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파투(破鬪) 7. 납치(3) 행방불명

fiction-google 2024. 3. 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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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철과 안순태를 광산 갱도에 감금한 다음날부터 김기동은 바쁘게 조사에 착수했다. . 먼저 이진우라는 인물을 조사를 해보니 안순태의 말대로 곽덕배의 친구였다. 곽덕배는 신사장이 하려는 사업의 최대 경쟁자로 태백과 사북 일대를 쥐고 있는 인물인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곽덕배의 친구가 열차에서 없어진 탄약 사건에 연루된 것은 몹시 수상한 일이었다. 또한 그가 태백 출신인 것을 안 김기동이 내친김에 이진우의 가족 관계를 조사해보니 부모 형제는 없고 철암동에 숙부 한 명이 있을 뿐이었다. 이진우가 숙부의 집에도 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곽덕배의 동태를 더욱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며칠을 살펴도 이진우와 곽덕배가 함께 있다는 낌새는 없었다. 할 수없이 김기동은 서울의 전 동료인 최경감의 도움을 받아 알아낸 이진우의 직장으로 사람을 보냈더니 이미 사직하고 없었다. 그런데 정보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캐시콜뱅크의    채무자 중 도피자 명단에 이진우가 있다는 본사의 전화였다. 이진우가 캐시콜뱅크의    채무 도피자인 걸 몰랐던 것이다. 이는 김기동이 몰래 도박사업을 모의하며 시간을 끄는 동안 잠적한 채무자 수색에서 잠시 손을 뗀 탓이었다. 어쨋던, 현재로선 이진우의 행방이 묘연한 이상 일단 다음 용의자인 술 공급차를 추적했다. 그리곤 외진 곳에서 운전수와 조수석에 있던 놈을 전기 충격기로 잡았다. 그중에 순태가 말한 인상과 일치하는 놈을 비닐하우스로 끌고가 심하게 고문을 했다. 결국 곽덕배의 심부름으로 안순태를 감시했다는 자백을 했다. 자백한 구본웅이란 놈의 말을 들어보니 열차 내에서의 상황이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안순태가 흘린 총알을 주운 사람은 아무래도 구본웅 보다는 이진우 같았다. 그렇지 않다면 안순태가 자리에 돌아가기 전에 소매치기를 당한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소매치기가 총알을 노릴 이유가 없을 것이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이란 말인가?'

이때부터 김기동의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각각의 용의자를 조사해 들어갈수록 모두가 한 줄기로 모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우선 안순태를 미행했다는 구본웅은 겉으로는 술 도매상의 직원이나 캐고보니 곽덕배의 부하였다. 뿐만아니라 안순태와 화장실 앞에서 만난 이진우라는 인물은 한술 더 떠 오정철 패였던 죽은 용수와 친구이고 곽덕배의 친구였다. 게다가 알고보니 캐시콜뱅크의 악성 채무자로 등록된 도피자인 것이다. 도대체 이놈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또 정보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알 수없었다. 이 정도만 해도 충분히 골치가 아픈데 며칠 더 조사를 하자 김기동은 아예 머리를 싸맬 지경이었다. 형사 생활을 20년이나 한 김기동으로서도 이렇게 서로 얽혀드는 사건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우선 사건의 중앙에 있는 곽덕배를 조사한 즉 그는 주먹세계의 삼대 조직의 하나인 연합파 소속으로 전과 3범이었다. 연합파는 캐시콜뱅크를 세운 신회장의 최대 라이벌 조직이었다. 이 지방 출신인 곽덕배가 출소 후 불과 3년 만에 태백과 사북 일대에 거점을 마련한 것은 연합파의 후원도 있었지만 능력도 있다는 증거였다. 곽덕배는 주소지와 가족 관계도 모호했다. 부모가 생존해 있고 함께 아파트에 거주한다고 주민 등록이 되어 있으나 조사 결과 그곳엔 아무도 살지 않는 빈집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속속들이 들어났다. 곽덕배의 아버지 이름으로 등록된 광산이 두 건이나 있었다. 광산의 소재지를 도면으로 확인한 김기동은 다시 구글 지도로 찾아보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화면에 나타난 장소는 바로 며칠 전 오정철과 안순태를 감금한 곳이었다. 놀랄 일은 또 있었다. 원무현이 숨었던 곳이 영월 부근이라던 천태종의 말이 생각나 하일을 면회했다. 하일이는 뇌진탕에 목 뼈에 금이가는 중상을 입어 아직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하일은 원무현을 쫓던 당시의 상황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원무현이 수익금을 갖고 도주했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제가 모시던 구전무님이 살아계실 때라 그분의 지시를 받았습니다. 원무현과 돈을 찾으러 원주에 갔었지요. 가보니 정보가 샛는지 이미 원무현은 튀고 없더군요. 원무현의 형을 잡아 고문을 했더니 간 곳을 불더군요, 그곳이 여기서 가까운 석항이란 곳입니다."

