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가을에 곽순도는 총포사 주인의 집에서 한 달을 묵었다. 주인의 이름은 최윤수였고 사람들은 그를 최포수라 불렀다. 최포수는 엽총은 물론이고 38식이나 99식 장총에 관해서도 박사였다. 곽순도는 총과 사냥에 관한 것이라면 모두 알고 싶어 했다. 최포수 또한 가르침에 인색함이 없었다. 엽총의 종류에 따라 다루는 법과 고치는 법, 그리고 쏘는 법을 아르켜 주었다. 엽총의 구경(口徑)과 탄약의 호수(號數)가 제각각 다른 것도 이때 처음 알았다. 곽순도는 노름판의 기술을 익히 듯 사냥꾼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알아갈수록 사냥에도 무한한 기술과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준비를 마친 최포수와 곽순도가 커다란 배낭을 메고 용봉산으로 향했다. 몇 번의 갈아타기와 고장이 잦은 목탄차의 짐칸에 시달리며 두 사람은 간신히 석포에 닿았다. 화전민촌에 도착해 곧바로 범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름이 지나도록 범의 흔적은 보지 못했다. 12월 초순에 접어들자 하늘에서 히끗히끗 눈발이 날렸다. 그날도 두 사람은 덕풍 계곡을 따라 가고 있었다. 화전민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 불과 시오리 떨어진 거리였다. 개울을 거슬러 앞장을 서던 곽순도가 무엇을 발견했다. 짐승의 두개골이었다.
"산돼지 머리뼈로군. 아니? 이 구멍은? 범일세. 범의 이빨 자국이야. 범이 물어 죽인 걸세."
산돼지의 두개골을 살피던 최포수가 감격의 환호성을 터트렸다. 곽순도도 그것을 들여다보았다. 두개골에는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만큼의 구멍이 나 있었다.
"덧니 크기로 봐서 죽은 산돼지는 두 살 정도의 숫놈일세. 무게는 150근쯤 될 것이니 범이란 놈이 일주일은 배를 불렸겠구먼."
"허지만 오래된 뼈 같은데요?"
"그래. 한 일 년 쯤 됐겠군. 그러고보면 이 범이 자네가 말한 일인들을 해친 놈이 분명하네. 다른 뼈가 더 있는가 찾아보세."
주위를 뒤지자 몇 개의 굵은 뼈가 더 있었다. 뼈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던 최포수가 곽순도의 코앞에 뼈 하나를 내밀었다.
"이 뼈는 범이 어금니로 부순 걸세. 이 정도면 범도 상당히 클 게야. 허허 멸종했다는 조선범의 흔적을 20년이 지나 발견하다니...이건 포수로써 큰 행운일세."
결국 눈이내려 길이 끊긴 산 속에서 최포수는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곽순도와 최포수는 매일 눈 위의 짐승 발자국을 추적했다. 산에는 많은 종류의 짐승이 있었다. 사슴이나 노루는 흔했고 산돼지와 늑대 발자국도 자주 눈에 띄였다. 다만 호랑이 발자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두 사람은 사냥감이 눈 앞에 나타났어도 식량으로 쓸 짐승 이외는 잡지 않았다. 어느덧 눈이 녹으며 봄이 찾아왔다.
"언제라도 범이 나타나거든 내게 기별을 해주게. 죽기 전에 다시 한번 조선범을 꼭 보고 싶네."
