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부터 성서까지 인류는 많은 예언에 의해 종말을 맞이한다는 시나리오에 끌려다닌다. 1978년 남미 가이아나의 밀림에서 923명이 집단 자살을 한 인민사원 사건이나, 우리나라 말세론자들에 의한 오대양 사건 등 인류멸망의 시나리오를 믿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상상외로 많다. 하지만 2025년이 눈앞인 현재에도 니비루마저 피해가며 우리는 건재하게 살고있다. 아무래도 인류멸망은 그리 빠른 시일 이내에 이루어지지 않을 듯 싶다.
그런데 만약 대이변으로 인류가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면 지구는 무엇이 지배 할까?
*생명력과 분포로 보면… 확실한데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생명력으로 보나 양으로 보나 가장 확실시 되는 것은 바로 ‘식물’이다. 하지만 식물은 움직일 수 없다는 점에서 재미가 없다. 그러면 조건을 바꾸어 움직이는 것들 중에는 무엇이 될까?
다시 움직이는 것들 중 생명력과 양으로 생각해 보면 첫째는 박테리아가 확실시 된다. 지구멸망과 생물 이야기가 나오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퀴벌레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보다 태고적부터 박테리아는 존재해 왔다. 이들은 12억년 전 다세포 생물이 출현을 하고 그들의 존재감에 가려져 있었지만 사실 이면에서 우글거렸다.
조금 더 크기가 커지면 요번에는 회충과 같은 선형동물을 들 수 있겠다. 하지만 이런 기생충은 어디까지나 다른 생물에 의존해야만 한다. 그래서 다음 지배자라고 부르기엔 깔끔한 맛이 없다.
그러면 우리가 생물이라고 인정할 만한 그런 동물 중에는 무엇이 될까? 영장류에 손의 자유를 가지고 도구를 사용하는… 영화 ‘혹성 탈출’에서 예견했듯 침팬치가 되지 않을까?
아마도 천적이 없는 환경에서 가장 급속도로 번식하여 무리를 이루고 인간과 같은 계급사회를 만드는 것은 지능이 높은 침팬치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한번 더 뒤집어 생각하면 또 다른 면을 알 수있다. 사회성과 높은 지능을 근거로 인류 다음의 지배자로 뽑아는 보았는데, 잘 생각해 보면 인류가 살기에 부적합한 지구가 된 상황에서 우리와 닮은 침팬치에게 그리 긍정적인 환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리고 거친 환경을 살아 남는다는 점에서 지능이나 도구의 사용 따위는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여기까지 오면 그만 맨붕이 오고만다.
*생명은 운이다!
지금까지 대전멸 사건이 5번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마다 살아 남은 종들은 번식을 하고 생존경쟁을 통해 서식지를 넓혀갔다. 전 지구적인 대 사건이 일어난 후엔 단일 선조로부터 다양한 형질의 자손들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 현상이 생물의 진화와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적응 방산’이라는 현상이다. 이 현상으로 인해 생물의 다양성이 짧은 시간동안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가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많은 논문들이 있으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찾아보시길 권한다)
생태계에 이변이 일어 한 종이 다양한 자원을 이용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 즉 ‘생태적 기회’를 만나게 된다. 트라이아스기 말 대량전멸 후에 공룡이 번성했으며, 백악기 말 대량전멸 후에 포유류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처럼 지구에서 대대적인 종의 전멸이 일어날 때는 생태계는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로 채워진다.
그러므로 지구의 다음 지배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멸의 시기를 운 좋게 버텨내고 다음 환경에서 살아 남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이 살아남는다는 것이 그 종이 얼마나 뛰어난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순전히 운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결론적으로 인류가 사라진 다음 대전멸의 시기 이후에는 우리가 듣도 보도 못한 완전히 새로운 생물이 지배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현재 무엇이 생명력이 질긴가가 아니라, 현재의 생물들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게 될 것인지를 묻는 고차원적인 질문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