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으신가요? 지구 이외의 다른 행성이 있고, 그 행성을 포함하는 은하계가 있고 또 이런 은하계가 무수히 존재하는데 그것이 우주라는 그릇에 담겨있습니다. 그런데 이 그릇은 138억년 전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는데 아직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우주 밖에도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인데, 그럼 은하계가 우주 속에 포함되었듯이 우주도 또 다른 그릇 안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우주 밖에는 또 다른 무수한 우주가 존재하고…. 이 우주를 담는 그릇 밖에는 또 다른 그릇이…. 이처럼 끝이 없는 무아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가 보고있는 우주 이외에도 우주는 무수히 존재하고 지금도 어쩌면 탄생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주는 단순히 유니버스가 아니라 다수의 우주가 존재하는 멀티버스인 것입니다. (아마도)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이론같지만 많은 물리학자들이 사실은 진지하게 이런 생각을 하고 연구를 하고 있는 이론이기도 합니다.
1. 멀티버스는 왜 등장했을까?
이런 착상은 우주의 진공에너지 문제 때문에 나왔을 것입니다. 진공에너지라는 것은 우주가 가장 안정된 상태일 때의 에너지로 우주의 성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우주를 관측함으로 해서 얻어진 측정치가 이론치보다 120자리이상 작았던 것입니다. 너무나 작아서 물리학자들은 어쩌면 정말로 제로인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것을 실현해 볼 궁리를 이것저것 찾게 되는데 결국은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가 1987년에 완전히 다른 해결책을 선보였습니다. 우선, 진공에너지가 만약 지금보다 몇 자리만 더 컷더라면 우주에는 별도 은하도 생성되지 못하고 텅 비어 있는 상태였을 것이란 것을 계산해 보였던 것입니다. 또한 진공 에너지가 상이한 우주가 무수히 있다는 설도 제창했습니다. 무수한 수의 우주가 존재한다면 그 중에는 진공 에너지가 이론치보다 120자리 작은 우주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주를 관측해서 진공 에너지를 특정하는 인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우주에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리학에서, 인간 중심 원리(anthropic principle) 또는 인류 원리(人類原理)는 다중 우주가 존재한다면 우리는 그 중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허용하는 우주에 존재한다는 원리입니다. 다중 우주들에서는 서로 다른 물리 상수들이 존재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는 별다른 복잡한 구조가 발생하지 않는, 매우 단순한 우주를 발생시킵니다. 이 원리를 사용하여,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의 물리 상수들이 왜 복잡한 구조를 허용하는 특별한 값들을 가지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2. 인류원리 이외에 멀티버스의 존재를 설명 가능할까?
중력이론과 양자역학의 통합을 목표로 하는 초끈이론의 방정식을 풀어보면, 10의 500승 개라는 어마어마한 해가 나옵니다. 이것은 실현 가능한 우주의 종류가 산더미 같이 있고 단 한 가지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처음 이 이론이 나왔을 때는 뭔가 완전히 다른 것인 양 다루어 졌었는데 최근에는 멀티버스와 유사한 견해를 띄기도 합니다. 또한 다른 우주가 어떻게 생겨나는가 하는 데에는, 인플레이션 이론에 의해 시사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것은 이 우주의 탄생 직후에 일어난 가속팽창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주를 포함한 공간전체로서 일어나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속팽창하는 우주가 다른 우주에 상전이되면 끓는 물 속에서 기포가 일듯이 원래의 우주 속에서 새로운 우주의 기포가 생긴다는 이론입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양자역학에 따른 확률적인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우주끼리는 양자적인 ‘양자 중첩’ 상태가 됩니다.
최근의 연구의 발전으로 멀티버스는 점차 구체적으로 해명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류는 지금까지 과학을 통해서 스스로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배워왔습니다. 유일한 축복된 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태양계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태양계도 은하 속에 많은 수가 존재하는 행성계 중 하나에 지나지 않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은하 또한 우주에는 넘쳐나게 많습니다. 멀티버스가 기발난 발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우주를 현재 우리가 관측하는 것 만이 유일하다고 생각하는 사고가 더 혁명적인 사고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