대구로 돌아가던 최포수가 곽순도에게 간곡히 부탁한 말이었다. 그해부터 곽순도는 최포수에게 배운 사냥 기술을 밑천으로 직업적 사냥꾼이 되었다. 그에게는 사냥꾼으로서의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굳건한 체력과 빠른 손발과 밝은 눈이 있었다. 게다가 노름판에서 단련된 두둑한 배짱까지 있었다. 탄약도 맹수탄에서 사슴용까지 충분히 갖추었다. 최포수가 떠날 때 주고 간 것이었다. 그해부터 사냥한 짐승 가죽은 최포수에게로 가져다주었다. 그러면 최포수가 필요한 탄약과 물건들을 구해다 줬다. 때로는 최포수도 한 겨울을 곽순도와 함께 보낼 때도 있었다. 그럴 때는 범의 흔적을 찾아 멀리 태백산맥 줄기를 타고 금강산 넘어까지 가기도 했다. 당시에도 삼팔선이란 경계가 있긴 했지만 남북으로 난 큰길을 봉쇄했을 뿐, 일단 산속에만 들면 철조망도 지키는 군사도 없었다. 그러니 사람도 짐승도 무시로 산길로 삼팔선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심지어 약삭빠른 사람은 삼팔선을 넘나들며 장사까지 했다. 남쪽에서 페니실린이나 마이신을 사서 의약품이 귀한 북에다 파는 것이다. 몇 년이 흘렀다. 정확한 년도는 1949년 11월 하순이었다. 산골의 겨울은 빠른 법이라 화전민들은 이미 달포 전에 콩과 메밀의 수확은 끝낸 후였다. 농사가 끝난 화전민들은 나무를 하거나 올무로 토끼나 노루를 잡았다. 때로는 창애로 꿩이나 족제비를 잡아 장날에 내다 팔기도 했다. 어느날 여우 올무를 걷으러 갔던 화전민 한 사람이 돌아오지 않았다. 이튿날 몇 사람을 데리고 그 사람을 찾으러 갔던 곽순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올무를 놓은 주위는 피가 뿌려져 있었고 언젠가 보았던 커다란 호랑이의 발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피가 땅에 끌린 자국을 따라가자 찟긴 옷자락과 조각난 시체가 있었다. 범이 여기로 끌고와 먹은 것이다. 시체는 머리만 비교적 온전했고 이미 내장과 다리살은 거의 없었다. 따라왔던 화전민들은 그 참혹한 광경에 놀라 미친 듯 소리를 지르며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곽순도는 총을 단단히 쥐고 발자국의 크기를 자세히 살폈다. 역시 손바닥보다 큰 발자국이었다. 몇 년전 본 발자국 크기와 같았다. 섬뜩한 기운이 사방에서 조여오는 듯했다. 범이 어느 구석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지 몰랐다. 곽순도는 슬슬 뒷걸음질로 그 자리를 떠나 움막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총과 먹을 것을 챙겨 산길 20km를 나는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대구의 최포수에게 전보를 치기 위해서였다. 곽순도가 석포리에 닿은 것은 다섯시간 후였다. 우체국도 지서도 없던 당시의 석포는 목재 운수회사에서 대구 우체국으로 단계를 거쳐 전보를 발송할 수 있었다. 전신주가 주로 신작로를 따라 서 있기 때문이었다. 어쨋던 최포수와 약속한대로 암호문을 띄웠다. 조부님 금일 급서 라는 부고장이었다. 다음날 밤에 최포수가 석포에 내렸다.
"어제 전보를 받고나서 한숨도 못잤네. 놈을 보았는가?"
초조한 얼굴이였으나 눈빛만은 형형한 최포수의 말이었다.
"아니요. 보지는 못했으나 사람을 해친 자리에서 발자국을 확인 했지요. 지난번과 똑 같은 발자국 이었습니다만...이거...춘양이나 장성 지서에 신고를 해야 할까요?"
"아닐세. 그럴 시간이 없네. 우리가 잡고나서 신고해도 늦지 않네. 그리고 신고를 하면 괜히 잡지도 못하면서 순사들이 시끄럽게 총질을 해대면 범이 멀리 도망을 칠 걸세. 이게 어떤 범인가? 조선에서 멸종됐다는 범이 아닌가? 그런 범을 우리가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지. 멀리 가버리기 전에 그 범을 꼭 보고 싶네."
다음날 아침에 두 사람은 주위를 살피며 화전민촌을 향해 산길을 걸었다. 쌍대 엽총에는 맹수탄을 장전했다. 다행히 화전민촌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 화전민들은 공포에 질려 움막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밥 때가 되어도 부엌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방안에서 날콩을 씹고 있었다. 이런 마당에 총을 든 두 사람의 출현은 그들에겐 축제였다. 모두들 나와 반기며 밥을 하고 국을 끓였다. 덕분에 최포수와 곽순도는 저녁을 배불리 얻어먹었다. 다음날 두 사람은 현장을 살폈다.
"엇! 범이 새벽에 다시 왔었네."
서리가 하얗게 내린 땅바닥을 내려다보던 최포수의 짧은 외침이었다.
"예? 오늘 새벽이요? 또 왔었다고요?"
곽순도는 의아하였다. 호랑이는 새벽에는 활동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새벽 호랑이란 말이 있다. 한마디로 기회를 놓쳐 별 볼일이 없어진 사람을 빗댄 말이다. 캄캄한 밤중이야말로 사냥꾼인 범에겐 제 세상이다. 그 좋은 시간을 다 보낸 호랑이가 밝아오는 새벽에 새삼 무엇을 잡겠는가?
