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설

투견판 1.미친 개들 (3) 등교

fiction-google 2024. 2. 2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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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이었다. 관교동에 사는 같은 반 친구 김기동에게서 전화가 왔다. 보나 마나 학교에서 쓸 해부용 개구리를 잡으러 가자는 전화일 것이었다.

", 어제 가르쳐 준 장소로 나오라고. , 걱정 말어. 이 형님이 네 것까지 잡아 줄 테니까. 준석이도 함께 가기로 했으니까 얼른 나오기나 해."

인천 토박이인 기동이는 시내는 물론 아직 개발되지 않은 이곳의 모든 지형을 꿰고 있다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개구리는 어릴 때부터 늘상 잡아왔다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개구리 잡을 일이 걱정이던 한열은 김기동의 솜씨를 믿어 보기로 했다. 약속한 장소는 집에서 약 2키로미터여서 한열의 걸음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 너 빈손으로 왔냐?"

김기동이 한열을 보자말자 어이가 없다는 듯 턱을 내밀었다. 준석이는 킬킬거리고 웃고 있었다.

"? 그럼 무얼 갖고 와야 되는데?"

"개구리 잡아넣을 이런 거나 깡통이라도 있어야지?"

그러고 보니 기동이와 준석이의 손에는 붉은 양파 자루가 쥐어져 있었다.

", 그렇구나. 이거 어쩌면 좋으냐?"

"할 수없지 뭐. 가다가 깡통이라도 하나 주워서 거기다 넣어."

셋은 선학동의 승기천과 남촌 저수지 주변을 뒤지기로 하였다. 김기동이 먼저 승기천을 따라가며 막대기로 풀숲을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커다란 황소개구리 한 마리가 한열의 앞으로 풀쩍 튀어나왔다. 한열은 깜짝 놀랐다. 기동이가 잽싸게 달려가 맨손으로 덥석 움켰다. 개구리의 크기는 가히 놀랄만했다. 조금 전 물가에서 주운 복숭아 통조림 깡통은 그 개구리를 담기엔 턱도 없이 작았다. 개구리가 오히려 깡통보다 컸던 것이다.

"야아, 그게 개구리냐. 개새끼냐?"

준석이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든 모양이었다.

"이렇게 크니까 식용으로 수입을 한 것 아니냐?"

", 식용은커녕 잘못 하다간 사람이 되려 먹히겠다."

"그러기야 하겠냐만 이놈이 뱀도 잡아먹는다더라."

기동이는 능숙한 솜씨로 양파 망에 그놈을 집어넣었다.

", 넌 그 깡통으로 뭘 하겠냐? 버려. 버리고 차라리 막대기로 풀이나 두들겨. 개구리가 나오면 내가 잡을 테니까."

황소개구리의 생김새가 징그러워 뒤로 빼고 싶던 한열이 얼른 막대를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기동이의 앞 쪽으로 가며 풀들을 툭툭 건드렸다. 또 한 마리의 개구리가 높이 점프를 하며 도망치려하였다. 그러나 잠자리채도 없는 기동이는 잘도 잡아냈다.

", 이건 더 크구나. 뒷다리를 구워 먹으면 무지하게 맛있는데.... 많이 잡으면 우리 아빠 갖다 드려야겠다."

"뭐야? 뒷다리를 구워 먹는다고? 너도 먹어 봤냐?"

기동이의 손에 잡힌 개구리를 흘금흘금 보면서 한열이 물었다.

"그럼, 닭고기 보다 연하고 맛이 좋단 말이야."

"그래? , 우리가 몇 마릴 잡아가기로 했지?"

"삼인 일조로 실습을 하기로 했으니 우린 일곱 마리만 잡으면 되겠지. 나머진 재욱이가 잡아 오기로 했으니까."

", 이런 식이면 저 논이나 저수지까지 갈 것도 없겠다야. 잘 됐다. 얼른 잡고 우리 집에서 비디오나 빌려 보는 게 어때?"

준석이도 개구리가 쉽게 잡히자 신이 났다.

"어쨋든 빨리 잡고 보자."

역시 승기천에는 개구리가 많았다. 한 시간도 안되어 황소개구리 열 마리를 잡은 것이다. 기동이의 양파 망이 몹시 꿈틀거렸다. 셋은 젖은 옷을 대강 털고 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는 문학산 쪽으로 걸어갔다. 길가의 밭에서는 웬 할머니가 파를 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트랙터의 굉음이 들리더니 그 할머니 옆에 섰다.

"이모, 이렇게 더운데 무엇하러 나오셨어요?"

트랙터 운전자가 아래를 향해 큰 소리를 질렀다. 엔진 소리가 시끄러웠기 때문이다.

"? 너 어딜 가니? 간밤에 네 집 닭이 숱하게 죽었다며? , 누가 그런 짓을 했다니?"

"나도 몰라요. 상처로 봐서 미친개가 닭장을 뚫었나 봐요."

"그래. 그 아까운 닭은 다 어쩌면 좋으냐?"

"묻어야지 별 수 있나요? 피도 안 뺀 닭고기를 살 사람도 없을 테니 묻어버려야지요."

"그래서 지금 묻으러 가는 거냐?"

". 밭에다 묻으려고요."

