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류의 어머니라 알려진 최초의 여성은 이브일 것이다. 그런데 이 이브가 아프리카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있다.
전 세계 사람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조사해서 그 기원을 찾아 올라가면 결국에는 아프리카의 한 여성에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각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이브’라 부른다. 만약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실재로 있었다면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인류의 루트를 찾아서
인류의 어머니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우리는 현대에 살면서 증조할머니의 얼굴은 물론이요 함자도 모르는 경우가 거의 대다수 일 것이다. 심지어 외(친)할머니의 성함도 알지 못하는 경우가 파다하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말하는 조상을 구분하는 방법은 따로 있다고 한다. 바로 우리 세포 내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반드시 어머니에게서 아이에게 전해진다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미토콘드리아 DNA를 더듬어 올라가면 이론상으로는 진짜 태초의 어머니까지 올라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토콘드리아란?
지구가 생명을 잉태하기 시작하던 태고시절 아직 식물도 동물도 없던 때이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에너지로 삼는 호기성(好氣性)세균이었다. 이 시대에는 아직 세균 이외의 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생명체는 없었다.
엄청나게 원시적인 초기 진핵세포(Eukaryota)가 있긴 했지만, 진핵세포에게 산소는 맹독이었다.
여기서 진핵세포는 산소를 에너지원으로 하는 미토콘드리아를 받아 들임으로서 본래 자신에게 독이 되던 산소를 에너지로 변화시키는 마법과 같은 기술을 습득한다. 진핵세포와 미토콘드리아는 서로를 이용해서 살아가는 ‘공생관계’가 된 것이다.
산소를 에너지로 바꾸는 굉장한 능력을 손에 넣은 세포는 그것을 토대로 폭발적으로 진화한다. 이것이 세포와 세균 공생의 시발점이 되었을 것이다.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조상이 아닐 수도?
세포 속에서 살고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가진 DNA는 다음 자손에게로 전해진다. 단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 DNA만이 전해지며 아버지의 것은 폐기된다. 보통 유전에서는 부모 양쪽에서 반반으로 전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방식으로 인류는 다양성을 만들어 냈고, 언제 닥칠지 모를 변형 질병으로부터 인류가 전멸되는 리스크를 분산시켜 왔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만은 모계 단일 유전이라는 특수한 특징을 가진 것이다.
하지만 그 정점에 있을 것이라는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전인류의 어머니라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를 하며 어쩌다 제일 먼저 다다르게 된 것이 그렇다는 것이다. 만약 어머니가 한 명뿐이라면 인류는 모두가 근친이 되어 버린다. 그러니 아마도 이브 이외에 많은 여성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여성들은 아이를 잉태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손들도 계속해서 아이를 낳고 길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약 그 세대에 ‘남자 아이 만’을 낳았다고 하면 미토콘드리아 DNA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게 된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가 이어지지 않을 뿐 여성의 DNA는 그대로 유전된다.
정리하면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대대손손 운 좋게도 여자 아이가 태어나 그 명맥을 이어왔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미토콘드리아 이브에게 어머니는 없었을까? 이런 식이 되면 결국은 무한 루프에 빠지는 오류가 되는 것이지만 말이다.
*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조상?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조상은 돌연변이 원숭이였을 수도 있다. 다윈의 진화론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라고 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어진다. 사실 어느 것도 추측 일뿐 진실은 아니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인간이었다면 그 부모도 완전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전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난 경위를 조사하고 지역별로 그룹으로 묶어 그 기원을 찾아가는 도중, 그 대가 끊기지 않고 이어진 것을 찾았는데 그것이 미토콘드리아 이브라 불리게 되었을 뿐이다.
* 미토콘드리아에 당하다!
역으로 생각하면, 인류는 다양성을 위해서 서로 교배를 하며 각각 반반씩 DNA를 섞는다. 하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단일 유전이기 때문에 그만큼 단순하다. 이 말은 이를테면 모든 인간을 같은 장치로 자폭시킬 수 있다는 것이 되지 않을까?
만약 이 미토콘드리아 DNA에 특화되어 감염되는 레트로바이러스가 출현한다면 이것이 인류의 마지막이 되지는 않을까? 실제로 미토콘드리아는 인간의 수명에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미토콘드리아의 양이 많을수록 수명은 단축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