"그렇네. 여길 자세히 보게. 발자국 위에는 서리가 조금도 없지? 수증기는 기온이 가장 낮은 새벽 두세 시쯤 얼어붙네. 그게 서리지. 범이 두세 시 전에 왔었다면 서리발이 발자국 위에 돋았을 것 아닌가?"
과연 최포수다운 관찰이였다. 곽순도는 이틀 전에 시체가 있던 곳으로 가 보았다. 틀림없었다. 시체는 일부 남아 있던 팔다리의 살이 모조리 없어졌다. 놈이 마져 먹은 것이 분명했다. 최포수는 뼈들을 살폈다.
"범은 멀리가지 않았네. 배가 부를 테니 오늘은 양지 쪽 가랑닢에 묻혀 잠을 잘 게야. 이 뼈들은 대강 수습해서 가족에게 갖다주고 우리는 준비를 단단히 해서 놈의 뒤를 쫓아 가세."
최포수의 말대로 뼈를 대강 추려 가족에게 넘긴 곽순도는 움막에 남아 있던 식량과 겨울 옷을 챙겨 배낭에 넣었다. 탄띠에 맹수용 탄약을 꽂아 허리에 두르고 최포수와 함께 추적에 나섰다. 범이 남긴 흔적은 식인 현장에서 북 쪽의 중봉산까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최포수가 앞장을 서고 곽순도가 뒤를 따랐다. 젖은 땅이나 서리가 내린 곳에 남은 발자국을 따라 이틀을 쫓았다.
"범이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는군."
지도를 꺼내 범의 이동 경로를 표시하던 최포수의 말이었다. 범은 시금산의 6부 능선을 타다가 곧장 삿갓봉으로 향하는 듯했다. 그 사이 닷새가 지났건만 범이 짐승을 잡아먹은 흔적은 보지 못했다. 시금산과 노적봉 사이에는 태백산맥을 가로지르는 골짜기가 동해안 까지 닿아 있었다. 이 골짜기를 통해 북동 쪽으로 흐르는 마읍내가 근덕을 지나 바다로 흘러드는 것이다. 물이 흐르는 마읍내 주위에는 농사 짓기도 좋아서 곳곳에 마을이 들어서 있었다. 범은 이 골짜기를 가로지르며 농가의 개를 물어갔다. 다음날에는 잔치에 쓰려고 기르던 돼지를 물어가서 온 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범의 흔적을 따라 가던 최포수와 곽순도가 이 마을에 도착한 것이 이럴 때였다.
"동네 사람들 중에 범을 본 사람이 있소?"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최포수가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야밤에 물어간 걸 어찌 보겠소마는 마침 포수 분들이 오셨으니 제발 범을 좀 잡아 주시요. 이러다 사람까지 상하리다."
촌장인 듯한 늙은이의 말이었다.
"그 사이 며칠을 굶었으니 배도 고팠겠지요."
"그깟 개 한 마리로는 어림없지. 이제 돼지를 물어갔으니 이삼 일은 이 근방에 머물 걸세. 내일부터 근방을 뒤져 보세. 곧 놈의 얼굴을 보겠지."
호환이 겁이 난 촌로가 두 사람을 극진히 대접하여 마을에 머물러 주기를 청했다. 이튿날 삿갓봉을 중심으로 범의 흔적을 찾았으나 실패였다. 다음날 촌장댁에서 양식을 얻어 챙긴 두 사람은 삿갓봉을 우회해서 북으로 오르는 범의 발자국을 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찍힌 것이었다. 범은 낮에는 은신처에서 자고 밤에 이동한다. 헌데 오늘은 낮에 움직인 것이다.
"우리가 뒤따르는 걸 범이 눈치 챈 것 아닐까요?"
"우리가 쫓는 첫날부터 알고 있었을 걸? 처음에는 우리가 뒤쫓거나 말거나 뒀었는데 자꾸만 따라오니 이제부터 슬슬 신경이 쓰이겠지."
범은 낮은 능선을 따라 서서히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행정 구역상 근덕면에 속하는 이 지방의 산들은 그리 높지 않았다. 산이래야 해발 300m가 채 못되었다. 고산준령의 태백산맥에서 동해안으로 한참을 비켜났기 때문이었다. 그런 산들 사이의 골짜기마다 몇 채씩 화전민의 움막이 들어서 있었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까지 범의 뒤를 쫓던 두 사람은 화전민에게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됐다. 한 밤중이었다. 소피를 보려던 화전민 늙은이가 문을 열고 나가더니 금새 후다닥 되돌아왔다. 문가에는 범을 쫓느라 종일 피곤했던 곽순도가 잠이 들어있었다. 어둡고 경황이 없던 늙은이는 곽순도의 배를 밟고 넘어졌다. 그 서슬에 죄다 깨고 말았다.
