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시 같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은 길게 어느 순간은 매우 짧게 느껴지곤 합니다. 자신이 현재 너무 재미있어서 빠져있는 순간은 한 두 시간이 마치 1분과 같이 느껴지기도 하고 지루하고 긴장한 순간은 1분이 마치 한 시간은 지난 듯이 길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당연히 기분 탓이고 시간은 일정하게 지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론에서는 그것이 단지 기분 때문만은 아니라는 이야기가 오래 전부터 논의 되고 있었습니다.
1. 매우 짧은 간격으로 빈번하게 관찰을 함으로써 생겨나는 제노 효과란?
살아있다고 하는 것은 죽지 않았다는 말이고 죽었다는 것은 더 이상 호흡 등의 신진대사가 멈추어 살아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생과 사는 정 반대의 의미로 서로 공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양자론을 보다 보면 놀랍게도 생과 사의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는 상태가 등장합니다. 양자론에서 말하는 양자 중첩 상태는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하는 상태이며 극단적으로 생과 사의 상태라고 하더라도 공존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것을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사고실험이 ‘슈뢰딩거의 고양이’입니다. 이 이론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많은 일반인들의 조롱을 사기도 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양자에서의 이상한 상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예시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이 사고실험에서는 확률 50%로 작동하는 청산가스 발생장치를 설치해 둔 어떤 상자 안에 고양이를 넣어두고 이 고양이가 생과 사가 공존하는 양자중첩 상태에 있다고 정의했습니다. 실험이 시작되면 이 상자 안의 있는 한 고양이는 아직 살아 있으면서도 죽어있는 상태와 다름 없는 존재입니다. 아직 그 누구도 고양이가 살아 있다고도 죽었다고도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그러다 상자를 열고 ‘관찰’이라는 행위를 함으로써 이 고양이의 생사가 ‘결정’ 됩니다. 과연 상자를 열었을 때 고양이는 아직 살아 있을까요 아니면 죽은 고양이가 관찰되는 것일까요?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만약 고양이가 살아 있을 경우 다시 상자의 덮개를 덮으려고 하다가 재빨리 다시 열어보고 다시 ‘관찰’을 합니다. 그리고 다시 닫았다가 다시 번개보다 빨리 엄청난 속도로 이 열고 관찰하고 닫는 작업을 계속 반복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가정에서는 이렇게 전광석화처럼 계속해서 상자 안을 관찰하게 되면 그 안의 고양이가 살아있는 채로 있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빈번히 관찰을 반복함으로써 관찰과 연속관찰에 의해 양자 중첩상태가 방해를 받게 되며 두 가지 상태 중 한 가지로 고정되는 현상을 양자 제노 효과라 합니다.
제노 효과를 설명할 때 영어의 속담인 A watched pot never boils 라는 문장이 자주 보이게 되는데 이것은 주전자 물이 끓나 보고 있으면 물이 끓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이 속담의 본래 의미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시간은 길게 느껴진다는 의미이고 너무 초조해 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교훈도 줍니다. 하지만 양자론에서는 ‘관찰’을 계속하면 불 위에 놓아 둔 주전자 물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다라는 양자 제노 효과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비유로 사용됩니다.
2. 인공원자로 양자 제노 효과를 실측해 보았더니 생긴 일
양자 제노 효과와 같이 중첩의 상태가 줄어들게 하면 오히려 상태 변화가 가속되는 현상이 일어 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반 양자 제노 효과라 부릅니다. 양자 제노 효과는 1958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박사가 제창한 것이었는데 한동안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었습니다. 그러다 1989년에 한 연구로 실제 관측을 하게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방사성원자를 빈번하게 관측하면 왜인지 방사선을 방출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방사성의 붕괴시기가 점점 지연된다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즉 상자 안의 고양이가 살아있는 상태를 유지하듯 빈번한 관측에 의해 방사성원자가 더 오래 살아있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10년 후에는 위의 실험에서와 같이 빈번하게 방사성원자핵을 관찰함으로써 역으로 붕괴를 촉진시킨 실험 결과도 확인되었습니다. 전자는 양자 제노 효과에 해당하고 후자는 반 양자 제노 효과에 해당합니다.
이렇게 양자 제노 효과와 반 양자 제노 효과를 인위적으로 발생시킬 수 있다면 이것은 물리학적으로 많은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술은 현재 양자 컴퓨터의 핵심으로 주목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으로 인공원자의 제어가 가능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실험에서는 다양한 상태의 인공원자를 100만분의 1초 단위로 관측하는 기기가 사용됩니다. 사람과 같은 의지를 가진 관찰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기기를 이용한 관측을 연구팀은 유사측정이라 부릅니다. 실험 결과 이 유사 측정에서도 인공원자로 양자 제노 효과와 반 양자 제노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 기술로 양자 제노 효과를 일으켰을 경우 이 원자는 관측을 그만두지 않는 한 일정한 채로 나이를 먹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즉 이 기술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계속 관찰하게 하면 원자 레벨에서는 고양이는 영원히 살아있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3. 실제로 양자 제노 효과로 원소의 붕괴를 정지 시킨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할 수 있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 연구소에 따르면 원자의 상태 고정화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으며 단지 관측만으로는 원자핵의 붕괴를 멈출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론적 계산에 의하면 물체의 변화를 빠른 관측으로 고정시킬 수 있을 가능성은 붕괴에서의 기억 시간 그리고 거듭되는 관측들 사이의 시간 간격, 이 두 값의 비율에 달려있습니다. 모든 붕괴 과정에는 기억 시간이 존재하는데 방사성 붕괴의 경우 원자로부터의 방출 성분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잠시 잠복해있는 시간 간격을 가리킵니다. 원자 시스템이 붕괴의 이전 상태를 '기억' 할 수 있도록 여유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흥분 상태의 원자가 방사성 붕괴를 할 때의 기억 시간은 10억 분의 거기에 다시 10억 분의 1초미만에 불과하며 이 붕괴를 고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관측이 이 시간보다 더 작은 시간 간격 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조밀한 시간 간격을 가진 관측이 연속적으로 가해질 경우 새로운 입자가 생성되며 시스템이 완전히 바뀌거나 파괴되므로 붕괴를 멈춘다는 사실 자체가 무의미해집니다. 한편, 관측의 시간 간격이 기억 시간보다 길 경우에는 붕괴 및 방출의 비율이 실질적으로 증가합니다. 제노 효과는 발생하지 않을 뿐더러 대신 그 반대의 효과인 소위 '반 제노 효과' 가 존재하게 됩니다. 이번 연구에 의해, 관측을 자주하여 붕괴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반 제노 효과가 모든 붕괴 과정에 적용되는 반면, 관측에 의해 붕괴를 감소 혹은 정지시키는 원래의 제노 효과는 실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놀라운 결론이 얻어진 것입니다.