"어이, 몸도 시원찮은데 결론만 말 해. 돈을 찾았어 못 찾았어?"

"못 찾았습니다."

"놈이 있던 집을 몽땅 뒤져 봤나?"

"그럼요. 돈의 소재도 캐기 전에 그놈이 죽어버리는 통에 아주 생고생을 했습니다."

"생고생이라니? 자갈밭에 삽질이라도 했단 얘기야?"

"그런 셈입니다. 원무현이 살던 컨테이너를 바닥과 천정, 벽 할 것 없이 샅샅이 훑다가 나중엔 뒤집어엎기까지 했으니까요."

"이중으로 된 철판이 없더란 말이지?"

", 우리도 그런 곳을 찾았습니다만 없었습니다. 심지어 컨테이너가 놓였던 바닥까지 파 보았읍니다."

"에이. 병신 새끼들 제대로 불기도 전에 죽여 버리면 그꼴 날 줄 몰랐냐? ."

"조직에 돈을 내 놓느니 차라리 개를 주겠다고 자꾸만 약을 올려서 그랬답니다. 패는놈들이 열을 받을만 했지요."

"시끄러. 열 받았다고 패 죽이면 돈은 그냥 나타난다더냐? 미련한 놈들..."     

하일의 말에 김기동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눈치를 보니 하일이 알고 있는 것은 거기까지인 듯했다. 김기동은 하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의자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원무현이 감춘 돈에 대한 정보나 얻을까 하고 왔다가 아까운 시간만 날린 것이다.

",... 알었어. 이만 가야겠군."

"그런데 말입니다..."

문을 나서려는 김기동의 등 뒤에서 문득 하일의 말이 들렸다. 김기동은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만 반 쯤 돌렸다.

"원무현이 죽은 며칠 후에 경찰의 수사 상황을 살피러 그곳에 갔다가 아랫 동네에 사는 사람에게서 이상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상한 얘기라니?"

순간 김기동의 눈빛이 반짝 했다. 그리고 재빨리 뒤로 돌아섰다. 몸에 밴 형사로서의 육감이 언듯 느껴져서였다. 형사 생활 20년을 돌아보면 하잘 것 없는 말 한마디로 사건을 해결한 일이 많았던 것이다.

"예 그게 말입니다. 그 사람이 원무현을 알더군요. 그런데 신동산에서도 원무현을 몇 번 봤다고 하더군요."

"신동산? 신동산이 어딘데?"

"원무현이 살던 산에서 8Km 쯤 동쪽에 있는 산이랍디다. 옛날에는 은을 캐던 곳이라 했습니다."

"? 은광? 야 자세히 얘기 해 봐. 그 산 어디 쯤에서 원무현일 봤다는 거야?"

김기동은 역시 하는 마음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싶었다.

"자세히는 모릅니다. 은광 부근에서 물통을 들고 있는 원무현을 봤다고 했을 뿐입니다."

"물통을? 그곳에 유명한 약수터가 있었나?"

