던 때를 생각하면 김기동과 천태종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빨리 빨리 짐 정리를 하란 말이야. , 삼수, 애들 데리고 나가서 대소변 보게 해. 굴 안에서 싸면 절대 안 된다. 알았지. 한 놈만 싸도 냄새 때문에 골이 아프니까."

굴안에서 대소변을 해결 해본 경험자가 엄하게 이르자 삼수가 나서 이의를 달았다.

"형님, 얘들이 함부로 밖에 나가도 되는 겁니까? 밑에서 누가 보기라도 하는 날엔..."

"시끄러워. 내가 말을 하면 넌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된다고 했잖아? 지금이 몇신데 아직까지 게임을 하냐? 그놈들은 낮엔 자고 밤에 장사하는 놈들인데 누가 보고 말고 해? 잔소리 말고 가라고. 대신 여기도 산이라고 나가서 야호오...이 지랄하는 놈이 있으면 죽을 줄 알아라. 똥도 굴 앞에다 싸지 말고.... 에이 쌔끼들하고는..., , 삼수야, 잠깐... 세수나 양치질도 금지다. 세수를 하려면 밑으로 내려가야 하니까. 알았지?"

동생들을 줄줄이 몰고 삼수가 굴 밖으로 나가자 안순태가 전화기를 꺼내 들었다. ON을 누르려던 순태가 자신이 굴 안에 있어 전화가 터지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순태는 굴 밖을 향해 나아갔다. 굴 밖에는 잎이 떨어져 엉성한 싸리나무 뒤나 줄기 뿐인 칡덩쿨 옆에서 엉덩이를 깐 놈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끙끙대고 있었다.

"정철이냐? ? 춥기는, 난로에 침낭까지 있는데 뭐가 추으냐? 오히려 땀이 다 나더라. 우리 둘이 있을 때 그때가 정말로 추웠지. 그 개새끼 때매 추워 죽는 줄 알았잖아. 오늘 두놈 다 내 주먹맛을 좀 보게 될 거다. 오덕이? 오덕이는 삼수 혼자서도 될 걸? 여하튼 삼겹살은 충분히 갖고 왔으니 얘들 멕여서 쉬게 해야지. 그래, 그럼 저녁에 연락 할 게."       



진우는 잠결에 무엇이 달그락 대는 소리에 눈을 떳다. 작은 창을 통해 들어 온 빛으로 방안은 희미했다. 달그닥 대는 소리의 진원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부엌에서 노인이 아침 밥을 지으려는 것일 거였다. 누운 채 눈을 깜박이던 진우는 갑자기 벌떡 몸을 이르켰다. 이렇게 태평하게 누워 있을 때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급히 옷을 주워 입고 이불을 개킨 뒤 밖으로 나왔다. 밖은 이미 환하게 밝은 아침이었다. 진우는 좀 더 일찍 일어나지 못한 자신이 한심했다. 덕배 아버지에게 아침 인사를 하러 부엌으로 다가갔다. 헌데 예상 밖으로 덕배 엄마가 밥을 짓고 있었다.

"아니, 어무이께서 웬 일이십니까?"

진우를 돌아 본 덕배 엄마의 얼굴에 히미한 미소가 배어 나왔다.

"요새는 그래도 움직일만해서 다행이다. 괜찮다 걱정마라. 그동안 내가 아프다는 핑계로 네 밥도 제대로 차려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진우야 미안 하구나."

"덕배가 갖고 온 약은 남았습니까?"

임시나마 근육 이완제인가 하는 약이 효험이 있다는 것을 아는 진우였다.

"그 약은 어제 끝났다. 두 주일 치였거든."

"어디서 어떻게 짓는지요?    제가 가서 좀 더 지어올까요?"

"아니다, 됐다. 모든 것이 때가 있는 법인데, 이젠 약도 소용 없다."

"그래도.."

덕배 엄마의 눈이 진우에게 멎어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부엌 밖의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덕배 엄마의 얼굴은 어떤 회한의 빛이 서려 있는 듯했다. 아니 회한이라기보다 차라리 슬픔도 기쁨도 아닌 초연함이랄 수도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진우는 가슴이 뭉클했다.

"그동안 진우 네가 마음고생이 많았다. 너는 어릴 때부터 나만큼 외로운 몸이었지. 내가 네 마음을 잘 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라도 덕배랑 헤어지지 말고 형제로 지내라. 그러면 한결 사는데 힘이 될 게다."

"잘 알고 있습니다. 덕배 없이 혼자 십여 년을 살아 본 저 아닙니까? 사는 게 힘들 때는 절로 덕배 생각이 나더군요."

"왜 안 그랬겠느냐. 덕배도 삼 년 전에 감옥에서 나왔을 때 처음 네 말을 하더라. 감옥에서도 보고 싶더라고...앞으로도 서로 그렇게 위하며 살아다오."

“그럴 겁니다. 헌데 아버님은 어딜 가셨습니까?"

