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정철과 안순태의 동정을 살피러 왔다가 그들이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알았다. 굴속이라 해도 고산 지대라 밤이면 몹시 추울 터였다. 헌데 석호를 보고도 두 사람 모두 춥다느니 이불을 갖고 오라는 등의 말이 일체 없었다. 특히 걸핏하면 성난 멧돼지 처럼 날뛰던 안순태는 더욱 말이 없었다. 안순태가 말이 없으니 오히려 석호가 불안했다. 그래서 생각타 못해 김기동 몰래 오늘 담요 두 장과 라면을 끓일 도구들을 갖다주었다. 그러나 랜턴 불빛에 비친 두 사람의 얼굴은 냉랭한 기운마져 서려 있었다.
"김기동이 갖다주라더냐?"
오정철이 갖다준 물건은 쳐다보지도 않고 낮은 소리로 물었다.
"아니요. 과장님 몰래 갖고 온 겁니다."
"그래? 석호랬지? 어쨋던 고맙다. 하나만 묻자. 너, 신사장 소식을 들은 게 있냐?"
"없는데요. 아, 있습니다. 김과장이 오덕이 형에게 말하는 걸 얼핏 들었는데 신사장이 조만간 내려올 지 모르니 덕배 졸개는 없애버리라고 하더군요."
"덕배 졸개라니? 덕배 친구가 아니고? 이진우라는 놈이 아니냐?"
석호는 자신도 모르게 뒤를 힐끗 돌아보았다. 아차, 괜한 말을 뱉은 것 같았다.
"실은 며칠 전에 오덕이형 패가 어떤 사람을 잡아다 산으로 끌고 가 조진 모양입디다. 그 일로 과장님과 한참을 수근 거리던데요?"
"그래서? 그놈은 아직 산에 있대냐?"
"웬걸요. 다음날 일서형네 술 창고로 옮겨놨답니다."
안순태는 그날밤 비닐하우스에 끌려갔을 때 김기동에게 기차에서 본 두 사람에 대해 말을 한 것이 생각났다. 그사이 김기동은 틀림 없이 두 사람을 찾아냈을 것이었다. 석호가 순순히 알고 있는 것을 털어놓자 안순태가 불쑥 나섰다.
"씨발, 너 이 새끼. 넌 김기동이 불러서 내려온 놈 아니냐? 그런데 왜 우리에게 그런 걸 털어 놓냐? 너 다른 정보라도 캘려고 여기 왔냐? 김기동이 시키데? 엉?"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순태는 창살 밖으로 재빨리 손을 뻗어 석호의 팔을 잡아 끌어당겼다. 불시에 허를 찔린 석호는 두발로 버티며 결사적으로 뒤로 몸을 제꼈다. 그러나 힘으로는 안순태를 당할 수는 없어 단숨에 끌려가 창살틈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너 이 새끼. 바른대로 안 불면 목아지를 꺾어 놓을 거야. 김기동이 잡아 온 놈이 누구야?"
"모...몰라요. 이름은 몰라요. 보지도 못 했구요."
꼼짝없이 멱살을 잡힌 석호의 얼굴이 오정철이 비추는 불빛에 이그러져 있었다.
"뭐야? 몰라? 이런 씨발놈을 콱. 좋아. 하나만 더 묻지. 김기동이 총알을 찾았어 못 찾았어? 이번에도 모른다고하면 알아서 해라잉."
"헉, 총알? 총알이라니요? 무슨 총알 말입니까? 무슨 총알을 말씀하시는지 알아야 대답을 할 것 아닙니까. 혀. 형님 이 이거 좀...놔. 주시..."
무지막지한 안순태의 손아귀에 목뼈가 부러질 판이었다. 다급한 석호가 순태의 손목을 잡고 매달렸다.
"야. 놔줘라. 얘는 총알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어."
오정철의 말이었다. 석호의 죽어가는 표정에 랜턴을 들고 있던 오정철이 순태를 제지한 것이다.
"야. 무슨 소리하는 거야? 요 새끼를 놔 주면 당장 우리를 죽이려 할 텐데? 그보다 이새끼 주머니를 뒤져서 열쇠를 찾아라."
"열쇠? 열쇠는 찾아 뭐하냐?"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오정철이 창살 사이로 석호의 주머니를 더듬기 시작했다.
"여...열...쇠 어, 없어요."
숨이 막혀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가운데 석호가 악으로 내 뱉는 말에 오정철의 손도 멈추었다.
"야. 이 자식, 진짜 열쇠가 없잖아?"
