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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5

(단편소설) 그 섬은 살아있다

나는 확신한다. 그날의 일이 사실이라는 것을. 비록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이 이야기를 글로 남기는 이유이다. 그 후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아 그간의 사정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인도에서의 많은 세월도 나에게서 그 사건을 잊게 하지는 못하는 모양이다. 나와 리쳐드 랑그레는 켐브릿지의 동창생이었다. 아마도 나는 그에게 있어서 학창시절 동안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친구였지 않았을까 한다. 무엇보다 그는 일체의 ‘학교’라는 곳에 다닌 적이 없었다. 가정교사를 바꿔가며 전전하는 떠돌이 생활을 해왔다고 했다. 그는 부모가 없을 뿐 아니라 친척 한 명 없는 천애고아인데다가 소위 대법관부의 보호아래 있는 미성년이었다. 어떻게 해서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되었는지는 모르지..

오늘의 소설 2024.03.15

신들은 처음부터 인류를 없앨 계획이 있었다?

인류가 멸망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원인를 찾으려는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혹자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필요악으로 지정하고 전쟁을 벌인다느니, 심각한 환경악화로 새로운 병원체가 만들어 진다는 병원체설, 최근 들어서는 인간의 자연 퇴화설과 천체 충돌설까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화제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많은 가설들은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예언되었던 때를 넘겼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 한 과학사이트에서는 우리의 옆동네 은하계인 안드로메다에서 블렉홀이 시간당 40만킬로의 속도로 팽창하며 지구를 위협한다고 한적이 있는데, 그 글의 마지막에 앞으로 40억년 후에 지구를 삼킨다고 해서 ‘멍뮈’한 적이 있었다. 사실 살아 생전 벌어질 일이 아니라면 지구가 없어지든 우주가 폭발하던 무슨 상관이 있으랴…. . 그럼..

카테고리 없음 2024.02.09

병상이야기 3. 방귀쟁이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장소가 어디든 별의별 사연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있는 6인실 병실도 예외는 아니어서 환자마다 다른 개성이 존재했다. 그래서, 여섯 개의 병상에서 각기 다른 여섯 가지의 신음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물론 각자의 병명이 다르고 아픈 정도도 다르니 신음 소리가 일률적이겠는가 마는 어쨌든, 앓는 소리를 내지 않는 환자는 한 명도 없었다. 밤새 가래 끓는 소리를 내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도 있고 연신 자지러지는 비명소리를 토해내거나 계속 이리저리 뒤척이며 끙끙대는 환자도 있었다. 개중에도 목에 가래가 차서 곧 호흡이 끊어질 듯 헐떡대는 여든이 넘은 노인이 가장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 노인은 간호원이 수시로 달려와 목구멍을 막은 가래를 기구로 제거해야만 살수 있었다. 의식은 있는지 없는지 모..

오늘의 소설 2024.01.26

병상이야기 2. 옆 병상 영감 내외

내가 들어선 입원실엔 이미 두 사람의 환자가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 얼핏 돌아보니 문가의 피부가 새카만 한 사람은 정신이 없는 듯했고 끝 쪽 침대에 걸쳐 앉은 사람은 사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뇌졸중 환자였다. 한눈에 봐도 한 쪽 다리와 팔을 전혀 쓰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창가 보다 화장실이 조금이라도 가까운 가운데 침대를 택했다. 곧이어 어떤 환자 영감이 들어와 창가 쪽 침대를 차지했다. 그때까지 나는 내 몸의 고통에만 신경이 쓰였을 뿐 사실 그들을 자세히 본 것도 아니었다. 입원실에 날이 새자 밤새 비몽사몽이던 나는 눈을 떴다. 줄줄이 달린 링거 덕인지 고통이 한결 덜해서 좋은 아침이었다. 일곱 시에 아침밥이 도착했다. 나를 제외한 다른 환자들은 가벼운 동요와 함께 식판을 받아 들었다...

오늘의 소설 2024.01.25

병상이야기 1. 발병

11월의 셋째 주 토요일 저녁...... 까마득히 먼 옛날, 내가 아이 적에 읽은 어느 단편소설의 첫 구절이다. 11월이면 그 해의 막바지에 접어든 달이요, 셋째 주 역시 그 달의 며칠 남지 않은 날이며 토요일은 그 주의, 저녁은 그날이 끝나기 직전의 시각이 아닌가? 생각해 보니 나 역시 그 소설의 문장과 비슷한 시기에 병을 얻었다. 인생의 막바지에 접어든 나이에 말기 암이 나를 방문 한 것이다. 그것도 11월 셋째 주였다. 언젠가부터 허리가 몹시 아프고 어깨가 결렸었다. 처음엔 그저 하루에 몇 시간씩 빌어먹을 컴퓨터를 잡고 있어서 그렇거니 했었다. 그러다가, 좀 더 심해지자 자리에 눕는 횟수가 늘었고 안마기로 사방을 두들겨도 보았다. 어느날부터 통증이 더욱 심해져 급기야 눕지도 못하고 앉지도 못할 지경..

오늘의 소설 2024.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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