"호, 호랭이, 밖에, 밖에 호랭이..."
늙은이는 숨이 막히는 듯 토막말을 뱉을 뿐 더 이상 말을 못했다. 반사적으로 최포수와 곽순도는 총을 더듬어 잡았다. 곽순도는 살며시 지게문을 밀었다. 돌쩌귀 소리가 귀에 거슬렸다. 눈에 힘을 주고 사방의 어둠을 주시했지만 보이는 것은 없었다.
"밖에는 아무것도 없소. 노인은 무얼 보고 범이라 하시었소?"
곽순도가 묻건만 그 때까지도 늙은이는 제 정신이 아닌 듯 말이 없었다. 노인의 아들이 관솔에 불을 붙여 코클에 얹고 구석에 웅크렸던 할멈이 호리병의 물을 내 밀었다. 물을 마신 얼마 후에 늙은이가 뱉은 말은 이랬다.
"칙간 옆에서 불덩이 두개가 날 노려보는데...그 크기가 바가지보다 더 컸소. 그게 호랭이가 내 뿜는 안광이 아니겠소? 얼마나 놀랬는지 염통이 다 멎는줄 알았소."
"역시 범이 우리가 쫓는 것을 알고 있었구먼. 우리에게 떨어지라는 경고를 하는 거지."
"설마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범이 마음만 먹는다면 하룻밤에 우리를 백리도 더 앞질러 가버릴 수도 있을 텐데요?"
"범은 혼자 있길 좋아하는 영물일세. 경쟁이되는 상대나 추적자는 반드시 제거하는 동물이지. 경고를 했으니 이제부터 우리를 노릴 걸세. 아니면 우릴 떨구려고 높은 산맥을 택하겠지."
다음날 최포수의 말이 정확했음이 증명 되었다. 발자국을 살펴보니 범은 서북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었다. 범이 가고 있는 방향은 고산지대였다. 이때부터는 사람이 범을 쫓는 것이 아니라 범이 사람을 끌고 다니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만 따라오라는 듯 범은 지형이 험한 곳으로만 두 사람을 끌고 가는 것이다. 또한 범은 궂이 자신의 흔적을 감추지도 않았다. 두 사람이 범과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이틀 후였다. 선구산 8부 능선을 타던 범이 웬일로 산 아래로 내려간 흔적을 남겼다. 산 아래에는 철암과 묵호 사이를 잇는 철로가가 길게 누워 있었다. 1940년 일본이 석탄을 배로 실어가기 위해 항구가 있는 묵호를 향해 부설한 철로였다. 두 사람도 산 아래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범은 산 아래 모래밭에 발자국을 남기고 개천을 건너 철길 넘어로 간 것 같았다. 물은 살얼음으로 덮혀 있었다. 두 사람은 신발을 벗고 개천을 건너 둔덕에 앉아 발을 닦고 신발을 조여 신었다. 곽순도가 막 일어나 철길 둑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그 순간, 써늘한 느낌이 정수리에 비수처럼 꽂혔다. 천천히 위를 올려다보았다. 범이었다. 범이 철길 위에 우뚝 서서 두 사람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범과의 거리는 불과 이십여 미터였다. 범은 장수가 군졸을 내려다보듯 눈빛과 자태에 위엄이 서렸다. 두 사람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어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특히 곽순도는 머릿 속이 텅 빈 듯 아무 생각이 없었다. 게다가 간이 서늘해서 쏘기는 커녕 총을 들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최포수 역시 마찬가지인 듯 멍한 자세로 서 있을 따름이었다. 허긴 총을 쏘려면 탄약부터 장전하는 것이 순서였으니 범을 쏠 시간도 없었다. 쌍대 엽총의 단점이 오발을 염려해서 사격할 때 말고는 언제나 약실을 비워두는 것이었다. 그러나 설혹 장전이 되어 있다 해도 총을 들기도 전에 범은 한 번의 도약으로 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리였다. 범과 인간의 말없는 대면이 몇 분이었는지 몇 초였는지 모르나 순간 범은 고개를 돌려 훌쩍 철길 위의 산 기슭으로 뛰어 올랐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 스르르 주저앉았다.
"아, 참으로 멋진 범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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