"뭐야? 씨발, 열쇠가 없다니? 야. 너 이 새끼 열쇠 어쨌어?"
안순태는 목을 죄던 손을 풀어 한 손은 멱살을 잡고 한 손으로는 석호의 뺨을 철썩 갈겼다. 질식으로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던 석호는 맞는 것도 모른 채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앉다.
"어? 이 새끼 봐라?"
"야, 네가 좀 심했나보다. 물 좀 갖구와라."
"아, 씨발. 이 새끼 엄살 부리는 것 아니냐?"
안순태가 물병을 갖고오자 오정철이 석호의 얼굴에 물을 약간 뿌렸다.
"엇. 차거."
기절 직전이던 석호가 깜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 그러더니 안순태 손아귀의 사정권 밖으로 냉큼 물러났다. 다시 잡히면 이번엔 정말 죽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엇? 저 새끼 봐라. 불쌍해서 놔줬더니 도망을 쳐?"
아차하는 순간에 닭을 놓친 개처럼 순태가 다시 으르릉 거렸다.
"아무리 이 바닥 선배라지만 과장 몰래 불이랑 냄비랑 얼어죽지 말라고 담요까지 갖다 준 내게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아픈 목을 어루만지며 석호가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너 임마 열쇠 어디다 둔 거야?"
석호에게 열쇠가 없는 것에 화가 난 순태가 눈을 부라렸다. 대답이 없던 석호가 갑자기 바닥에 있는 랜턴을 집어들어 순태의 얼굴을 비추었다. 갑작스런 밝음에 눈이 부셔 순태는 눈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바로 그겁니다. 열쇠요. 열쇠 때문에 내가 형님들에게 잘해야겠다고 맘 먹은 거라고요."
"엉? 저 새끼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야. 임마 너 갑자기 돌았냐?"
순태가 어이없다는 듯 오정철을 돌아보았다. 순간, 오정철이 순태의 옷깃을 뒤로 당기며 나섰다.
"가만, 넌 가만 있어봐. 야 석호. 너 열쇠 때문에 누구에게 열 받았냐?"
오정철이 부드러운 소리로 나오자 석호는 그 쪽으로 랜턴을 돌렸다.
"열쇠는 김과장이 갖고 있단 말입니다. 날 못 믿겠다는 거지 뭡니까?"
"그럴 리가? 조직에서 동생들을 못 믿으면 누굴 믿냐? 목숨까지 맡겨야지."
"나는 김과장의 직속이 아니거던요. 일을 할 때도 저희들끼리만 하구요. 니미 불러 올때는 언제고..."
석호의 불만이 어디 있는가를 재빨리 알아 챈 오정철이 다시 부드럽게 나왔다.
"아, 그렇지. 넌 원래 송파구 최상사 밑에 있었지? 허지만 지금은 완전 이적 됐잖어? 김기동이 널 임시로 불러다 쓰는 것이 아니라 아예 동생으로 박았다던데?"
"동생은 무슨 개뿔, 송파에선 내 밑에 열명도 넘는 애들이 있었다구요. 그런 내가 여기선 7년 경력을 갖고도 신참 대우를 받는단 말입니다. 그런 마당에 동생은 무슨 개뿔 같은 동생이란 말입니까? 동생이라면 그깟 열쇠도 안 맡겨요? 내가 내 맘대로 형님들을 풀어주기라도 한답니까?"
"음, 듣고보니 네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김기동이 널 믿지 못 하는 게 틀림없구나. 그러게 조직에선 줄을 잘 서야 되는 거라구. 김기동이 원래 짭새 출신 아니냐? 그놈은 우리 같은 사람은 모조리 범죄자로 보거던. 헌데, 애초에 최상사패인 널 김기동이 왜 부른 거냐? 설마 우리들 라면 심부름이나 하라고 부른 건 아닐 테고..."
오정철이 슬슬 석호의 염장을 간지르기 시작했다. 석호 역시 이왕 말을 꺼낸 데다 적의 적은 동지라고 김기동을 누구보다 미워하는 두 사람에게 그동안 쌓인 불만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송파와 강동은 요즘 한창 뜨는 지역 아닙니까? 그 중에 송파는 장사가 더 잘되는 곳입니다. 최상사 형님이 그 지역들을 맡고나서 부터지요. 그러나 형님들도 아시겠지만 송파나 강동의 반은 이미 경상도 연합파가 치고 들어와 차지했지요. 여기는 반대로 연합파가 차지한 곳을 형님들이 치고 들어왔다면서요?"
