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투견판 1.미친 개들 (5) 승학산

fiction-google 2024. 2. 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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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승학산으로 올라간 무스 머리 일행은 산 정상 공터에 도착했다.

"이쪽에서 올라오는 길은 분명히 하나뿐이던데 이 자식은 안 보이잖아?"

"그러게. 분명히 이 산으로 오르는 걸 우리 모두 봤잖아?"

무스 머리와 여드름쟁이가 씩씩거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비쩍 마른 두 놈도 숨이 차서 헐떡거리며 나무 사이로 눈길을 주었다. 그러나 산 정상 어디에도 한열이는 커녕 사람이라곤 눈에 띄지 않았다.

", 헌데 이 산엔 어째 사람 새끼 하나 없냐?"

비쩍 마른 두 놈 중 한 명이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넌 테레비도 안보냐? 그저께 여기서 두 사람이 미친개에게 물렸다잖아?"

여드름쟁이가 심드렁하게 대답하였다.

", 여기가 그 산이냐?"

", 그럼 우리도 위험한 것 아니냐?"

무스 머리의 말에 또 다른 마른 놈이 눈을 크게 뜨며 모두를 돌아보았다.

"웃기고 있네. 그 개가 미쳤다고 여태 여기 있겠냐?"

"미친 개였다잖아, 멍청아."

그제야 여드름쟁이는 자신이 한 말이 잘못 되었음을 알았다.

"미친 개도 먹어야 살지. 안 먹고 여태 버티냐?"

", 다들 조용히 해."

비쩍 마른 놈과 여드름이 다투자 무스 머리가 어깨를 으썩이며 둘을 제지했다.

"개라면 우리 또래 중에 나만큼 아는 놈이 있겠냐?"

", 그렇지. 너네 집이 개 농장인 걸 깜박했네. 개라면 당연히 너지."

무스 머리의 말에 여드름이 재빨리 수긍했다.

"나도 우리 아버지를 도와 개들은 좀 다루어 봤거든? 개는 힘이 있는 사람에겐 무조건 복종을 한다고. 허니까 개라면 내게 맡겨. 알았지?"

", 그래도 그건 정상적인 개의 경우고 그저께 나타난 개는 미친 개였다잖아?"

비쩍 마른 놈 가운데 하나가 무스의 말에 이의를 달았다. 그러자 무스 머리가 히죽 웃었다.

"그날 119 대원과 전경이 사냥꾼들과 함께 이 산을 수색하는 장면이 테레비에 나오드만 무슨 헛소리들을 하는 거야? 내가 그것도 모르고 여기 있겠냐?"

무스 머리가 걱정 말라는 듯 모두를 돌아보았다.

", 가서 저것 좀 주워 와."

무스 머리가 공터 저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비쩍 마른 놈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무얼 주워 와? 아무것도 없구만."

"네 눈엔 저게 안 보이냐? 저기 야구 방망이하고 글러브 비슷한 게 안 보이냐고?"

"? 그러네. 알미늄 방망이 같은데?"

비쩍 마른 놈이 그쪽을 향해 달려가더니 방망이와 글러브를 줏어 왔다. 미친개 소동으로 사람들이 도망치면서 흘리고 간 것들이었다.

"공은 없더라."

"공 없는 글러브를 뭐 하냐? 게다가 그건 초딩들 글러브 아냐?"

"어쩐지 작다 했다. 에잇."

무스의 말에 비쩍 마른놈이 쥐고 있던 글러브를 힘껏 던져 버렸다.

", 이제 어쩌지? 그 자식을 잡긴 글렀으니 우리 이만 내려가는 게 어때?"

여드름이 무스를 향해 물었다. 그러나, 무스는 땅바닥에서 작은 돌멩이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는 돌멩이를 공중에 휙 던져 야구 방망이로 그것을 받아쳤다.

"내려가면 어딜 가냐? 사람 하나 없는 여기가 천국이구만."

"그거야 그렇지만 저녁때가 다 되어가잖아?"

", 참 너희들 아까 그놈에게서 삥 뜯은 것 있지? 그걸로 무얼 좀 사와라."

"그렇구나. , 가서 빵 좀 사와라. 쐬주도 두어 병 하고.…"

무스의 말에 여드름은 당장에 희색이 돌아 비쩍 마른 두 놈에게 얼른 시행하라는 눈짓을 했다. 두 놈이 나란히 산을 내려갔다. 무스 머리는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같은 동작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이따 어두워지면 오락실에 들려 본격적으로 삥을 뜯기로 하고 여기서 좀 놀다가 가자."

"그러지 뭐. 어차피 지금 가 봐야 오락하는 놈들이 몇 명 없을 거니까."

무스 머리의 말에 여드름쟁이가 다시 찬성을 표했다. 잠시 후에 산으로 내려갔던 두 놈이 비닐봉지 하나씩을 들고 왔다. 빵 봉지와 소주가 든 봉투였다.