"그 사람도 그게 이상해서 처음엔 이사람이 혹시 간첩인가 했답니다. 약수도 없는데 물통을 힘들게 들고 다니니까요."

하일의 이 한마디에 김기동은 정신이 번쩍 났다. 무겁게? 빈 물통이 아니고?

"그게 다야? 뭐야? 밑도 끝도 없는 얘기 아니냐? 싱거운 놈.... "

결국 듣고 싶은 정보를 얻은 김기동이 문을 나서자말자 눈을 가늘게 치뜨며 히죽 웃었다. 하일이 말하던 은광이 어디 있는 줄 감이 잡히기 때문이었다. 원무현이 살던 곳에서 동쪽으로 8Km면 오정철을 가둬 놓은 광산 부근 아닌가? 그러고보면 원무현이 감춘 돈 역시 곽덕배와 간접적이나마 연관이 있었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일까? 캐면 캘수록 모든 줄기는 곽덕배 한곳으로 모아지니 말이다. 김기동의 머리가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       



"석호 불러 와라."

숙소로 쓰는 모텔로 돌아 온 김기동이 오덕에게 큰소리로 일렀다. 그러자 오덕은 문 밖에서 대기하던 덩치 한 놈을 불러 석호를 불러오라고 시켰다. 잠시 후에 석호가 나타났다.

"들어가 봐."

밖에서 기다리던 오덕이 턱으로 방 쪽을 가르켰다. 석호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벌렁 누워 생각에 잠겼던 김기동의 눈이 잠시 문 쪽을 향했다.

"부르셨습니까. 과장님,"

", 너 어제 갔던 산은 모르는 곳이 없다고 했지?"

"? , . 신동산이라면 어느 골짜기에 더덕이 몇 뿌리가 있는 것까지 다 압니다."

"그으래? 그러면 어제 갔던 은광 말고 또 다른 굴이 있냐?"

"다른 은광 말입니까? 과장님? 그 산엔 은광이 두갭니다. 과장님."

"? 두 개? 그럼 또 다른 굴이 있다는 거냐?"

". 어제 갔던 굴 윗 쪽에 또 하나가 있습니다."

산 하나에 광산이 둘 씩이나 있다니? 김기동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은광이 둘이라면 원무현을 봤다는 곳은 둘 중 어디 일까?

"그럼 윗 쪽에 있다는 굴도 어제 그 굴처럼 깊게 들어 가냐?"

"아닙니다. 굴 안 쪽으로 들어가면 훨씬 넓기는 하지만 길지는 않습니다."

"거기도 쇠창살로 입구를 막았더냐?"

"물론입니다. 과장님. 허지만 제가 고장을 냈습니다."

"언제 고장을 내?"

"한 달 전 입니다. 여기 내려오자 말자 갔었으니까 말입니다."

그랬다. 이곳 출신인 석호를 불려 내린 것이 한 달 전쯤이니 원무현이 그 굴을 드나든 것은 몇 년 전 아닌가? 그렇다면 석호가 고장 냈다는 자물쇠는 애초에 원무현이 쓰던 것일 수도 있었다.

"너 며칠 후에 나와 함께 그곳에 좀 가야겠다."

"예 알았습니다. 과장님."

당장 내일이라도 가서 굴을 자세히 살피고 싶었지만 우선 안순태가 말한 덕배 친구란 놈과 술 배달꾼부터 찾아야 했다. 일의 순서로 보아 없어진 총알부터 찾는 것이 순서이기 때문이다. 곧 신동규가 퇴원을 해서 이곳으로 내려 올 것이니 실적이 있어야 했다. 그리고 도박 사업도 하루 바삐 추진해야 하니 할일이 많았다. 원무현이 감춘 돈은 이미 냄새를 맡았으니 어디엔가 안전하게 잘 묻혀 있을 터였다. 그날밤 김기동은 오덕이에게 구본웅이란 자를 납치해 올 것을 지시했다. 다음날 술 배달 도중에 노상에서 납치된 구본웅은 산속의 비닐하우스로 끌려간 후 행방불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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