"이권이 있는 곳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여기라고 연합파의 덕배 혼자 먹으란 법은 없잖아? 그건 그렇고 그래서?"
오정철이 달래 듯 다시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아, 예. 그래서 거기도 연일 전쟁 중인데 저는 천호동 업소를 잘 지켜서 최상사 형님으로부터 칭찬도 받았습니다. 얼마 후에 업소 한 곳도 물려주겠다고 하셨는데...개새끼가 부르는 통에 조졌지 뭡니까. 그리고 불렀으면 합당한 대우를 해 주던지 그럴듯한 일거릴 주던지 해야지 이게 뭡니까? 맨날 산으로 쫓아다니며 천막 칠 자리나 보러 다니게 하질 않나 남의 광산을 살피라질 않나 이제와선 형님들 감시까지 하라니....니미, 입에서 자동으로 욕이 나올 밖에요."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나 있던 안순태가 나섰다.
"천막? 산에다 천막은 왜 쳐? 누가 캠핑 가냐?"
"허, 그러면 좋게요? 이건 순... 백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찾으래요. 그것도 외진 곳을 골라서요."
"뭐야? 백 명 이상? 이게 뭔 일이냐?"
"참 며칠 전에 김과장이 나 보고 저 위에 있는 다른 굴에 같이 가 보자고 하던데요? 굴의 내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꼬치꼬치 묻구요."
오정철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백 명 이상 들어갈 외진 곳이라? 그렇다면 혹시 김기동이?
오정철은 단번에 3년 전 원무현의 사건을 떠올렸다. 조직에서 운영하던 도박사업의 중간 보스가 이익금을 들고 잠적한 일이었다. 그러나 듣기로는 얼마 못 가 잡혔고 돈은 회수도 못한 채 놈을 어딘가 묻어버렸다고 했다. 그 사건 후에 조직에서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벌리는 도박사업을 접고 대신 인터넷 도박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지금와서 새삼 김기동이 대형 천막을 칠 자리를 찾는다면? 그것도 전국의 노름꾼이 몰리는 사북 부근에서 말이다. 조직에서 도박사업을 다시 시작하려는 것은 아닐 거였다. 그렇다면 조직 몰래 크게 한 탕 벌리자는 수작일 것이다. 오정철은 김기동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럴만한 장소는 찾았냐?"
"저는 이곳 출신 아닙니까? 그까짓 거 넓고 으슥한 곳이라면 열 군데 쯤 알지요."
"네가 이곳 출신이냐? 어쩐지 이 광산에 대해서도 빠삭하더라. 그래 김기동이 그런 곳을 찾아 뭘 할 거래?"
오정철의 말씨가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석호가 눈을 몇 번을 깜박이더니 희죽 웃었다.
"형님, 아까부터 계속 왜 이러십니까? 그렇게 말씀을 깔지 않으셔도 다 털어 놓으려고 마음 먹은 접니다요."
"새끼라고는. 모른 척 그냥 넘어가지 무안하게 스리....그래 좋다. 김기동이 그 새끼가 뭐 빨겠다고 그런 장소를 찾더냐?"
조직 생활 7년에 반 쯤은 능구렁이가 된 석호를 얕본 것이 멋쩍어 오정철은 재빨리 본래의 말씨로 돌렸다. 능구렁이를 다루는 땅꾼의 재빠른 순발력이었다.
"김과장은 말끝마다 비밀이다 비밀이다 하지만 뻔할 뻔자 아닙니까요? 하우스를 차릴 장소지 뭐겠습니까?"
"뭐야? 씨발, 야 정철아, 그거 조직에서 손뗀 사업 아니냐?"
안순태는 이제서야 이상한 생각이 든 모양이었다. 오정철은 일서가 건내 준 USB가 이 일과도 혹시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그러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야, 석호, 이제 어쩔 거야? 계속 김기동이 밑에서 일 할 거냐?"
"돌았습니까? 그래서 생각해 봤는데요. 형님 밑으로 들어가면 안될까요?"
"뭐? 내 밑으로?"
"예. 받아만 주시면 형님께 목숨을 맡기겠습니다."
"글쎄..."
"우선 제가 이 자물통을 때려부실 테니까 형님들은 나오시지요."
석호는 랜턴으로 바닥의 여기저기를 훑더니 큼지막한 돌덩이를 집어들었다. 그는 처음부터 결심한 듯 얼굴에 망서리는 기색이 없었다.
"우리가 나가서 어쩌라는 거냐?"
"그야 형님들이 나가서 김과장을 때려잡아야지요. 형님들을 때리고 가둔 놈 아닙니까?"