"무슨 놈의 공원에 벤치도 없냐?"

작은 파티를 열려고 적당한 자리를 찾던 여드름이 불만을 터뜨렸다.

"아까 보니 저 아래 약수터에는 몇 개 있더라."

", 거긴 길가잖아? 사람들 눈에 띄면 재미없어. 그냥 저 나무 밑에서 먹자."

무스 머리가 앞장을 서서 나무 밑으로 갔다. 그리고는 풀을 깔고 앉아 빵 봉지를 쏟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빵을 들자 포장을 찢어 입에 넣기에 바빴다.

", 저 소주 뚜껑을 따. 헌데 안주도 빵이냐?"

여드름이 연방 빵을 씹으며 삐쩍 마른 놈들을 재촉했다.

"? 여기 새우깡이 있잖아. 종이컵도 들었을걸?"

마른 놈이 소주가 든 비닐봉지를 여드름에게 건네며 말했다.

"좋아, 쐬주부터 한잔하고 보자."

여드름이 먹든 동작을 멈추고 이빨로 뚜껑을 따 종이컵에 반 쯤 따라 무스에게 내밀었다. 무스는 말없이 잔을 받아 입에 훌쩍 털어 넣었다. 여드름은 스스로 잔을 채워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는 잔을 비쩍 마른 놈에게 건네 주고는 새우깡 봉지를 뜯었다.

무스 머리와 여드름쟁이 그리고 비쩍 마른 두 놈은 빵과 술에 적당히 취하고 허기도 가셨다.

", 난 여기 잠깐 누워야겠다."

무스 머리가 먼저 풀밭에 드러누웠다. 여드름도 그 옆에 자리를 잡았다.

", 119가 그 미친개들을 잡았냐?"

느닷없이 비쩍 마른 놈이 여드름쟁이에게 물었다.

"내가 어찌 아냐? 하지만 잡았다면 이렇게 사람들이 한 명도 없겠냐?"

"? 그럼 정말로 이 산 어딘가에 있을지 모르잖아?"

", 이 병신아, 사냥꾼인가 동물 포획단인가가 샅샅이 수색을 했다잖아 수색을..... 아무리 미친개래도 다른 산으로 튀어도 튀었지 날 잡아가라 하고 여태 있겠냐?"

"그냥 해 본 말을 가지고 성질을 내고 그러냐?"

", 잠이나 자던지 걱정되면 네가 보초를 서. 그럼 되잖아?"

"싫다. 이따가 밤새 게임을 하려면 나도 눈 좀 붙여야지."   

양아치들은 제멋대로 자리를 골라 들어 눕자말자 잠이 들었다. 한열이를 잡으려고 모처럼 뛰어다닌 데다 소주가 들어가서 전신이 나른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잤을까? 무스 머리가 깨어났을 때는 주위는 어둠에 묻혔고 산 아래에는 불빛이 밝았다.

", , 일어나. 일어나라고."

무스 머리는 여기저기 꼬부리고 자는 다른 놈들의 발을 걷어찼다.

"? 깜깜 하잖아? 지금 몇 시나 되었냐?"

여드름쟁이가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시계 가진 놈이 있어야 말이지. 아무튼 내려가자. 우리가 놀던 동네로 가자고. 가서 한 게임해야지."

"좋지."

"그러자고. 뭘 좀 먹으면 더 좋고...."

무스의 절대적인 말에 세 놈은 단번에 찬성하였다. 무스 머리는 야구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고 앞장을 서서 공터로 나와 산 아래로 향했다.

", 날치야. 저거, 저게 뭐냐?"

갑자기 뒤따라 오든 여드름이 무스 머리의 소매를 잡으며 앞을 가리켰다. 여드름이 가리키는 곳에는 반딧불 같으나 좀 더 큰 두 개의 녹색 빛이 어둠에 박혀 있었다.

"글쎄? 야광 탱탱볼 같은데?"

"? 움직인다. 무슨 짐승 눈인 것 같아. 혹시 미친개 아니냐?"

"가만. 떨지 말어. 뭔지 몰라도 이게 있잖아. 이거 한 방이면 끝이라고."

무스 머리는 어깨에서 내린 야구 방망이를 힘차게 거머쥐었다.

", 아무래도 찜찜하다. 산 저쪽으로 내려가자."

"병신아, 그쪽 길은 우리가 잘 모르잖아. 왔던 길로 가는 게 최고란 말이야."

"날치 말이 맞다. 왔던 길이 빨라. 이쪽은 약수터만 지나면 곧바로 큰길이잖아?"

비쩍 마른 놈이 금세 무스 머리 편을 들었다. 여드름은 할 수 없이 땅바닥을 더듬어 돌멩이 몇 개를 주워들었다. 그러자 나머지 두 놈도 얼른 잡히는대로 돌멩이를 집었다.