"그 양반은 새벽에 나갔다. 늦을지 모른다고 아침을 먼저 먹으라더라. 밥 다 되었으니 너 먼저 먹어라."

"아닙니다 저도 천천히 먹지요. 전 가서 삭정이나 좀 줒어다 놓지요."

"아이고 그만 둬라. 이젠 그런 것도 다 필요 없다. 가지 마라."

"? 필요 없다니요?"

", 아니다."

덕배 엄마는 급히 아궁이 앞에 쪼그리고 앉아 불을 헤치는 시늉을 했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감지한 진우가 부엌을 나와 화장실로 이용되는 잿간으로 갔다. 소변을 보고 돌아서는데 주머니 속에서 벨이 울렸다. 택시 기사 진태였다.

"진우 형. 지금 어디래요?'

"집이다, 왜 무슨 소식이라도 있냐?"

"아니요. 여기는 태백인데요. 역전에서 상구를 만났거든요. 이놈이 하는 말이 오늘 내로 진우 형을 찾아야 한다고 해서요."

"날 왜?"

"해병 전우회 지시랍니다. 상구가 해병대 출신이잖아요."

"그렇다면 상구도 내 번호를 알 텐데 왜 직접 내게 전화를 안 한다냐?"

"그게....진우 형을 찾아도 되나 안 되나 몰라서 진우 형한테 물어보고 진우 형을 찾을려고 그랬다네요. 나도 헷갈리네. . 니가 말 해."

상구가 진태와 함께 있나보았다. 상구의 주눅 든 음성이 들렸다.

"미안합니다. 형님, 아까 전우회에서 형님 사진이 전송되었더군요. 일단 형님 입장을 들어보고 지구대에 보고할려구요. 어찌된 일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어찌된 일인지는 내가 더 궁금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거기 매달릴 정신이 없어. 곧 덕배 사무실로 가서 뭣 좀 알아볼 것도 있고 말이다. 여하튼 나는 법에 저촉된 일은 한 일이 없으니 네가 알어서 해. 그 사람들도 찾다 못 찾으면 제풀에 그만 두겠지."

혹시 덕배 아버지가 오시지 않나 해서 통화를 하면서 대문 깨를 나선 진우가 집 뒤의 언덕에 올랐다. 언덕위 잔풍한 양지쪽엔 겨울 채비를 한 십여 통의 벌통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높은 곳이라 산중턱 멀리까지 잘 보였다. 그때 저 멀리 옥수수 밭이 있는 곳에서 작은 점이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진우는 눈에다 정신을 집중해 점을 주시했다. 점이 조금 커지자 움직임이 덕배 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 진우는 덕배 아버지를 마중하기 위해 부리나케 산을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밝은 날, 게다가 발길에 익은 내리막길을 내려가는 진우는 날아가듯 빨랐다.

"뛰는 걸 보니 이제는 노루 같구나."

"아버님, 어딜 다녀오십니까? 읍내를 다녀오시는 겁니까?"

"아니다. 뭐 좀 알아볼게 있어 콘테나에 들렸다가 내친김에 은광엘 다녀오는 길이다."

"? 은광에요? 그저께 제가 가 봤는데요. 굴이 비어 있었습니다. 아무도 없어요."

"아니다. 아까 내가 봤을 땐 십여 명이 있었느니라. 한꺼번에 대소변을 보는 꼴이 굴 안에서 밤을 지냈나 보더라. 차후라도 너는 그놈들 가까이 하지 말아라."

"그렇다면 오히려 더 가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덕배가 거기 있을지도 모르는데요."

진우가 안타깝다는 듯 덕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노인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리고 성큼 성큼 내 딛는 발걸음도 당당했다.

"중과부적이니라. 쉽사리 내 놓을 놈들이라면 그렇게 많은 인원을 배치했겠느냐?"

"경찰에 신고를 하면 어떨가요?"

“허, 경찰이 출동할 동안 그놈들이 가만히 있겠느냐? 그건 안 된다."

"그럼 저대로 두고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보다 어제 네가 얘기한 하우스가 은광 아래 공터에 있는 그것이냐?"

", 그게 절 쫓아다니던 대부업하는 그놈들이 하는 겁니다. 그저께 내려가 봤더니 사람이 엄청나게 많더군요."

", 그렇겠지. 노름을 좋아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니까."

"따는 사람도 있으니 그렇게 많은 사람이 꼬이겠지요?"

"어쩌다 있겠지. 허나 누구도 하우스의 고수에겐 당하지 못한다."

"아버님, 정말 그 굴속에 덕배가 있을까요?"

"알 수없는 일이다. 허나 어차피 놈들과 한번은 담판을 지어야 할 일이니라. 그러니 거기 있던 없던 결과는 마찬가지가 아니겠느냐?"

"? 어떤 결과를 말씀하시는지요?"

"아니다. 너는 걱정할 것 없다."

노인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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