"그런 다음에?"
"예? 그런 다음이라니요? 형님들이 뺏긴 나와바리를 다시 접수해야 할 것 아닙니까?"
석호는 당연한 일로 자꾸만 묻기만 하는 오정철이 답답한 듯 발을 굴렀다. 그러나 불빛에 비친 오정철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해 보였다.
"야 임마, 우리가 여길 나가려고 했으면 열흘 씩이나 이 굴에서 썩고 있었겠냐? 열쇠? 그깟 열쇠가 무슨 소용이야? 자물쇠를 부술려면 갇히던 그날로 부쉈지. 굴 안에도 돌맹이가 천진데... ."
"아! 그렇군요. 허면 형님들은 왜 안 나오고 사서 고생을 하십니까?"
"우리를 갇히게 한 건 자물통이 아니라 조직의 명령이야. 김기동의 명령이 아니라 직속 보스의 명령 말이다. 우리가 누구의 직속이냐? 신사장 아니냐? 신사장의 명령 없이 김기동이 멋대로 우리를 가뒀겠냐? 그러니 우리가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 아까 네게 신사장 소식을 먼저 물었던 이유를 이제 알았냐?"
오정철의 말에 석호는 크게 실망한 듯 했다. 두 사람을 탈출시키는 공로를 세울 기회가 무산 된 때문이었다.
"여기서 안 나오시겠다구요? 그럼 형님네 팀으로 들어가려던 저는 이제 어쩌구요?"
"네가 내 밑으로 오는 거야 내가 허락만 하면 되는 것이지만 아직은 아니지."
"형님, 형님께 충성을 맹세 합니다. 그러니 저를....안 되겠습니까?"
"내가 이러고 있는 한 네가 내게 와도 앞날이 뻔한 건 마찬가지 아니겠냐?"
"언제까지 이러실라구요. 사장님만 내려오시면 오해가 풀릴 것 아닙니까?"
석호는 점점 다급한 생각이 들었다. 송파 최상사 패에선 자신의 자리는 이미 없어졌을 것이었다. 게다가 여기서 대접도 못 받는데다 김기동의 눈치를 보니 이곳의 일만 끝나면 용도 폐기될 것이 틀림없었다. 석호는 오정철의 밑으로 가고싶은 생각뿐이었다. 의리 있고 실력 좋기로 조직에서 소문난 오정철 아닌가? 그리고 지난번 교통사고로 두 사람을 잃었으니 손발이 필요할 듯했다.
"형님이 불러만 주시면 저도 형님에게 도움이 되실 겁니다. 이 지방이라면 사람이건 물건이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자부하니까 말입니다."
"아 그놈 보기보다 집요한데가 있구만. 좋다. 지금부터 너를 내 동생으로 삼겠다. 야. 순태. 너도 동의하지?"
"좋아 씨발, 나도 찬성이다."
오정철의 말에 순태도 즉각 동의했다. 석호는 마음이 든든해져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이제야 비로서 소속감이 생긴 것이다.
"형님들 이제부터 제가 할 일을 아르켜 주십시요. 무슨 일이던 다 하겠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풀려 나가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 너는 신사장에게서 무슨 연락이 오는지 김기동의 동태나 살펴."
오정철은 중요한 임무를 주듯이 석호에게 일렀다. 사실 신사장이나 김기동의 일이라면 누구보다 일서가 빠삭하게 알고 있을 것이었다. 그러나 정보를 얻자고 일서에게 석호를 보내기엔 아직은 아니다 싶었다.
"야, 씨발, 다른 거 다 때려치우고 우선 밥이나 갖고 와라, 야, 석호, 알겠냐? 맨날 빵하고 라면만 먹으니 환장하겠단 말이다."
정말 환장이라도 한 듯 안순태가 밥타령을 했다.
"내일 눈치 봐서 햇반이라도 갖다드리지요."
"씨발, 너, 김치도 잊으면 안 된다. 알았냐?"
헌데 굴 밖으로 나서자말자 수풀속에 숨은 사람을 본 것이다.
'김과장에게 이걸 알려? 말어?'
석호는 잠시 망서렸다. 곧이어 그는 김기동에겐 모든 걸 비밀로 하기로 했다. 말해봐야 잘했다는 소리는 커녕 조심하지 않았다는 잔소리만 들을 것이기 때문이다. 행동대장 오덕에게서 빌린 스타렉스는 아직은 쓸 만해서 제법 잘 나가주었다. 비포장을 벗어나 아스팔트 위로 올라선 석호는 악셀을 밟아 속력을 높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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