"내가 안 다뤄 본 개가 없다. 도사건 진돗개건 나만 보면 꼬랑지 내리지. 미친개라 하드라도 제까짓 게 개지 별 수 있겠냐?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란 말도 모르냐? 내가 책임 질 테니 너희들은 내 뒤를 바짝 따라와라."

"그래. 급하면 우리도 돌멩이를 던질 테니까."

", 가자. ? 그새 눈깔이 어디 갔지?"

"정말..... 아앗. 저기 있다. 네 개가 됐어. 눈이 두 개가 늘었다고."

여드름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새로 나타난 녹색의 불빛은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목구멍을 쥐어짜는 듯한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것은 확실히 정상이 아닌 개의 소리였다. 놈들은 어둠 속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 저기도 있잖아. 이거 모두 몇 마리냐?"

"개가 확실해. 미친개들 말이야."

여드름쟁이가 단정적으로 말을 하자 삐쩍 마른 두 놈이 와락 무스 머리 옆에 붙었다.

", 날 막으면 방망이를 어떻게 휘두르냐? 겁먹지 말고 일제히 돌격하자고. 너희들은 내가 신호를 하면 돌멩이를 한꺼번에 던져. 나는 방망이로 오는 놈을 후려칠 테니까. 알어?"

위급한 와중에 무스 머리에 반대할 이유도 없지만 그럴 형편도 아니었다. 여드름과 다른 두 놈은 돌멩이를 던질 태세를 갖추었다.

"준비 됐지? 자 그럼 간다. 지금이다. 던져."

돌멩이가 날아가자 동시에 무스 머리는 산 아랫길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세 놈들은 죽어라 무스 머리 뒤를 쫓았다. 무스 머리는 길을 막아선 개의 정면으로 향했다.

"에잇, 죽어라."

무스 머리가 용감하게 녹색의 불빛을 향해 야구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다. 헌데 방망이에 전해지는 타격감이 전혀 없었다. 개를 맞히지 못해 몸이 기우뚱할 만큼 헛스윙를 한 것이다. 무스 머리가 다시 중심을 잡고 방망이를 쳐들려는 찰나였다. 두 개의 불빛이 깜박하더니 무스 머리를 향해 번개같이 덤벼들었다.   

". 아아 악."

무스 머리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검은 물체가 무스 머리의 허벅지에 이빨을 박고 좌우로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여드름이 무스 머리에게 걸려 같이 넘어졌다.

", 아아 이, 이것, ."

비쩍 마른 놈 중 하나가 뒤에서 덤벼드는 개에게 종아리를 물려 쓰러지자 나머지 한 놈도 같이 엉겨버렸다. 이어서 어둠에 묻혔던 검은 물체가 일제히 그들을 덮쳤다.

". 개다. 미친개야."

"아아악. 이거 좀. 이거 좀...."

여드름과 비쩍 마른 놈이 다급하게 비명을 질렀다.

"아앗... 씨발, 아아아아.…"

무스 머리는 고통과 공포 속에서도 놓쳤던 방망이를 찾아 땅바닥을 더듬거렸다. 한데, 허벅지를 물고 흔들던 개가 갑자기 방향을 휙 돌려 무스 머리의 목을 덥썩 물어버렸다. 그리곤 또다시 좌우로 마구 머리를 흔들었다.

"...."

무스 머리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했다. 두 발을 버둥거리며 땅을 마구 긁어댈 뿐이었다.

개는 모두 다섯 마리였다. 나머지 세 명의 양아치들도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렸다.

", , 상곤아 이거 좀, 이거.…"

비쩍 마른 놈이 최후의 발악으로 덤벼드는 개의 목덜미를 두 손으로 움켜 쥐었다. 그리고는 힘껏 떼내려고 했다. 그러나 개는 주둥이를 번개같이 좌우로 흔들며 녀석의 양쪽 손목마저 물어뜯었다.

", 내 손.…"

비쩍 마른 놈의 두 손이 맥없이 개의 몸에서 떨어졌다. 개들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넘어진 양아치들을 닥치는 대로 물고 뜯어서 이제는 비명을 지를 힘도 겨를도 없었다. 무스 머리는 이미 목이 물어 뜯겨 숨이 끊어졌고 두 마리에게 공격을 당한 여드름은 얼굴과 다리가 찟겨 나갔다. 비쩍 마른 두 녀석도 예외가 아니어서 사방에서 공격을 퍼붓는 개들을 당하지 못하고 온몸이 찢겼다. 처참한 결말이었고 참담한 광경이었다. 누가 누구인지 모를 만큼 사지가 찢긴 네 명의 양아치 청소년들이었다.



다음날 이 사건으로 인해 인천의 모든 시민들과 학생들은 경악했다. 아니 신문과 방송을 통해 전국이 발칵 뒤집혔다. 두 명의 노파에 이어 고등학생인 청소년 네 명까지 미친 개의 소행으로 끔찍한 죽음을 당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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