"어째 넌 되는 일이 없냐? 개도 안 되더니 다 키워 놓은 닭을 백여 마리나 죽이다니 말이다."

"할 수 없죠 뭐. 이모, , 가요."

트랙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호기심이 어린 기동이가 재빨리 적재함에 덮인 덮개를 슬쩍 들어 보았다. 덮개 아래엔 처참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내장이 찢기고 모가지가 떨어진 닭들이 푸르스름하게 뒤엉켜 있었던 것이다. 비위 좋은 기동이지만 그 광경을 이기지는 못 하나 보았다. 기동이는 몇 번을 헛구역질을 해 댔다.

한열이는 숫제 고개를 돌리고 보지 않았기에 다행이었다. 승학산 아래 오리 농장이 있는 곳에 다다를 즈음이었다. 평소에도 이곳을 지날 때면 엄청난 악취를 풍기던 곳이었다. 비가 오는 날엔 특히 더해서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을 지경인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짐승을 태우는 노린내까지 섞여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셋은 코를 막고 그곳을 힐금힐금 바라보았다. 그곳엔 몇 사람이 모여 죽은 개와 고양이 오리 등의 가축을 태우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짐승의 소행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일세."

개중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노인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찼다.

"새벽에 개소리 비슷한 소리를 들었어요. 그러니 보나 마나 어제 뉴스에서 나온 그 미친개들의 짓이 틀림없다구요."

"이거 가축이기 망령이지 사람이 상할까 걱정일세."

"반장님이 경찰서와 동사무소에 민원을 넣으러 가셨으니 곧 무슨 조치가 있겠지요."

"이게 우리 동네에는 없든 괴변 일세. 이거 새 길을 뚫어서 지신이 노했나?"

"에이 설마 그럴리가 있을라구요."

그때까지는 사태의 심각성을 몰랐던 한열이와 기동이 그리고 준석이었다. 셋은 그쯤에서 각자 집으로 가기로 했다. 집에서는 내일부터 정식 출근을 앞 둔 한열의 아버지 배철권이 경비복을 살펴보고 있었다.



다음 날, 학교에선 생물 수업의 준비로 바빴다. 열다섯 마리나 잡았다고 자랑을 하던 재욱이가 개구리 몇 마리를 책상 위에 놓았다. 그러자 양파망을 벗어난 황소개구리가 여기저기를 마구 뛰어다녀서 교실이 난장판이 되었다. 개구리를 잡으려는 아이들과 그것을 피하려는 아이들이 저마다 소리를 질러댔다. 결국 재욱이와 기동이의 활약으로 개구리들은 다시 망 속에 갇히고 선생님이 가지고 온 크로로포름에 마취가 된 뒤에야 교실도 조용해졌다.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삼인 일조로 팀을 갈라 해부실습이 시작되었다. 각 조마다 개구리를 할당받은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징그러워 뒤로 물러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개구리 뒷다리를 높이 들고 장난을 치는 녀석도 있었다. 그러나 해부를 하겠다고 메스를 드는 녀석은 몇 명 없었다. 그런 조는 할 수없이 가위 바위 보로 해부자를 정하느라 시끄러웠다.

선생님의 지시대로 해부가 시작되었다. 먼저 네 발에 핀을 박았다. 마취가 된 개구리는 약간 몸을 뒤틀었을 뿐 반응이 없었다. 한열의 팀은 기동이와 준석이었다. 그래서 배를 가르는 역은 당연히 기동이가 맡았다. 기동이는 메스로 단번에 개구리의 배를 위에서 아래로 쭉 갈랐다. 그러자 이제껏 가만있던 개구리가 사지를 뒤틀며 핀을 뽑으려 했다.

", 이거 마취가 덜 되었나 봐."

"다리를 잡아. 잡으라고."

기동이가 급하게 다리를 잡으라고 외쳤지만 한열은 그럴 수가 없었다. 이미 배가 갈라진 개구리는 간과 쓸개와 창자를 들어낸 채 몸부림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열은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두렵고 메스꺼웠다. 급한 기동이가 재빨리 개구리의 눈과 눈 사이를 메스로 찍어 버렸다. 그러자 개구리는 전신을 파르르 떨면서 온몸을 경직 시켰다.

", 바로 그거구나. 좀비도 머리가 약점이란 말이 맞는 것 같아."

준석이가 핀셋으로 개구리의 머리를 쿡 쑤시며 히죽 웃었다.

'.'

누가 준석이의 머리를 막대기로 때렸다.

"너도 여기가 약점이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언제 왔는지 선생님이 등 뒤에서 서 있었다.

"장난을 하라는 시간이 아니다. 비록 개구리지만 다 같은 생명이다. 생명을 장난으로 죽일 권리가 인간에겐 없다. 이것은 장난이 아니라 학문을 위한 소중한 정보를 얻는 시간이다. 개구리 해부를 통해서 인체의 구조를 이해하라고 만든 시간이란 말이다. 고로 인간으로써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학문에 접근해야 옳을 것이다. 알았나?"

선생님은 준석에게보다는 반 아이들 모두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예에."

대답 소리는 우렁찼으나 반 아이 누구도 선생님 말씀을 진정으로 이해해서 대답한 아이는 없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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